박근혜식 쇄신의 수준이 고작 이 모양이라면... [바람부는언덕님 글]
새누리당은 정말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정치집단인가 봅니다...
불과 두달 사이에 현영희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뇌물 사건,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 그리고 어제 송영선 전 의원의 금품요구파문까지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검은 거래가 끊이지 않고 붉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쇄신을 이루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었기에 그 실망은 배가 됩니다...
송영선 전 의원의 금품요구 파문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입장은 "자신은 쇄신에 앞장서고 있는데 주변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라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에 참석해서 다음과 같은 발언들을 했습니다...
"쇄신의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겠다"
"근거없는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왜 이렇게 확산되는지 정말 안타깝다"
"당에 식구들이 많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가 당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줄기차게 해 온 말이 바로 "쇄신과 혁신"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에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갈아탄 비대위 시절에도, 국민의 거센 비판에 당의 존립기반이 휘청거릴 때마다 어김없이 구원투수로 나선 그녀가 국민들에게 공언했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비단 저뿐일까요?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현영희와 현기환, 홍사덕, 그리고 송영선 이들이 과연 누구입니까? 박근혜 후보의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언처럼 "당의 많은 식구들" 중의 한사람에 불과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후보와 아주 가깝게 지낸 정치적 동지들이자 측근들이었습니다. 아직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아닌데 본인의 측근에 대한 인사관리가 이 정도로 엉망이라면 문제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역대 최악의 측근 친인척 비리를 양산해 낸 이명박 대통령 조차도 대선후보시절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요?
"근거없는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왜 이렇게 확산되는지 정말 안타깝다"라는 발언에 이르러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것이 왜 근거없는 이야기로 둔갑할까요? 사실이 아닌 얘기로 탈바꿈해 버린 것일까요? "언론에 보도된 대로 녹취된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송 전 의원이 주장했다는 (대선에서 박 후보 지지표를 얻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애둘려 설명하는 모습은 마치 딱 5년 전 이맘 때 BBK 광운대 동영상 속의 발언 내용을 두고 나경원 의원이 "BBK를 이명박 후보가 설립했다는 발언의 주어가 없다"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궤변을 늘어놓던 장면과 너무나도 흡사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이 사람들은 정말 언어도단의 절대지존이라도 되는 것인지 정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젠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찬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금품과 관련된 부정비리가 근절되지 못한 원인은 바로 박근혜 후보의 이와 같은 상황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일단 걸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고, 재수없게 걸려 들었으면 물타기와 아전인수식의 정치공세로 맞불을 놓고, 한 개인의 비리로 몰고 가면서 절대권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도 저도 안되면 말도 안되는 어거지로 사태의 본질을 흐려놓으면 되는 것이지요. 어차피 눈앞에 닥친 위기만 벗어나면 되는 것이고, 어리석고 우매한 국민들을 구워삶을 수 있는 국면전환용 카드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바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를 농단해온 것 아닙니까?
절대권력이자 미래권력인 박근혜 후보님 보십시요...
님이 말씀하시는 정치 쇄신이라는 것이 고작 이따위 수준인 것입니까? 자신의 측근들이 국회의원직을 매관매직하고,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금품을 요구한 것에 대한 님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혀 없는 것입니까? 그저 모든 것이 님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며, 통제할 수 없는 우발적 개인비리일 뿐인 것입니까?
앞으로 미래권력이 될 지도 모르는 님에게 벌써부터 줄을 대기위해 혈안이 돼 있는 정치 경제 각 분야의 인맥들을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 님은 쇄신의 눈높이를 자신과 새누리당의 수준에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박근혜 님, 님은 대한민국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인입니다...
무엇보다 님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영향력에 준하는 만큼의 책임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의 책임회피, 아전인수식의 말장난은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님이 생각하시기에 아무리 어리석고 우매해 보이는 민초들이라도 보는 눈과 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치에 맞게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의 기준이 있습니다. 님과 새누리당의 모습은 국민들의 보편적인 상식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외면하고 무시한다면, 님과 새누리당은 절대로 국민들을 품을 수 없을 것입니다...
P.S...
쇄신 발걸음에 재를 뿌리지 말라는 박근혜 후보...
당췌 뭔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터럭만큼이라도 쇄신이 되었어야 저런 소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고작 요따위로 하는 것이 너님들의 쇄신이라면...
내 잘 못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한마디 해 주께...
"아야, 고마해라. 못 봐주겠다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