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목동 병원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김민식pd 07:00 | 2012 MBC 파업일지 어제는 이대 목동 병원 파업 현장에 갔습니다. 170일 MBC 파업의 경험을 나누는 강연을 했는데요, 힘든 싸움 중에도 즐겁게 웃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요, 힘들수록 우리는 웃어야합니다. 웃을 힘조차 없어지면 그때는 정말 힘들어지거든요. 병원 노조는 사실 파업하기 참 어려운 곳이지요.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이들이기에 작업을 그만두고 나오기 어렵거든요. 언론에서도 병원 파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사를 많이 내놓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하고 어떻게 파업을 할 수가 있느냐'고. 제 생각은 반대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는 분들입니다. 그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게 사회의 책임 아닌가요? 이대 목동 병원은 급여 수준이 서울 시내 대학병원 중 가장 낮다고 합니다. 간호사 등 여성 인력이 많은데도 보육 시설이 없는 유일한 대학 병원입니다. 8시간 근무 이후에도 초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군요. 병원은 3교대로 일하며 밤을 새어 일하는 고된 작업장입니다. 그런 곳에서 초과 근무 수당을 주지 않는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이를 맡길 육아 시설도 없는 병원에서 여직원들이 어떻게 환자를 돌볼 수 있겠습니까. 로비에서 농성중인 조합원에게 환자의 보호자분들이 와서 '좀 조용히 하라'고 말씀하시는 걸 봤는데요. 좀 안타까웠습니다.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가족이라면 오히려 병원에 가서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직원 복리 후생을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환자의 건강을 챙긴다는 거냐.'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저는 아무리 현장에서 힘들어도 욕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행복한 배우와 행복한 스태프가 행복한 드라마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행복한 환자를 만드는 겁니다.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파업하지 말라'고 주장하기 전에, '환자를 돌보는 그들에게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주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예전에 의료제품 영업사원을 하면서 병원에 영업을 뛴 적이 있습니다. 대학 병원 영업이 힘든 게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얼굴 좀 익히면 그만두기 때문에 매번 새로 가서 인사하고 안면 터야 하죠. 대학병원에서 근속 년수 5년을 넘기는 예가 드물답니다. 그만큼 힘든 직장이라는 거죠. 동네 병원에 비해 응급실 등 긴급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수술 환자 등 큰 병 가지신 분들이 많이 오니까 대학 병원은 그만큼 긴장되고 힘들고 우울한 근무환경일 것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분들을 위해, 사회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첫걸음은 하나입니다. 파업 하는 분들의 사정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파업에 나섰을까?'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분들을 보살펴야, 그들이 우리를 보살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