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장의 "때에 따라 독재가 필요할 때가 있다" 라는 발언 기사를 읽다보니
댓글 중에 경제를 살렸으므로 독재는 필요했다는 식의 논리가 많더군요.
그래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두가지 미래가 있다고 칩시다.
A. 내일 갑자기 어떤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이 장군은 권력을 장악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국회와 탐욕스러운 기득권층을 성토하며,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면서 제 2의 새마을운동을 독재체제의 강력한 추진력과 효율성으로 진행하여 전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속에 경기침체를 해결하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양극화현상도 해결하고, 저출산문제도 해결해버립니다.
그리고 30년 뒤에 우리는 말하겠죠. 그때의 독재는 필요한 일이었다고. 그 독재가 없었다면 우리의 지금의 번영도 없었을 거라고.
B. 우리는 선거를 치르고 치르다가 어느날 운 좋게 좋은 정치가를 뽑게 됩니다. 이 정치가는 수많은 정적들의 견제와 비판과 무조건적인 반대 속에서 힘겹게 힘겹게 의견을 모으고 타협을 하고 하면서 우리나라를 조금 바꿔놓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선거를 치르고 또 치르고 지겹게 치르다가 또다시 운 좋게 좋은 정치가를 뽑고, 이 정치가도 우리나라를 조금 개선시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150년 정도가 지났을 때, 우리 후손들은 A와 같은 정도로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 살게 됩니다.
얼핏보기에는 A의 경우가 훨씬 좋아보입니다. 세상을 빨리 바꿔놓았으니까요.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따르는 법입니다. 보수가 보수적인 이유는 바로 급격한 변화에 의한 부작용을 염려하기 때문 아닌가요? 반면에 B의 경우에는 수많은 정적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온갖 예상되는 부작용을 나열하고, 그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수정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정경유착, 이에 따른 기득권 위주의 정책, 이어지는 빈부격차 심화, 내수경기 침체, 청년실업, 저출산. 오늘날 우리 사회를
고통스럽게 하는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박정희의 독재에서부터 비롯된 부작용이 아닐까요?
물론 시간을 앞당겨 나라의 발전을 가속시킨 공은 인정해야한다고 봅니다. 독재는 효율적이니까요. 독재자의 뜻에 따라 효율적으로 나라를 살릴수도, 효율적으로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게 독재겠죠.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하고 모두가 희생적으로 노력했는데 지금와서 보면 으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노력한 성과는 대부분 소수 재벌들이 독점하고 있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거기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나 받아먹고 사는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개탄스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