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엄청난 내용을 기사화했군요... [바람부는언덕님 글]
한겨레는 오늘 "'10월 유신’ 안보 내세우더니…박정희 정권, 북에 두차례나 ‘사전 통보’.." 라는 기사에서 국가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박정희 군사정권의 장기독재의 길을 터주었던 유신체제가 사실은 북한과의 비밀협상을 통해 미리 공유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아래는 한겨레 동명의 기사 중 일부입니다...
<<< 유신 쿠데타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명분은 국가안보 강화였다. 40년 전인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령 선포문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균형 관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어서 한국의 안보에 위험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신독재 시절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도 그동안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1981년 10월28일 일기)며 같은 인식을 보여왔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실제로는 북한 당국에 유신 내용을 두 차례나 사전 통보했다. 이러한 사실은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외교문서 등에서 드러났다. 1972년 10월31일자 미국 대사관이 국무부에 보낸 비밀문건(2급·secret)에 따르면,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월12일 박성철 북한 부수상을 만나서 “남북대화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우리 정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비밀전문은 “남북조절위원회 남쪽 실무대표인 정홍진이 계엄선포 하루 전인 10월16일 북쪽 실무대표인 김덕현을 판문점에서 만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했다”고 적었다.
지난 2009년에 공개된 동독과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북한 관련 외교문서에는 이후락이 남북조절위원회 북측대표인 김영주에게 “박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주의해서 들어야 할 중요한 선언을 발표할 것”(10월16일)과 “헌법 수정을 통한 대화의 법적 근거를 만들 것”(10월18일)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적혀 있다...(이상 한겨레에서 발췌)>>>
1972년은 다들 알다시피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해였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은 "첫째 외세(外勢)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둘째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하며, 셋째 사상과 이념 및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자주, 평화, 민족 단결"의 3 원칙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상호 중상비방과 무력도발의 금지, 다방면에 걸친 교류 실시 등에 합의하고, 이러한 합의사항의 추진과 남북 사이의 문제 해결, 통일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남북조절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전쟁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직통전화도 가설하였지요...
그동안 적대적이었던 남과 북이 이제는 통일의 분위기가 한껏 고무되고 마치 당장이라도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장미빛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7.4 남북공동성명은 남북의 두 독재권력이 정치적 비밀접촉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한반도 전략인 "두개의 정부"를 자신들의 독재권력을 안정시키고 유지시키기 위한 속셈으로 이용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생각 자체, 이런 의문 제기 자체가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얼마되지 않아 선포된 유신헌법에 의해 모두 강제되고 통제당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몰랐던 사실입니다만, 박정희의 유신헌법과 김일성의 사회주의헌법은 공교롭게도 같은날(12월27일)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놀랍지 않습니까?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내세운 유신의 표면적 이유는 분단상황을 고려한 안보강화에 있었습니다만, 실제로는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이용해서 철처히 자신의 지배권력유지를 위해 북한과 암묵적인 동조를 한 셈입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을 인용 보도한 한겨레의 기사는 박정희 유신독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이 북한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아버지의 유신독재를 정당화했고, 최근까지도 “유신은 아버지가 노심초사 끝에 한 결정”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님...
유신을 하겠다는 사실도 북한이 알고 있었고, 이 정보를 서로 공유했으며, 당신의 아버지는 이땅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유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해서 노심초사 끝에 유신을 선택했다는 것이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유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공산화되었을 것이라구요? 유신은 아버지가 노심초사 끝에 한 결정이었다구요?
박근혜 후보님...
국민은 개인 박근혜가 판단하는 아버지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 대통령에 출마하는 정치인 박근혜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전혀 분별하지 못하고 계신 듯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올바른 철학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후보님은 이 부분에서 정말 낙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점 명심하셔야 합니다.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는 본인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불행해지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유신은 공산화를 막기 위함도 아니고...
수출 100억불을 달성하기 위함도 아니고...
분단된 조국과 국민을 근대화시키기 위함도 아닙니다...
유신은 단지 박정희 한 개인의 장기 독재를 위한 야욕에서 비롯된 것일 뿐입니다...
이것이 변치않는 진실이며 역사의 준엄한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