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 만드는 영화 ==26년== [평범의기준님 글]
토요일 10시 40분...
동네 CGV 7관...젊은 사람도 꽤 많았지만
우리같은 중년부부도 중간중간 눈에 띄었다.
'저 사람들도 강풀의 26년을 봤을까?'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객석은 만석인듯 보였다.
웹툰보다는 좀 덜하다 싶었지만, 너무 구수하고 불량하며 번쩍거리는 재미를 주는 곽진배는 웹툰이
표현하지 못한 것을 나타내었다 생각한다.
나는 광주는 아니고 나주 출신이다.
그 당시 중1인가 했었던 듯하다.
부모님이 절대로 나가지 말라는 국도변에 숨어서, 어쩌다 지나가는 창문없는 버스에서
"전두환이 물러가라~"하며 쿵작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
걸어서 내려오는 국도변에 종종 보이는 피난 가족들...(그땐 도로에 차가 아에 안다녔습니다.)
어쩌다 들리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총성들...
얼마간 시간이 지난후...'느그들 뭔 소리도 하지마라잉~? 다 잡혀가서 큰일난께~"하시던
아버님 말씀...........이것들이 제가 아는 5.18의 전부였습니다.
직후에 광주의 친척분 안부물으려 아버님과 같이 가기 전까지는요.
5.18을 아는 척 하시는 분...
5.18을 깍아 내리려 하시는 분...
그분들께 부탁합니다.
그 시절의 공포를 제발 아는척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곳의 아픔을 당신을 위해 날조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렇게 당하고 죽어간 억울한 영혼에게 붉은 페인트를 씌우려 하지 말아주십시오.
죽어간 사람들 대부분은 민주가 무언지 독재가 무언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머리띠를 둘렀다면 군인이 무서웠기 때문이고,
그들이 총을 들었다면 탱크가 무서웠을 뿐입니다.
자신들을 지켜줄줄 알았던 군인들이 자신을 죽이려 하니깐 그랬을 뿐입니다.
친구가 누나가 형이 아버지가 어머니가 죽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리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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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났고 저는 잠들기 전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날 전두환이 그 많은 수행원들과 나타나시어 악수를 청한다면
"야~이~ 개~상려르~새끼야~!!"하며 침을 뱉을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구~원로에 이곳까지..."하며 황송하게 손을 내밀고 있지는 않을까?
평생을 받들음 받으시며 살다가 텅빈 머리 하나로 대통령후보에 나서신 박근혜양이
우리 동네 유세에 나선다면, 악수한번 받아보겠노라고 줄서고 있진 않을까?
훗날, 나는 두 자식에 부끄럽지 않게 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 행동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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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싫어하는 아내가 강풀의 26년을 태블릿으로 보고 있습니다.
26년은 성공할듯 싶습니다.
하지만 나의 양심은 성공할까요?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