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떼에게 이념은 없다.

e티 작성일 12.12.14 11: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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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나. 해방 후 정부가 세워진 이후부터 우리는 스스로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러왔지만 그나마 사전적 의미의 민주주의에 가장 가까운 그것을 시작했던 때는 겨우 30 여년 전 안팎이다. 흔히 386세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는 우월감을 자랑삼았고, 그게 벌써 30여년이 지났다는 말이다. 


 그들도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었다. 가장 즉흥적이고 투쟁적인 포스트 20대들은 더 이상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만한, 그럴듯한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오렌지족이 되어 낭비해봤고, X세대가 되어 반항해봤다. 하지만 변하는건 없었다.


 한때, 오늘날의 20대는 사회, 정치에 관심 없는, 눈앞의 자기 앞길 헤치기 급급해 스펙을 쌓고 서로를 물어뜯는 이리떼와 같은 세대였다. 여전히 20대들은 거룩한 민주주의의 훈장을 달 수 없었고, 이제 민주주의는 오히려 기성세대의 채찍이 되었다. 이리떼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것을 하기로 한다.


 자신은 보수적이라고, 진보적이라고 편을 갈라 물어뜯지만, 이 속엔 아무런 이념도 없다. 쟁취된 민주주의의 뱃지는 거만해졌고, 이를 물어뜯는 이리떼가 있었을 뿐. 물어뜯는 명분을 위해 오히려 이념의 깃발을 등에 꽂았다. 그리고나서야 이제 이념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울분이었다. 

이러한 울분이, 알아주지 못한 그들의 가장 뜨거운 불꽃을 삭히는 이들의 방식이었다. 



결국, 누가 이기든 이리떼는 눈물로 죽을 것이다.


이 작은 산 속에서조차, 이들은 왕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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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쟁취의 대상이었고, 쟁취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사회투쟁의 유일한 아이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에도 끊임없는 사회고발이 무의식적? 혹은 강박적으로 뒤따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글을 읽다가, 정말 민주화 이후의 이념들은 사실은 이념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화를 이뤄낸 세대들을 본 젊은 세대들은 혹시 체 게바라와 같은, 젊음을 불태운 부러운 세대라고 생각을 했을까요? 사실 이 부러움에서 민주화가 가지는 중요성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 세대는 어쨌든 '무언가'를 했고, '무언가'를 이룩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것을 역사에 새겨지도록 했다.' 이것이 만고불변의 젊은 세대들이 가질 수 있는 부러움입니다. 어쩌면 이런 부러운 시샘들이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싸우도록 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정경사 게시판에 일베에 관한 말들이 많은데요. 저도 일베에 호기심이 생겨서 사이트에 가보았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찾았는데요. 유독 일베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려한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호남 5.18, 군사 쿠데타, 독재 등에 관한 입장들... 아마도 위 글처럼, 386세대를 동경하는 사회의 투쟁가들(사실 386세대를 동경한다기보단 20대의 '끓음'이 맞겠네요)과 이에 울분하는 '또 다른 의미'의 투쟁가들(이들도 결국엔 사회에 대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후에 꽂은 깃발은 비록 보수라 써 있었지만.)의 싸움이 이 말인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문득 드는 생각은, 요즘 20대는 참 외로운 세대였구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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