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남자가 본 이번 대선

내맘의풍차 작성일 12.12.24 15: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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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TK이며, 이십여년을 고향을 떠나 살았기 때문에,

가끔 시골에 들러 어르신들이 담배피면서 하시는 얘기 들은게 다이지만,

그내용을 추려서 얘기드립니다.

 

TK 지역, 시골 우리동네 대부분의 민심은, 노골적으로 "박정희 같은 사람이 휘어잡아서 통치를 해야된다..."
60대, 70대 대부분의 시골사람들이 그럴듯 합니다.

더 나이 많으신 분들은 일제시대를 겪으신 분들도 있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은 아직 일제시대 순사에 대한 기억이 있어, 아직 경찰을 무서워합니다.

일제시대와 6.25를 겪으면서, 어떻게 친일파들이 우리사회에 흡수되었는지

어르신들은 잘 모를수도 있습니다.

다만, 일제시대 친일파 조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동네에서도 친일파 > 자유당 앞잡이 > 신한국당 앞잡이 이런 식으로 3대를 이어오는 집도 있습니다.

별다른 직업 없이도, 총선, 대선을 통해 금권 선거로 한몫 단단히 챙기시는 분들이죠.

심지어는 지역의원 선거, 농협같은 조합장 선거에도 깊숙히 개입되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예전에 아버지 앞으로 십만원이 배달된적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 윗놈들은

도대체 얼마를 챙겼을까요?

(아마 도시에 사는 분들은 시골의 이런 모습을 잘 이해 못할지 모릅니다.)

일제시대와 격동기를 거치며, 반공이란 이름의 이념통일로 지배하기 좋은것은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은 마치 세사람이 있을 때, 모두가 서로 친하지 않을 때, 조금 더 친한 두사람이 공공의 적을

만들어 왕따 시킴으로써 두사람의 친분을 돈독히 하는것이랑 같은 효과 아닐까요?

 

제가 박정희라는 인물은 국사책과 인터넷 기사로만 접했고,

그 당시가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두환 시대에도 새마을 운동이란것이 있었습니다.

매달 1일, 15일은 동네앞을 청소하고,  면사무소에서 "새벽종이 울렸네~새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를 연신 틀어댔었죠.

심지어는 우리동네에서 멀지 않은곳이  전두환의 처인 이순자 여사 고향이었는데,

다른동네는 전기가 겨우 들어왔을 무렵에 아스팔트 포장이 되었습니다.


다시 박정희 얘기로 넘어와서,

박정희가 집권할 땐 적어도 지역차별은 없었던듯 하구요.
전후 격동기를 거치며, 새마을 운동,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시골같은 경우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초가집 > 기와집
보릿고개 > 세끼 해결
호롱불 > 백열등
라디오 > tv
자갈길 > 신작로
계단식전답 > 경지정리

이렇게 바뀐건 그 당시엔 아마 혁명과도 같았으리라 봅니다.
아마 우리네 삶이 어떤 대통령의 군대식 하면된다, 까라면 까 정책으로 이러한 생활수준에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면
나이가 들어도 향수가 생기지 않을까요?

대통령의 어떤 정책으로 인해 20평대 아파트 전세살던 사람이 30평대 아파트 주인이 된 정도로 혁명이라고
볼 수 없죠. 본인이 허리띠 졸라맨 것보다  기대치 이하의 노력과 정부정책으로 인해,그것도 TV에서 맨날 찬양일조로

떠드는 대통령 한사람으로 인해, 사글세 단칸방 살던 사람이 30평대 아파트 주인이 된다면 그건 혁명이라고 볼 수 있겠죠. 언론과 이념의 자유가 배제되었던 시기, 급진적인 산업화 시기엔 그런것이 가능했을 지 모르지만,

(60,70대 시골 어르신들은 초등학교 졸업도 제대로 못한 분들이 초등학교 졸업이상보다 훨씬 많습니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일정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은 또 다시 그런혁명이 일어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런것을 경험했던
세대가, 또 다시 그런 기대와 향수를 갖는건 전혀 이상한게 아닐 것 같네요.

입버릇 처럼 "박정희가 대통령되고 잘 살게 됐재. " 예. 그분들은 삼시세끼 먹는거 걱정하다 배고픔을
떨쳐버린 것만해도 엄청 잘살게 된 거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TK 지역 사람들중 1차산업에서 2차산업으로

몸담았던 사람들은 강남으로 많이 이동도 했고요. 강남이 부자동네라서 새누리당 지지하는게 아니고 강남도 엄연히 TK 사람, 그 자녀세대들이 많습니다. (기득권 = 부모세대가 친일로 인해 재산손실이 없었거나 자산증가,산업화시대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 군사정권 시대에 요직을 거쳐 어느정도 사회적 위치가 높은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결정적인 한방.
박정희도 박정희지만 육영수 여사의 역할도 큽니다.
자칫 폭주해 버릴수도 있는 남편을 잘 컨트롤 했다고 하네요. 육영수 여사가 계속 살았으면 유신헌법도
안했을거라고 어른들은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 육영수 여사의 어이없는 죽음.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불쌍해진 자녀,굴곡진 가족사. 유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에게 이만큼 동정표를 얻기 좋은것이
어디있겠습니까?

이번 대선은 1987 넥타이 부대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40대에 김대중, 노무현을 지지하다가, 50대가 되어

다시 보수를 지지한 사람도 많았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60대 이상의 향수를 자극한 박정희의 환상이 사라질려면

1970~80년대가 현대사가 아닌 근대사로 역사책이 씌여질 때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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