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제와 이동흡', 그리고 '박근혜 5년'
박근혜 새정부의 초대 총리 인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하마평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급상승하는 인물중 하나가 조무제 동아대 석좌교수(72)다. 역대 정권이 한번쯤 총리 후보로 검토했던 인물이다.
<부산일보>는 지난 15일자 기사를 통해 조 석좌교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조 교수는 '청백리'의 상징이다. 그는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때 6천400만원을 신고해 화제가 됐고, 1998년 대법관으로 취임할 때도 전 재산이 7천만원에 불과했다. 2004년 대법관 퇴임 때까지 경기도 용인 25평짜리 전세 아파트에서 살았다.
창원지법원장 시절에는 '관용차는 관내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부산에서 창원까지 버스로 출퇴근할 정도로 올곧은 사람이다. 그는 특히 대법관 퇴임 후 1년 안에 엄청난 돈벌이가 보장된 '전관예우형'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모교(동아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을 연상케 하는 꼿꼿한 일생이다. 평생을 '딸각발이 판사'로 지내온 조 석좌교수가 과연 총리직을 수락할지, 총리가 된 후 임무를 잘 소화해낼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맑은 어른이 박근혜 새정부의 초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 연일 논란을 빚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보면 박 당선인에 대한 '기대'는 '불안'으로 바뀐다.
이 후보자가 부장판사때 함께 일했다는 익명의 법조인은 지난 16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당시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이 후보자가 법원 직원에게 고속도로 톨게이트까지 운전을 시킨 뒤 톨게이트에서 운전대를 넘겨 받고 귀경하는 바람에 해당 직원은 30분 가까이 도로를 걸어서 돌아오곤 했다. 톨게이트 인근에서 택시 잡기가 여의치 않고, (대전)유성(지역)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직원은 적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야만 했다."
그는 아울러 이 후보자가 수원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관용차 운전사에게 사적인 일을 시키고 자녀 등·하교나 출·퇴근, 개인모임을 위해 관용차 운전사에게 운전대를 맡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암담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박근혜 당선인측과도 사전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측에서도 "OK"했다는 얘기다. 이동흡 파문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과 무관한 일이라며 뒤늦게 선긋기에 나섰으나, 지금도 열심히 이 후보를 감싸는 새누리당 수뇌부를 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정가 일각에서는 친박 핵심실세가 동향인 이 후보 내정에 깊게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문제의 실세는 최근 그의 미국모교 동창회때 눈도장을 찍으려는 각계인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그 위세를 실감케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조무제와 이동흡'이라는 상반된 두 예를 통해서 볼 수 있듯, 지금 박 당선인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상태다. 이미 윤창중 파문을 통해 박 당선인의 인사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박 당선인에게 윤창중 대변인을 추전한 비선조직의 심각한 하자가 드러났다. 이어 이동흡 파문이 터지니 세간의 불안은 당연하다. 박 당선인 주변의 비선조직 또는 박 당선인 자신에게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한 야당 원로는 최근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운명은 며칠 뒤 나올 초대 개각에 달려있다. 집권후 1년내에 경제민주화, 복지, 검찰개혁 등 주요 개혁을 질풍노도처럼 하겠다는 의지로 개혁적 인물들을 총리 등 요직에 기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박근혜 정권의 성패는 달려있는 것이다. 그후에는 자신과 호흡이 맞는 인물들을 써도 된다. 하지만 정권 초기에 강력한 인물들을 쓰지 못하면 박 당선인의 운명도 전임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아마 며칠 뒤면 박근혜 정권의 '5년 운명'을 볼 수 있게 될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