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한게 김대중과 노무현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들이 있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1978년경부터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한 중국은 1979년에 미국과 수교합니다. 그 후로 차츰 미국을 비롯한 민주진영과 교류를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1991년 소련이 해체되기에 이르자, 북한은 중국과 소련에 의지해서 폐쇄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북한은 냉전 이데올로기대결시대의 종말을 맞이해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유일한 수퍼파워가 된 미국에게 숙이고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독재체제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미국에게 대립하더라도 독재권력을 지키느냐.
중국과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면 북한은 아마 중국의 뒤를 따라 점진적인 개혁개방의 노선을 걸었을 겁니다.
하지만 핵무장이라는 수단이 존재했고, 북한은 핵개발을 해서 핵무장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을 억지하고 미국에 대항하며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길을 택합니다.
소련이 1991년 말에 해체되고, 북한이 1993년 NPT를 탈퇴하겠다고 생각했으므로, 북한은 1991년 말에서 1993년에 이르는 1년여의 시간 동안 독재권력을 지키느냐 포기하느냐를 걸고 향후의 핵개발 전략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했을 것입니다.
즉, 핵개발은 북한에게 있어서 독재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고, 독재권력을 지키기로 결심한 이상 핵개발은 필연적인 일이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었을 겁니다.
1. 북한이 핵개발을 완료하기 전에 북한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키기.
2.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과 회유
3.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협박과 압박
가장 확실한 방법은 1번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한반도는 전화에 휩싸였을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았으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2번과 3번이 있었습니다. 보수측의 주장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려면 3번의 방법을 사용했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제가 볼 때는 2번과 3번 다 별 효과가 없는 방법 같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개발 의지는 매우 굳건합니다. 그것만이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의 독재권력을 지켜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정말 미국이 전쟁을 기획하고 북한에게 선전포고라도 했더라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남한에서 외국자본이 다 빠져나가면서 남한 경제는 초토화됐을 겁니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경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했고, 남한측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도 손쓰지 못하고 북한은 핵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북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우리는 현상을 유지하려 시도할 수 있고, 현상을 호전시키려 시도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현상이 유지되는 한은 북한은 절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상을 호전시키려면 북한과 남한,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가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수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고,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은 태도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거부합니다.
따라서 보수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보수적인 결정으로는 북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