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이 이런 식으로 일반시민을 겁박해도 되는 것인가. 솔직히 황당하면서도 두렵다."
6일 오후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이호철(41)씨는 깊은 탄식을 쏟아냈다. 18대 대선 직전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자신을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정치ㆍ사회적 빅이슈로 부상한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이씨는 대체 무슨 관계일까. 연결고리는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다. 김씨가 대선 직전 왕성하게 글을 올리고 게시물에 찬반 표시를 한 사이트의 운영자가 바로 이씨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이름을 특정하지 않은 채 사이트 운영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아이디를 한 언론사에 제공해 개인정보를 침해 당했다며 소장을 냈다.
이씨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 가까이 혼자서 끓여왔던 속내를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국정원이 인터넷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게 오유일 줄은 몰랐다. 경찰에서 압수수색이 들어온 날 오유라는 것을 알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마음을 굳힌 듯 이씨의 음성은 점차 차분해졌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의 장을 '종북'이라는 색을 입혀 매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행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국정원이 밝힌 '종북 사이트'를 겨냥한 발언이다. 김씨는 경찰조사결과 아이디 11개로 오유에서 정치ㆍ사회 현안에 대해 정부ㆍ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91차례 작성하고, 수 백 차례의 찬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에게 5개의 아이디를 받은 지인도 같은 방식으로 오유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오유는 친북세력이 활동하는 종북 사이트로, 김씨는 고유 업무인 대북심리전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이씨는 "워낙 다양한 주제의 글이 하루 1만 건씩 올라오는데 몇 개 글을 문제 삼아 종북 사이트로 규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에 간첩이 한 명 있다고 서울이 '종북 도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루아침에 전 국민이 알만한 유명 사이트로 부상한 오유는 1998년 인쇄회사를 다니던 이씨가 취미로 지인들에게 유머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면서 비롯됐다. 수신 요청자가 60만 명까지 늘어나고 때마침 인터넷 업계의 흐름이 메일에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전환하자 이듬해 오유 사이트를 개설했다. 오유는 '유머' '좋은 글' 두 개 게시판에서 출발해 연예 철학 시사 등 어떤 주제도 다룰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그는 "월드컵, 올림픽, 대선, 총선 등 국가적인 관심사가 있는 시기에는 몇몇 게시판이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글의 비중이 높아졌다. 국정원 김씨가 오유에 등장한 것도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 이씨는 "오유같이 작은 사이트까지 와서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흔들려 한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 아래 그는 생업을 제쳐두고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했다고 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프로그래밍만 하던 소시민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섭다. 어떻게 대응할지 찬찬히 생각을 해봐야겠다"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302/h2013020702393921000.htm
mc는필독
근데 오유 운영자는 뭐라고 부르남?
일베는 새부인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