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오상진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가자서 작성일 13.02.23 1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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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오상진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바람부는언덕님 글]

 

 

지난 2월 8일 MBC의 최일구 앵커가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가 밝힌 사표의 원인은 '김재철 사장을 비록한 조직으로부터의 모멸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앵커입니다. 딱딱하고 경직된 진행을 하던 여타 앵커들과는 달리 'CNN 뉴스처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하고 싶다'란 평소 소신대로 독특한 말투와 멘트를 섞어가며 뉴스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인구에 회자되던 '최일구 어록'까지 만들어진 유명 앵커입니다. 그런 그가 모멸감을 이유로 사표를 던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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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부국장의 자리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출처 : 연합뉴스>

   

■ 그는 어떤 모멸감을 받았던 것일까?


지난해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사수'의 기치 아래 장기간 진행되었던 MBC 파업, 그는 부국장이라는 보직을 버리고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그 댓가는 방송복귀불가란 중형으로 돌아왔습니다. MBC는 그에게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이후에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브런치 교육'이라는 교양교육발령을 내려 방송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3개월의 교육발령이 끝난 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방송 복귀가 아닌 교육기간의 3개월 연장이었습니다. 그리고 MBC는 개인강연을 회사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다시 인사위원회에 회부, 또 다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최일구 앵커는 MBC에 찍혀도 제대로 찍혔고, 김재철 사장의 눈 밖에 나 버렸습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방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교양강좌를 듣게 하고, 납득할 수 없는 전보 및 인사조치를 단행한 MBC의 보복조치는 결국 그에게 30년 가까이 몸담고 있었던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심한 모멸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는 "나의 이런 사표가 김재철 시대를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데 밀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을 전하며 MBC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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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명의 아나운서가 MBC를 등지다


오상진 아나운서. 젊고 잘 생기고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던 이 사나이 역시 어제 MBC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가 사표를 제출한 이유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최일구 앵커와 마찬가지로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징계와 교육발령을 받았고 1년 넘게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방송현장을 누비며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뉴스와 각종 다양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어야 할 그들이 징계를 받고 방송과는 별 상관 없는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돼 방송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일입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서 있어야 할 곳에 서지 못한다는 상실감과 자괴감은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안겨줍니다. 이 사나이도 지난 1년을 그렇게 지내온 것입니다. 


오히려 파업을 할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습니다.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부당함과 싸우기 위해서', '불의에 맞서기 위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파업에 동참했을 때는 의욕과 희망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려 170일 동안 파업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파업 이후 그들의 눈앞에 찾아온 현실은 참담 그 자체였습니다. MBC는 파업 전이나 그 이후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사수'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김재철 사장은 파업을 끝내고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대대적인 보복인사조치를 단행하며 경영 일선에서 광폭질주하기 시작했고, 이후 MBC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완전히 포기한 채 오히려 점점 더 시청자들의 외면과 조롱을 받는 방송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170일 간의 장기간에 걸친 파업, 그들의 파업은 과연 무엇을 남긴 것일까요?


■ MBC엔 그들의 자리가 없다?


MBC가 자사의 간판 아나운서들을 방송에 복귀시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리 파업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되었다고는 하지만 파업종료 후 8개월이 넘도록 MBC는 왜 그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고 있지 않을까?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 점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최일구 아나운서에 이어 오상진 아나운서까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보고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MBC는 2013년 신입아나운서 공개채용 모집 요강을 발표했습니다. 2월 2일부터 모집을 시작해 최종면접은 2월 26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는 방송사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뽑힌 신입 아나운서들은 다음 달 11일 부터 바로 MBC 아나운서로 출근하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또 있습니다. 채용과정에 필기시험이 제외된 것입니다. 1, 2, 3차 모두 면접으로 치루어지며 기자, PD, 방송기술 등 여타 직종을 제외한 아나운서 부문만 따로 뽑는다고 합니다. 필기시험조차 치르지 않고 속전속결로 아나운서들만 모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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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측은 '(아나운서) 인원을 빨리 뽑는 것은 인력이 빨리 필요하다는 뜻'이며 특히 '예전처럼 연수를 3~6개월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가능한 빨리 선발하고, 준비되는 대로 방송에 투입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MBC가 파업에 가담한 아나운서들을 방송에 복귀시키지 않는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MBC로서는 굳이 눈엣 가시같은 파업참여 아나운서들을 방송현장에 투입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방송의 질이 떨어지든 말든, 방송사고가 일어나든 말든, 이로 인해 시쳥자의 외면을 받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권력에 기대어 정권의 입맛에 충실한 방송을 만들면 그 뿐인 것입니다. 방송의 공정성? 방송의 객관성?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이런 거 다 필요없습니다. 방송의 교본에나 나오는 화석화된 의미인 저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권력의 흐름을 따라, 권력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방송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일신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바로 이런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오늘의 MBC를 만든 남자 김재철, 당신이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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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혓바닥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 출처 : 뉴스1>


배임과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은 지난 15일 검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앞서 MBC 노조는 지난해 3월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을 문제삼아 그를 횡령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또 무용가 J씨에게 특정 업무를 몰아주었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회사공금을 사용해 J씨와 함께 충북 오송의 아파트 3채를 공동구매한 뒤, 세금회피를 위해 그 중 한 채를 자신의 명의로 계약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1월 14일 세가지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시켰습니다. 경찰의 결정은 서울 남부지검의 지휘아래 이루어진 것인만큼 검찰의 조사결과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MBC를 망쳐놓은 주범은 경찰과 검찰, 정치권의 보호를 받으며 정작 아무런 징계와 제재도 받지 않고 있는데, MBC를 살리겠다며 발로 뛴 사람들은 징계와 전보조치 속에 언제 복귀할 지 모르는 대기상태에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영방송국 MBC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입니다. 


법과 원칙이 실종된 사회, 정의와 상식이 사라진 사회, 공정성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법과 원칙을 신뢰하고, 정의와 상식을 부르짖으며, 공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핍박받고 구박받게 되어 있습니다. 


최일구 아나운서에 이어 오상진 아나운서까지 MBC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다음번엔 과연 누가 이들의 뒤를 이을까요? 김완태 아나운서 일까요? 문지애 아나운서 일까요? 서현진 아나운서 일까요? 허일후 아나운서 일까요? 최현정 아나운서 일까요? 김범도 아나운서 일까요? 


■ MBC가 그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MBC를 버린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한가지만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MBC가 그들을 버린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MBC를 버린 것입니다. 

오늘은 MBC가 국민들을 등지고 있지만 내일은 국민들이 MBC를 외면할 것입니다. 


MBC의 아나운서들이 파업 이후에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MBC 노조 파업이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쟁취'를 위한 대외적인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들이 선택한 신념을 지키기 위한 내면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어쩌면 더욱 더 어렵고 험난한 싸움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감히 말씀 드립니다. 당신들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국민들은 그런 당신들을 지지합니다.

  

앞으로 누가 또 최일구, 오상진 아나운서가 선택한 길을 뒤따를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선책을 하든 당신들의 뒷모습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당신들은 충분이 그럴 자격들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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