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대체 생략........ㅠㅠ
1.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 이종격투기 선수같이 한 대 때리고 되려 얻어터져서 아예 반신불수가 되거나 사망에 이를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깔짝깔짝 시비를 걸어 댄다는 것. 보통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북한의 상황이 지금 그렇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스스로도 그런 상황이란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박봉주 같은 사람을 총리로 내세우는 것도 가능했다. 잃을 게 없는 자들이라면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박봉주를 내세운다는 것은 그만큼의 다음 포석을 보고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 포석이란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굴복이다.
2. 만약, 지금 시점에서 전쟁이 일어나서 확전된다면 그것은 북한발이 아닌 미국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을 포함한 6자 중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요인이 누가 가장 큰가를 보자. 누가 가장 휘청거리고 있고 어디서 뭔가 하나 사건이라도 터져주길 바라고 있는 입장인지의 문제로 보면 그렇다. 미국의 내부 사정은 예전처럼 그렇게 풍요롭지 않다.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줄 돈이 없고, 군비 등으로 들어가야 할 돈은 많고, 그만큼 걷어야 할 세금도 많은데 세금의 재원인 미국의 99% 국민들이 거지가 되어간다. 그 중에서도 부유한 1%들의 돈잔치는 물마를 날이 없지만 여전히 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정부들은 미친듯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며, 빚만으로 보면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 마치 한국의 IMF가 미국에서 터진 것과 같은 것이 2년 전부터의 형국이다.
3. 이런 미국의 국채를 사주고 있는 큰 국가들이 있다. 현재 미국 국채 보유의 1위는 중국이다. 한국도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이 국채 파워가 어느 정도인가. 한국에서 국채 자금회수를 하겠다는 뜬소문 하나에 월가가 다 미쳐버렸던 적이 있다. 그 소문이 뜬소문으로 판명나기까지 월가가 벌인 생쑈들은 그 국채 파워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중국에서 사절이 왔을 때는 최고급의 국빈대우를 하며 굽신거려야 했던 것이 오바마 행정부다. 금융위기가 터졌음에도 다시 그 원흉들을 요직에 등용할 정도로 미 금융권과 결탁하고 언론에 광고비를 대주며 거의 장악하다시피한 오바마에게 있어서, 중국의 눈밖에 난다는 것은 자멸의 길과 마찬가지다. 모든 돈의 문제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4. 바로 이 지점이 미묘한 부분이다. 한 편으로는 전쟁이 나면 자신들의 목숨과 피와 미사일을 갖다바쳐 진 빚을 해소할 국가가 하나 있다.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전쟁이 났을 때 자금회수 및 전면전 등으로 미국을 파탄에 몰아넣을 국가가 하나 있다. 한반도가 예전의 베트남 상황 같았다면 미국은 어떤 국가의 눈치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눈치를 봐야 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지금 북한이 뺨때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뺨을 때렸다는 명분이 서면 그 다음서부터는 일사천리다.
5. 북한이 이것을 모를까. 알기 때문에 북한이 이럴 수 있는 것이다. 별 배짱두둑한 짓을 다 해도 북한이 태연자약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절대로 미국의 '뺨'을 때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북한도 배짱부리기로 나서고 있는 지금의 형국은 그래서 불안하지 않다. 너 이 개샛갸 십샛갸 하면서 삿대질과 욕은 오갈지라도, 결코 주먹을 섞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쯤은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괜시리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놈들이 더 손에 땀을 쥐고 관전을 하며 지들이 더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데 있다.
6. 북한은 장기적으로 미국이 굴복해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만큼 중국이 한반도 상에서 미국에 대한 견제와 통제권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도 한 가지 점은 안다. 세들어사는 놈을 뺨때려 가며 돈내놓으라고 하기 보다는 어르고 달래서 말듣게 하는 것이 모양새든 결과든 좋다는 것을. UN안보리에서의 중국의 입장표명과, 그 이후에도 북한에 관련해 입장 변화는 없다고 천명하는 모순된 중국을 보라. 그렇기 때문에 긴박해 보이는 모든 것은 기실 긴박하지 않다. 그럼에도 쏘삭질을 해대는 것들이 있다. 이 때를 놓칠세라 이념정 정치적 금전적 이득을 보려는 언론과 정치의 무리들. 더 웃기는 지점은, 자기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데 있다. 해야 되니까 한다는 개념 아래 자신의 프레임만을 꾸준히 내보이며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갈 뿐이다. 그 와중에서 외교적 바보 꼴이 되는 이치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7. 가장 원만한 마무리라면 아마도 북한 쪽에서 큰 양보 하나를 전제로 말을 걸어와 미국이 응 알았어 하면서 물러나는 것이 좋은 모양새일 것이고, 그 때의 피크 타이밍은 끼리끼리들 알아서 조정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이후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통합해 볼 때는 이런 게 더 이치에 맞는데, 클라이막스만 잘 조정하려는 생각은 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 내부문제로만으로도 북한에 신경쓸 상황은 아니지만 북한에 관련된 미국 언론 뉴스는 알아서 소스 잘 써먹고 있고,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내부 정비가 되어서 좋다. 이런 배짱튀기기에선 누구도 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런 모양새가 아닌 또 다른 방법이라면,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중국은 어르고 달래는 역할만을 할 뿐 적극적인 모양새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이들도 개입의 타이밍을 재면서 아직 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그렇게 북한은 또다시 타협을 할 것이고, 결국 한국은 또 다시 아무것도 못한 바보로 남을 것이다.
사족으로,
북한도 아마, 한국이 바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YS때보다 훨씬 더 한 바보들이 윗선에 앉아있는.
그렇지 않고서야,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말을 심심풀이 땅콩처럼 꺼낼 수는 없을 테니.
(서울 불바다 발언 94년 당시 YS가 대통령이었다는 걸 떠올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