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MB정부때 267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20조원 이상의 국부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MB정권 후반부인 2010년 12월에서 2012년 2월까지 1년 3개월 사이에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4개국과 LNG를 매년 1천734만t씩 수입하는 중·장기도입 계약 7건을 무더기 체결했다.
총계약 물량은 3억4천680만t(20년 기준), 금액은 267조여원(LNG t당 700달러 기준)으로 국내 소비량의 10년치에 이를 정도의 엄청난 규모다.
이는 가스공사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건 이상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짧은 기간에 ‘왜’ 20년짜리 계약을 집중적으로 맺었는지에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도입 물량이 더해지면서 2010년 2천450만t이던 중·장기공급 물량은 2015년에 3천534만t, 2017년에는 3천552만t까지 늘어난다.
이밖에 2017년부터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PNG)를 매년 750만t, 모잠비크산 420만t, 파푸아뉴기니산 800만t 등과 함께 소량이지만 포스코, GS, SK 등의 자가소비물량 수입분까지 합치면 가스 도입량은 이미 국내 소비량(3천700여만t)을 뛰어넘어 1천만t 이상이 남아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1천억여원의 건설 비용이 드는 10만t 규모의 저장시설을 수십개 더 짓든지, 아니면 천연가스를 수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면서 다시 수출해야 할 지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세계 가스업계는 1~2년 안에 ‘셰일가스’의 소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LNG 가격이 최소 1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엉뚱한 장기도입 계약을 맺은 우리나라는 천문학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가격과 수요 전망도 없이 최소 2020년까지 장기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20조~25조원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면서 “국제 LNG 가격이 내려도 국내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부담과 산업계의 가격 경쟁력 약화 등 천문학적인 무형의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LNG 공급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고, 우리 예측으로는 그렇게 많은 양이 남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수덕 아주대 시스템에너지학부 교수는 “260조원이 넘는 엄청난 계약을 공기업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무슨 이유로 장기 가격예측도 없이 짧은 기간에 엄청난 물량을 계약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감사원이나 사정기관이 나서 가스공사 계약의 진실을 밝히고 수십조원의 국가적인 손해를 입힌 산업부와 가스공사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서울>은 전했다.
한편 대표적 'MB맨'인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잔여임기를 반년 앞두고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출신인 주 사장은 MB정권 출범직후인 2008년 9월 취임 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주강수 사장에게 해외자원 개발 공로를 명분으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