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이모(31)씨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더 커진다. 대학을 졸업한지 3년이 지났지만 준비하는 시험에 번번이 낙방, 아직도 '백수'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 준비하던 시험은 기흉이 생겨 응시조차 못했다.
이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부모님께 변변한 선물도 못해드릴 것 같다"며 "외아들이라 금지옥엽처럼 키워주셨는데 효도는커녕 취업조차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이씨와 같은 30대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평균 취업 연령이 30대로 높아졌지만 정작 정치권이 추진하는 고용 대책은 20대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선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공기관 신규직원 채용시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을 총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렇게 되자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30대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29.6세이며 30대 실업자는 18만7,000명으로 20대 실업자 32만7,000명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숫자다. 지난 2일부터 30대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다음 아고라에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서명운동 청원글에서"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 중에서 전체 정원의 3%를 새로 뽑는 곳이 있느냐"며 "당장 내년부터 30대 취업 준비생들은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년고용률을 높이려면 일자리를 창출해야지 왜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느냐"고 지적하며 "이런 법안을 만들지 않아도 30대는 이미 사기업에 원서 넣어볼 용기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까지 이 서명운동에는 2,300여명이 참여했다.
'31살까지 취업 못하면 절단난다'는 뜻의 '3.1절'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30대 취업 준비생들의 위기감은 고조돼 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구직자 B씨(32)는 "한 사기업에서 직접적으로 나이를 문제 삼으며 채용이 곤란하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며 "비교적 취업 연령이 높은 공공기관까지 30대를 배제하면 30대는 설 자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서울에 사는 취업 준비생 A(31)씨는 "백수로 어버이날을 맞는 것도 면목이 없는데 국회에서 대놓고 30대를 차별하니 더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김관영 의원은 6일 홈페이지를 통해 "본 법의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선량한 누군가가 나이로 인해 차별받게 된다면 공정하다 할 수 없으므로 보완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안을 입안했던 당사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