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곳에서, 사실상 같은 사안을 두고 두 개의 서로 다른 판결이 나왔다.
한 사람은 법원이 그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자유의 몸이 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법원이 청구된 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두 개의 다른 판결.
자유의 몸이 된 사람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맴버 주진우 시사인 기자다.
영어의 몸이 된 사람은 같은 좌파진영 인터넷신문인 <서울의 소리> 백은종 편집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동생인 지만씨가 5촌 조카 살인사건에 연루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두 사람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들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안이 사실상 같은 만큼 두 사람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역시 같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언론자유의 한계를 다루는 사건.
수사경과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
주진우 기자에게 청구된 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
관련 사건 재판 중에 본 건 범행을 하는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백은종 편집장에게 영장을 발부하며
두 사람의 영영실질심사를 맡은 법관이 달랐고,
세부사항에 있어 두 사람의 범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두 사람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법원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
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김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관련 사건 재판 중에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이라면, 주 기자에 대해서도 영장이 발부됐어야 맞다.
주 기자는 박지만씨의 5촌 조카 살인사건 의혹 말고도, 다양한 의혹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사건 무마를 위해
1억5,000만원짜리 굿판을 벌였다][박근혜 대통령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유착관계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이 10조가 넘는다]
<나꼼수>를 앞세운 주 기자의 의혹 공세는 박 대통령만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
주 기자는 우파 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향해서도,
대선 직전 불거진 [십자군 알바단(심알단)] 활동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퍼트렸다.
위의 예를 보더라도 주 기자의 [죄질]이 백씨의 그것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재범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해도,
주 기자가 백씨보다 낮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매체의 영향력에 있어서도
주 기자의 <나꼼수>와 백씨가 몸 담은 <서울의 소리>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미권스(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 팬카페 모임)>를 비롯한 20~30대 좌파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나꼼수>의 위세는 대단하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보여준 나꼼수 지지자들의 힘은
제1 야당인 민주당이 눈치를 볼만큼 위력적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판결결과에 좌파진영도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의 다른 맴버인 김용민 전 민통당 당협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파문 확산을 경계하기까지 했다.
“백은종 선생 관련 보도, 한겨레, 경향 어디도 단 한 줄의 언급도 없었다.
스크린할 시간이 없었다.
무심하다, 차별한다는 억측은 과하다.
자제를 부탁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이 둘 다 불구속을 했을 때 눈치가 보일 수 있다.
나쁜 의미에서 고려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죄질]과 [재범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결과는 반대로 나왔어야 했다.
법원의 기준대로라면 영장이 발부됐어야 할 대상은 주 기자이지 백씨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지붕 두 판결]을 두고, 네티즌들이 법원을 맹비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법원이 <나꼼수>와 <미권스>의 눈치를 보느라,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법원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한 군소언론을 희생양 삼아,
체면을 지키려 했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