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만 국민? 국정원 색깔론에 멍든 나라

가자서 작성일 13.05.20 22: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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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만 국민? 국정원 색깔론에 멍든 나라 [오주르디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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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법 제3조 1항에는 국정원의 역할 범위를 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국정원의 탈선, ‘비뚤어진 종북관’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개입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시민단체를 사찰할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느 한쪽을 편들며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을 적으로 취급해도 된다는 규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드러나는 국정원의 행각을 보면 본연의 역할 범위를 벗어나 심각한 ‘탈선’을 해왔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의 국정원이 아니다. 보수진영과 보수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국정원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국정원이 ‘탈선’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잘못된 ‘종북관’이다. ‘종북’이라 함은 ‘북한 체제를 지지하고 추종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MB 정권 5년 동안 국정원이 실천한 ‘종북’에 대한 정의는 달랐다. MB정권과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이념적 대립관계에 있는 정치인과 시민단체를 죄다 ‘종북’으로 규정했다. 절반의 국민을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매도한 셈이다. 국정원의 ‘종북 몰이’ 사례는 수두룩하다 그 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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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몰이’의 실태...몇 가지 사례 들여다보니

 

▲‘반값등록금’은 좌파의 공세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좌파의 등록금 파상 공세 차단’이라는 국정원 문건에는 반값등록금 주장을 종북좌파의 책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 B실 사회팀이 2011년 6월 작성한 이 문건은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 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해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 자료로도 게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등록금 인상은 노무현 정부의 실책이지 MB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권영길 전 민노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의 자녀가 해외 유학 전력이 있다며 이것이 “좌파 인사들의 표리부동한 이중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를 심리전에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도 빼놓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종북좌파, 제압해야 할 대상”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한 달 뒤인 2011년 11월 작성된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이라는 국정원 내부 문서는  그 내용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박 시장을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국가기관과 민간단체까지 동원해 박 시장을 제압해야 한다며 공격 방안까지 세세하게 언급했다.

 

또 박 시장이 ‘좌편향 독선적 시정운영을 통해 국정안정을 저해하고 야세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고소고발된 사안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과 함께 시정 운영상 불법행위에 대한 사정 활동을 강화” 것을 검찰과 경찰에게 주문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또 감사원과 행안부 감사를 통해 박 시장을 압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등장한다.

 

▲서울시 ‘희망정책자문위’도 종북 좌파

국정원이 만든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도 가관이다. 서울시가 정책 자문을 받기 위해 2011년 11월 50여명 규모로 구성한 자문위원회에 대해 “종북좌파 인물들이 시정에 깊숙이 개입해 좌편향 정책 남발”하고 “국가적 현안사업 발목잡기, 공직사회 좌파이념 오염 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에 참여한 인사들을 ‘반정부 인물’로 낙인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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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한겨레 신문>

 

▲주민자치 공동체 ‘성미산마을’은 “종북좌파 양성소”

1994년 공동 육아 등 주민들의 자치적 움직임으로 태동한 마을공동체인 ‘성미산마을’(마포구)에 대해서도 종북좌파 프레임을 적용했다. 국정원은 성미산마을에 대해 “종북좌파 인물이 중심이 돼 주민(1000여명)이 만든 곳”이라며 “주민자치 공동체라는 허울아래 좌파단체 지원 및 주민들에게 편향된 이념 사상을 주입시켜 좌파 인물을 양성하려는 불순한 저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광장은 좌파단체의 시위 전유물”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정한 조례에도 '비뚤어진 종북관'을 들이댔다. 박 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이 “시의 권한을 침범했다”며 제기한 조례 무효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서울광장)이 좌파단체의 전유물로 전락되는 등 시민 여가공간으로 기능을 상실했다”며 “비난 여론전과 함께 정부차원의 소송 제기 등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시 개발사업은 “좌파 자금줄”

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노후 주택 소규모 보수개발 정책인 ‘두꺼비 하우징’에 대해서도 황당한 주장을 폈다. 국정원은 이 개발사업이 좌파단체에게 맡겨져 “좌파 자금줄”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민 불만 동향을 언론을 통해 공론화해 시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종북론 확산

SNS상에서도 조직적으로 왜곡돈 종북론을 확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타파>는 심층보도를 통해 "다수의 핵심계정이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면 보조요원이 이를 SNS상에 유포하고, 리트윗을 전문적으로 하는 봇 계정을 통해 이같은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트윗 계정의 내용은 ‘오늘의유머’ 등 인터넷 공간에 올린 내용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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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종북세력, 내부의 적”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전교조를 ‘종북단체’로 규정하며 ‘내부의 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 진보성향의 국회의원들과 민주노총도 '종북'으로 몰아세우고 직원들에게 국정원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가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명예훼손,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해 놓은 상태다.

 

▲“(4대강 비판하는) 환경연합은 종북세력”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환경연합이 4대강 녹조 오염 문제를 제기하자 국정원은 색깔공세로 맞섰다. 환경연합을 ‘종북단체’로 규정하자 일부 보수언론들이 국정원 주장을 근거로 해 이를 기사화했다. 환경연합이 강하게 항의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국정원은 종북 주장은 “실수였다”며 “우리 원(국정원)은 환경운동 연합을 순수한 시민단체로 평가하고 있다”며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종북좌파 논란 키우기 위해 ‘간첩 사건’도

2012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여당을 도울 목적으로 보수언론과 말을 맞춰 '간첩론'을 확산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2011년 6월 국정원장은 해외정보관 C씨를 기밀누설 혐의가 있다며 해임시킨다. 이에 반발한 C씨는 국정원장에게 징계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거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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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C씨는 2012년 2월 행정법원에 해고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 무렵 <조선일보>가 ‘국정원 직원 간첩설’을 보도한다. 총선을 두달 앞둔 2012년 2월 7일 <조선일보>는 ‘국정원 직원이 기밀누설...북 간첩에 전달돼’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정원 전 직원인 C씨가 어떻게 정보를 북측에 빼돌렸는지 그 상황이 자세히 기술된 기사를 내보낸다.

 

<조선일보>가 어떻게 알았을까. 법정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소장을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사건과 무관한 이가 소장을 열람하는 건 불법이다. 따라서 기자의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국정원이 <조선일보>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징계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던 국정원이 <조선일보>에 세세한 정보를 알려준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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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정보를 북측에 직접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기자를 접촉한 사실이 있지만 정상적인 정보활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호소한다. 제3자를 통해 북한으로 정보가 넘어갔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린 셈이다. 황당한 점은 <조선일보> 인터넷 일본어판에는 기사의 출처가 ‘국정원’으로 표기돼 있는 반면, 국내기사에는 국정원 출처 표기가 빠져있다. 총선을 앞두고 종북 여론몰이를 하기 위해 직원까지 간첩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51%만 '국민', 48%는 '종북'?

 

국정원이 다양하고도 은밀한 방법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여론을 조작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일반국민까지 싸잡아 ‘북한을 추정하는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48%의 국민을 ‘종북’으로 매도한 거나 다름없다. 비뚤어진 ‘종북 프레임’이 대한민국을 멍들게 한 것이다. 국정원의 '색깔론' 때문에 생긴 멍자국을 씻어내기 위한 첫 단계는 국정원의 위법행위를 낱낱이 밝혀 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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