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위안부 기념관' 건립도 막았다
참여정부가 독립기념관 내에 위안부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한 것을 이명박 정부가 백지화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참여정부 마지막 여성가족부 수장인 장하진 장관은 지난 2007년 8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사업과 관련해 8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약 1650㎥(약 500평)의 단층 건물을 2년내에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 재원은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이 협의해 조달하기로 했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기념시설은 일반 시민과 뜻있는 일본인들의 성금을 모아 지난 1998년 경기도 광주시에 350㎡ 규모로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7일 조원진 새누리당이 독립기념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독립기념관 이사회는 제70차 임원이사회를 열고 이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는 참여정부가 레임덕에 걸린 말기로, MB정권 출범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는 "여성독립운동관의 이름으로 짓는 것은 가능해도 일본군강제위안부 피해자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독립기념관 내에 기구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 "우리 독립기념관은 성역인데 이곳에 위안부회관을 짓는 것이 말이 되냐", "여성위안부는 희생자이고 독립운동의 주체가 아니다", "여성독립운동과 피해시설과는 구분돼야 한다" 등의 발언 기록이 남아있다.
여성부 역시 2007년 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계획을 확정했다가, MB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12월 발표한 3차 계획 수정판에서는 기념관 건립사업을 아예 제외시켰다.
이처럼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반대한 데다 여성부도 동조하면서 해당 사업은 대폭 축소·변경돼, 당초 500평의 단층 건물을 신축하려던 계획은 10분의 1 규모로 독립기념관 제2전시관 내에 위안부 전시물을 보강하는 정도로 그쳤다.
조 의원은 이와 관련,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며 일본 곳곳을 다니셨고,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 집회를 열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계신다"며 "여성부 측에서 예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계획을 무산시킨 것은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거나 덮어두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무관심 속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이제 겨우 59분 남아 계신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해서 위안부 기념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에 전향적 접근을 촉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SNS에서도 독립기념관과 MB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전우용 역사학자는 트위터를 통해 "선열들이 왜 독립운동을 했는지,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네요"라며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를 잊으면,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이 한갓 폭도가 돼 버립니다. 일본 우익과 한국 뉴라이트가 왜 그토록 기를 쓰고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요?"라고 일갈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게 순국선열을 모욕하는 겁니다. 그분들은 일본 편에 붙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싸운 겁니다.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천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며 거듭 독립기념관과 MB정부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