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채널A,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

가자서 작성일 13.06.07 14: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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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채널A,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   [다람쥐주인님 글] 

 

 

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보도한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의 <김광현의 탕탕평평>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채널A의 권순활 보도본부장은 “사건 검증 부족을 인정한다"면서도 한 심의위원이 “증언자가 5·18 때 광주에 왔다는데 무슨 근거가 있냐”고 묻자 “그럼 (북한군이)오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느냐?”고 반문하여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5월 17일에 있었던 왜곡보도를 처벌받으러 나온 자리에서 또 다시 5.18을 왜곡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어제 하루 수많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그의 발언을 다시 한번 조롱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그의 사고체계를 잠시 엿보기로 한다.

 

 26332F4F51B0B3D027DE31<5.18을 대하는 채널A의 태도는 마녀재판을 연상케한다>

 

마녀재판방식과 유사한 5.18 검증방식

 

유럽에서는 13세기 초부터 약 600년간  9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마녀재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미망인과 부랑아, 정신질환자들이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했고, 재판관들은 그들에게 마녀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증명의 방법은 간단했다. '피고'의 몸에 돌을 매달아 물에 빠뜨린 뒤 가라앉으면 사람이고, 떠오르면 마녀였다. 몸에 불을 질러 타오르면 사람이고, 타지 않으면 마녀였다. 마녀로 몰린 그들이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북한군이 (광주에) 오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느냐?”라고 반문하는 권순활 본부장의 태도는 흡사 여성들에게 스스로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던 중세 재판관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5.18은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확신에 찬 가설을 세워놓고 '피고'에게 스스로 가설을 증명하길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프랑스 알사스 코르말 지역의 재판관들이 300년 동안 사용했던 '마녀 심문항목'이다. 

 

 1) 당신은 마녀가 된 지 몇 년이 되는가?

 2) 마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3) 당신이 선택한 남색마의 이름은 무엇이었는가?

 4) 악마에게 어떤 것을 서약했는가?

 5) 마녀집회에는 어떤 악마와 인간이 출석했는가?

 6) 집회에서는 무엇을 먹었는가?

 7) 당신의 공범자는 누구인가?

 

피고는 반드시 정해진 질문에만 답변해야 했고, 어느 항목에도 결백을 해명할 기회는 없다. 재판관은 이미 피고가 마녀임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오로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질문만을 던진다.

 

다음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제작진이 탈북자 김명국(가명)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방송의 증언을 바탕으로) 

 

 1) 누가 남파됐는가?

 2) 언제 남파됐는가?

 3) 광주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했나?

 4) 광주에서 무엇을 보았나?

 5) 북한 복귀 후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제작진은 5.18당시 광주에 북한군의 침투가 있었다는 가설을 기정사실로 보고 이를 확인할 '증인'으로 김명국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채택했다. 위 질문들은 객관적인 보도를 위한 취재라기 보다는 제작진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채널A가 김명국에게 던진 질문들은 마녀재판 심문항목의 성격과 아주 유사하다.  

 

제작진은 김명국이라는 증인에게 대체 어떻게 대규모 부대병력이 내륙 광주까지 침투할 수 있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 또 그들이 어떻게 연기처럼 광주에서 사라졌는지에 관해 묻지 않았다. 그것들을 묻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가설의 증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마녀의 재판관들 역시 피고의 결백가능성에 관해 묻지 않았다. 

 

종편의 미래 보여주다  

 

중세 마녀재판에서 인정되는 증인, 증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 피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행하는 경우에 한해 증인으로 인정한다.

 - 마녀도 다른 마녀의 죄를 증언할 수 있다.

 - 마녀의 죄에 대해서는 모든 종류의 인간이 증인으로 인정된다. 

      

채널A <탕탕평평>이 취재원 김명국을 섭외-인용하는 방식은 중세 마녀재판이 증인과 증언을 취사?선택하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5.18의 '정설'을 증언할 사람들은 바닷가의 모래알 만큼이나 흔하다. 수천 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심지어 신군부의 가해자들조차 그것을 인정한다. 5.18의 정설을 증명할 증인을 섭외하는 일은 정체불명의 탈북자 김명국을 섭외하는 것의 1/1000의 수고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채널A는 5.18민주화운동 33주기를 앞두고 굳이 '희귀한 경력'을 가진 탈북군인 김명국을 찾아내 그의 발언을 인용했다. 결국 참사의 원인은 탈북자 김명국이 아니라,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던 제작진의 잘못된 가설이다. 

  

마녀재판에 900만 명의 여성들이 체포됐던 근거는 우습게도 '소문'이었다. 누군가 마녀라는 소문을 만들어내고 이웃을 교회에 고발하면 그여자는 곧바로 마녀가 되어 처형되었다. 물론 소문들은 모두 근거없는 것들이었고, 그들에 대한 고발은 모두 무고(誣告)였다. 마녀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채널A 권순활 본부장이 믿고 있는 '5.18 북한군 침투설'역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따위에 돌고있는 '소문'이다. 그 소문의 성격은 '옆집 아주머니는 마녀'라는 소문과 비슷하다. 그가 믿고 있는 '5.18 북한특수부대'의 존재는 중세의 사람들이 믿었던 마녀의 존재와 같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문의 '증인'을 찾아내 방송에 내보냈던 그의 행동은 이웃을 마녀라 믿고 죽음으로 몰고갔던 중세사람들만큼이나 아둔하고 위험하다. 종편에서는 이런 인물이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종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런 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이상 종편의 단명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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