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는 통계로 어떻게 국민들을 속였나? [선대인님 글]
6월
18일자 한겨레 1면과 4,5면에서 전한 이명박정부의
통계 조작 행위는 국정원 선거 개입에 이어 정말 심각한 문제다.
하는 일의 특성상 나는 각종 통계를 매우 많이 들여다보는데 그 동안 분배지표
들여다보면서 가졌던 '통계조작' 의구심이 그냥 심증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노무현정부 때까지 계속 높아졌는데 경제위기 시작된 이명박정부 들어
오히려 지니계수가 더 낮아지는 것으로 통계를 조작했다. 그런데도 이런 통계조작을 통해 이명박정부는 '노무현정부 때 악화된 소득격차를
개선했다'고
홍보한 것이다. 현실을 바꾼 게 아니라 통계를 조작해 사람들 인식을 조작하려 한 것이다. 이는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범죄행위다.
더구나
한계레 보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작성된 지니계수 지표가 포함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대선 직후에 공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통계는 정확한 현실 진단과 대책을 내놓기 위해 꼭 필요한 국가 운영의 필수
인프라다. 통계가 왜곡되거나 부실하면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고 결국 국민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가
‘고성장 기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했던 것처럼
보험료나 금반지 같은 것들을 물가개편 작업 때 넣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아진다. 실제로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4.0%로 한은의 물가통제 목표 상한선을 찍은 수치였다. 만약 이전 물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갔더라면 그 수치는 4.4%로 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더 많은 분노를 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물가통계를
실제보다 낮게 나오도록 마사지하면 한은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 경우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계속 지속돼 대다수 일반가계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실
이밖에도 통계조작 의혹이 드는 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향후 인구추계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은 2011년 새로운 인구추계 결과를
내놓으면서 갑자기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2018년에서
2030년으로 변경했다. 갑자기 무슨 사회경제적 큰 변화
발생한 것도 아닌데 12년이나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늦춘 것이다.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늦춰잡은 가정 몇 가지를 보니, 2007년 이후 출산력이 가장
높은 30대
전반 여성의 일시적 인구 증가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거나 이명박정부의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인한 국제인구순유입이 지속된다는 식으로 매우
낙관적으로 가정했다. 이미 올초부터
30대 전반 여성의 인구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출산율도 떨어지는 등 그 같은
낙관적 가정이 현실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렇게 낙관적 가정이 너무나 당연한 듯이 통계청 추계로 발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종 연구와
정책들이 이뤄지니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 시기가 늦춰지면 건설업계가 주택 공급을 더 지속해야 하는 명분이 되기도 해 결국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주택시장이 더욱 과포화상태가 되게 만든다. 또한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인구감소 시기가 늦춰져서 2030년까지는 대세하락이 안
일어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억측이길 바라지만 나는 실제로 정부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인구감소 시기를 늦추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또한 인구추계가 좀 더 낙관적으로 달라지면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재정추계도 실제보다 낙관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통계 왜곡이 일으키는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정부가 기초통계를 입맛대로 왜곡해 보도자료로 내놓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계까지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기획재정부가 실효 법인세율 부담 관련 통계를 왜곡한
경우다.
2012년 들어 한겨레신문 등 상당수 언론이 삼성전자 등 재벌대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이 매우 낮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자 기획재정부는 2012년 7월 19일 이를 반박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세통계연보를 이용한 실효법인세율을 거론하면서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3.1%로 낮은 반면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7.7%로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보도참고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분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림1>을 보면 과세표준 구간별 실효법인세율 변화 추이를 숨긴 채 자의적으로 나눈 중소기업과 대기업 분류를
통해 상황을 호도했다.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으로 분류한 대상기업은 상대적으로 실효세율이 낮은 50억원 이하
기업 23만 2837개 기업이었다.
명목세율
10% 적용대상인 과세표준 2억원
이하가 79.5%를 차지해 실효세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잡은 것이다. 반면 대기업은 현행
최고세율 22% 적용 대상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으로 잡았다. 언론은 삼성전자 등 극소수
재벌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 부담이 중견기업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대기업의 범위를 넓게 잡아 사실상 '물타기'를 한
것이다.
<그림1> 기획재정부 실효법인세율
왜곡
주)
2011년 국세통계연보 및 기획재정부 보도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실효법인세율이 200억원 이상~500억원 초과 구간을 지나면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실효 법인세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기획재정부가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자의적으로 구분해 실효법인세율을 제시하다 보니
5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100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과표 구간
기업들이 기재부 분류에서는 통째로 빠져 버렸다.
꼭
통계 조작이나 마사지, 통계 왜곡이 아니더라도 실업률,
물가,
부동산 가격, 미분양
물량, 심지어는
GDP통계까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부실한 통계들이 국내에는
수두룩하다. 그런 부실 통계들을 바탕으로 국가운영을 하니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제대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통계가 엉터리니 코미디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모두가 체감하듯이
고용난이 매우 심각한데도 일시적으로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자영업 일자리가 많아지니 박재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대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국민은행 주택가격은 3%밖에 안 떨어졌는데도
4.1종합부동산대책 같은 대대적 부양책을 내놓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국민들이 불쌍할 뿐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몇 년 전 “일반 국민들이 부동산 호가에 속지 않도록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왜 국민들이 보기 편하게 만들지
않느냐”고 LH공사에 문의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위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요,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익히
알다시피 한국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다. 정부 정책이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나
‘상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은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보들을 주로
보도한다. 그런데 이 같은 정보 왜곡을 바로잡고 공익에 봉사해야 할 정부부터가 오히려 기초통계를 조작 또는
왜곡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통계는 국가운영의 기초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정권의 입맛에 따라,
또는 일부 정부 부처의 관료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중대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통계 조작이나 왜곡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뜩이나 부실한 통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 구축체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