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국정원 국정조사 연기하는 이상한 국회

가자서 작성일 13.07.30 20: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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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고 국정원 국정조사 연기하는 이상한 국회   [데미안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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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처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


대학시절, 괴짜로 소문난 한 교수님이 후배들과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식사자리에서 이 교수님은 마음껏 먹으라는 말 대신 적당히 먹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식비를 걱정한 이유가 아니다. 일 하는 것 이상으로 먹는 건 먹는 게 아니라 '처먹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에는 역시 괴짜라고 생각했지만, 이 말에 담긴 의미가 크다는 걸 지금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만이 무엇이든 소비할 자격이 있다는 것. 오늘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얼마나 드셨을까.


국회가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사흘만에 끝내겠다고 합의했다.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던 국정원 기관보고는 오는 5일 비공개로 실시하고, 청문회도 7일과 8일 이틀만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45일 간의 국정조사 기간 중 절반 이상을 정쟁으로 소모하더니, 남은 기간도 유유자적 보낼 모양이다. 낌새를 보니, 그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 분들은 밥을 처먹기만 할 모양이다.


국정조사 사흘만 진행, 사실상의 파행


그동안 이번 국정조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왔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범죄행위이며 이것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후속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사회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고 말이다. 지난 주에는 2만 5천명의 시민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기도 했다. 그러나,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라는 국회는 이러한 민의를 대변하진 못할망정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8월 5일까지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한다. 폭염 속에도 촛불을 든 국민들의 분노 앞에 덥다는 이유로 휴식을 취하겠다는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없다. 민의를 제대로 알고 있긴 하나.


사흘만에 국정조사를 끝내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 짧은 기간에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정원 개혁과 제반 조치들을 마련할 수 있을까. 사흘은 국정원 등의 잘못을 밝히기에도 너무나 짧은 기간이다. 새누리당이야 처음부터 국정조사에 성실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에 합의를 한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김현, 진선미 의원의 국조특위 위원 배제 문제로 새누리당과 다퉈왔고, 증인과 참고인 결정문제에 대해서도 쉽사리 양보하지 않았던 그들의 행동은 국정조사에 대한 열의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열정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일까.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날 국정조사라면 애초에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야기했을 뿐이다.


권성동 '너무 더워' 국정조사 연기. 야당도 헛소리만.


'지금은 하한 정국이고 다른 국회의원들은 다 쉬는데 7월 말은 너무 더워 8월 5일 하기로 했다'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말도 우습지만, 사흘 간의 국정조사에 합의한 후 '국정조사를 반드시 완주시킬 것'이라고 말한 전병헌 원내대표의 태도는 더욱 황당하다. 국정조사를 완주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국정조사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판단이 불가한 모양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피말리는 3일간, 파행시키려는 새누리당에 어떻게든 국조특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점 때문에..부족하지만 솔로몬 재판정의 어머니 심정으로 합의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부디 솔로몬 재판정에 선 어머니를 모욕하지 말길 바란다. 그 어머니는 적어도 아이를 지킬 것이라는 진심이 있었다. 사실상의 국정조사 파행에 합의한 그들이 어떻게 그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진심을 가지고 있겠나.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다. 국회가 제 역할에 충실하다면 더위를 이유로 국민들이 원하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연기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흘간의 졸속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정쟁으로 인해 소모된 국정조사 기간 연장해 철저한 조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기간을 축소할 것이라니,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믿음은 없었지만 이것은 해도 너무하다.


국회와 국회의원에겐 사명감을 가지고 다해야만 할 책무가 있다.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그들이 받고 있는 국민들의 피땀이 어린 세금들은 낭비하는 재원이 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그들이 해야 할 업무들에 충실하길 바란다. 적어도 밥을 처먹는 놈이라는 비난만은 피해야 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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