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론은 민주당의 자기 발목 잡기?

패션좌파 작성일 13.08.12 16: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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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001609409_STD.jpg▲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9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비난하며 월급생활자의 지갑을 털어간다는 의미의 '유리지갑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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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두고 '세금폭탄'이라며 맹폭을 쏟아낸 민주당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증세에 대해 "등골 브레이커"라며 날을 세운 것은 '자기 발목 잡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세제개편안 중 중산층 세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림에 따라, 민주당이 추진하던 '세금폭탄' 저지 운동도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세금폭탄론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이번 세제개편안이 봉급생활자의 월급봉투를 겨냥하고 있고 재벌 대기업을 열외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포퓰리즘적 선동용어라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금폭탄은 새누리당 정권이 복지 재원 마련에 재를 뿌리기 위해 고안한 용어"라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조세저항에 의한 포퓰리즘적 선동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면서 신중한 검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심 원내대표는 "세제개편안 중 근로소득세 개편안은 복지확대를 위해 서민중산층도 일정한 책임을 지는 '보편증세'의 관점에서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문제는 MB 감세로 조세 형평성이 왜곡돼 있는데 법인세제 등에 있어서 재벌 대기업을 열외시키는 이중잣대로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복지국가 철학 없는 민주당, 부끄럽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제개편안이 근로자를 봉으로 삼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번 소득세 개편의 핵심을 꼽으라면 누진적 증세이고 가장 증세 부담이 커진 대상은 상위계층"이라고 짚었다.

그는 "4000만~7000만 원 구간의 증세액이 연 1만~16만 원에 불과하고 실효세율 인상도 0.1, 0.3%포인트"라며 "대신 8000만 원 초과자부터 실효세율 인상폭이 0.5~1.4%포인트에 이르고, 증세액도 연 98만 원, 3억 원 초과자는 865만 원으로 당연히 더 크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민주당은 '세금폭탄론'을 꺼냈다, 4000~7000만 원 계층이 월 1만 원 더 내는 게 세금폭탄이냐"며 "이 정도를 세금폭탄으로 공격하려면 민주당은 복지 확대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튀어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철학없음'이 드러날 때, 민주당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제개편안이 소득재분배 및 형평성 원리에 부합한다"며 "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건 '저부담-저복지'를 '중부담-중복지'를 거쳐 '고부담-고복지'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복지확대를 주장하며 세금부담 확대를 반대하는 형국"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재부의 세제 개편이 바로 '부자증세'로, 서민·중산층 일부도 1년에 10~30만원 수준으로 세 부담이 늘지만 고소득자일수록 세금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고소득층과 대기업 일부의 증세를 '추가요구'하는 방식으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복지국가는 증세로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연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 연대의 실체는 세금과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일관된 지적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누진과세 원칙을 따라 소득 재분배 기능을 살린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세금폭탄' 의제를 이끌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세금폭탄'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조세저항으로 번져, '증세를 통한 복지확대'를 외쳐온 민주당의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 지점이다.

박근혜 정부 결국 '원점 재검토' 지시... 황당한 민주당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세제개편안에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상황은 또 달라졌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당과 국회가 적극협의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국정원-세금폭탄'으로 쌍끌이 전략을 쓰겠다던 민주당의 전선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에 대한 촛불이 급속도로 번지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폭탄론'을 장외투쟁의 동력을 삼으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자기 발목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후 브리핑에서 "세금폭탄에 분노한 국민에 대한 항복 선언을 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 분노한 목소리에 답을 한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정청 회의를 통해 세제개편안 최종안을 마련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음에도 아무일 없다는 듯 손바닥 뒤집는 행동을 할 때에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는 게 순리"라며 "세제개편안을 철회하는 전대미문의 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낮 중산층·서민 세금폭탄 저지 특별위원회 발대식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김한길 대표는 이후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앞으로 서명운동보다는 정책위 중심으로 대안 마련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복지 위해서 재정이 필요하다면, 그때 여야간의 진지한 협의를 통해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조 변화의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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