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퇴행 중인 여섯 가지 상황

가자서 작성일 13.09.11 22: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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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퇴행 중인 여섯 가지 상황  [늙은도령님 글]

 

 

 

상황 하나 : 이석기와 RO조직원에 대한 국정원과 검찰의 적용 죄목의 변천, 내란죄→내란음모죄→내란선동죄→여적죄로 거의 매일같이 변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체포한 이후에 죄목을 정하는 것이 국정원의 방식인가 보다. 게다가 국정원은 2명의 국회의원을 추가로 구속할 생각이고, 수사 대상을 지자체로 넓혀가고 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 진보세력 모두 다 국정원에 불려가는 것 아니야? 어, 무서워! 나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는 통진당을 찍었는데, 그것도 문제가 되려나? 일단 잡아놓고 죄목 정하는 것 아니야?

 

상황 둘 : 개봉관수가 턱없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이 중단됐다. 일부 단체의 강력한 항의와 예상되는 데모로 인해 관객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면 문제의 단체를 경찰에 신고하고 상영관 주변에 경찰들을 배치해줄 것을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닌가? 관객의 영화 선택권마저 제한받는 세상, 곳곳에서 하청 파시즘이 범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경찰들 대체 뭐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다 유신시대처럼 군대가 투입되는 것 아니야? 뫼비우스는 청소년관람가로 등급이 변했다며?

 

상황 셋 : 김조광수의 결혼식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무대를 점거하고 인분을 투척했다고 한다. 종교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정교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인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개인의 차이에 따른 행복추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기독교라면 예수님을 법정에 소환해야 하나? 대체 요즘의 기독교는 예수님의 무슨 말씀과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천주교는 연일 시국선언을 하는데 기독교는 인분을 모아서 성적 소수자의 행사가 있으면 투척하기 위해 시구연습을 하고 있을까?

 

상황 넷 : 새누리당이 이석기 의원의 죄가 법정에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의원직 제명을 강행하려고 한다. 희한하다. 국회가 헌법적 지위를 말살시키겠다면 그것이 바로 쿠데타 아닌가? 입법부가 언제부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집단이 되었지? 다수당이면 다수결원칙에 따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헌법을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봐야 하겠다, 내 상식과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 다섯 : 조선일보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총수를 상대로 ‘혼외 아들’이 있었다는 보도를 함으로써 채동욱 검찰총장의 낙마를 노리고 있다. 일종의 검찰 길들이기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정말 밤에 이루어진 일들에 대해선 놀라운 안테나와 빨대를 지닌 신문사이다. 본인이 기사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고 정정보도를 요구했지만 조선일보는 기사의 내용을 입증할 물증이나 증언, 인물을 제시해 채 총장의 요구에 반론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검찰 수사마저 보수언론의 입맛에 맞아야 하는가 보다.

 

상황 여섯 : 윤창중 성추행사건과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선 보도를 하지 않거나, 해도 단신으로 처리하고, 시사토론의 주제로 전혀 다루지 않다가 이석기와 RO조직에 대한 것은 방송3사가 거의 매일같이 다루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 지상파들은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권력의 눈높이에서 모든 것을 다루는 모양이다. 저널리즘을 포기하고 권력의 나팔을 자처한 것인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는 것보다 민영방송이 되기를 바라고 시청료 인상을 위해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총력을 다 하는 것일까?

 

일단 이 여섯 가지 상황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거의 전체주의 국가임에 해당함을 증명하고 있다. 표현과 사상의 자유와 개인의 행복추구권처럼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무력으로 저지하는 각종 파시즘이 범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가 검열되고 상영이 중단되니 예술의 자유도 이제는 불가능한 나라가 됐다.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 방송3사의 행태는 유신시대와 ‘땡전’시절보다는 나아졌지만, 저널리즘과 권력의 감시견 노릇을 쌈 싸먹은 채 종편의 눈높이를 지향하며, 케이블의 예능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MBC는 정관 등에서 공영방송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KBS는 시청료 인상에 올인한 상태다.

 

현실이 이러니 헌법을 바꿔야 한다.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파시즘적인 헌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현실과 헌법이 충돌하지 않는다. 혼란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개개인들은 말을 조심하고 행동은 조신해지고 의상과 머리는 단정해지리라. 우리나라는 아인슈타인이 없어도 과거로의 여행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교학사 역사교학사가 우리나라가 과거로 회귀하는데 좋은 안내자가 되 줄 것이다. 6.10항쟁이 주사파 운동권에 의해서 벌어진 대규모 난동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다. 5.18광주민화운동에 북한군 500~600명이 지휘부를 장악한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36년간 점령해주었기에 우리는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벤자민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지금 당신은 과거 어디쯤으로 퇴행하고 있는가? 정말 지랄 같은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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