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PX 민영화, 장병 주머니 터는 대기업

가자서 작성일 13.09.12 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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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 민영화, 장병 주머니 터는 대기업  [오주르디님 편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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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만한 장병 월급이지만 그래도 요긴하게 쓰이는 곳이 군 매점(PX)이다. 이곳에서 장병들은 간식과 생활용품을 시중 가격보다 20~40% 싸게 구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군 PX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영화를 경영혁신의 ‘바이블’로 맹신하는 '이명박근혜' 정권

 

박근혜 정부가 국방경영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군 매점(PX)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영화를 공공부문 경영 혁신의 바이블이라고 맹신했던 이명박 정권을 그대로 이어 받은 ‘이명박근혜 정책’ 중 하나다.

 

국방부는 PX 민영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PX 관리병사 2700명을 일선 부대로 배치해 전력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병사들에게 더 좋은 물품과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해 장병 복지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미 군 PX 민영화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10년 국군복지단은 대기업 편의점 업체인 GS리테일에 매년 40억원의 군 복지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해군 매점 242곳의 운영권을 넘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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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매점(PX) 내부 모습 / 이미지 자료출처: 국방부 블로그 '동거동락'>

 

해군 PX 이미 민영화, GS가 들어선 후 결과는?

 

이에 따라 GS리테일 측은 해군 PX 214개 중 매출 1천500만원 이상인 ‘장사 잘 되는 PX’ 37곳에 직접 직원들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결과는 어떨까. 국방부의 주장대로 민영화가 장병 복지에 기여하고 있는 걸까. 정반대다. 민영화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격이 급등해 몇 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장병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SBS 등 언론의 취재결과 군이 직영하는 육군과 공군 PX보다 민영화된 해군 PX의 판매가격이 20~50% 정도 더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에는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거나 시중가격 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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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이 간식으로 즐겨먹은 초코첵스의 경우 육공군 PX에서는 1400원에 팔리지만, GS리레일이 운영하는 해군 PX에서는 2.8배 비싼 3920원을 받는다. '민영화 PX'에서는 닭강정을 시중가보다 1200원 비싼 3360원에 팔고 있었다. 

 

민영화 이후 많게는 두배, 평균 20~30% 가격 급등

 

민영화의 폐해는 가격 급등 뿐만 아니다. 군 PX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지역납품업체 수백 곳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PX에서 일하는 민간인 신분의 점장, 판매원, 운전기사 등이 일자리를 잃게 돼 고용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PX가 질 위주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중 PX 민영화 계획을 결론 낼 예정”이라며 육군과 공군 PX 민영화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강행하겠다고 말하면서 물품 가격 급등 등 민영화 폐해를 인정한다. 자기 모순에 빠진 셈이다. 국방부 내부 보고서인 ‘군마트(PX) 운영개선 TF’에 의하면 GS리테일의 물품가격이 육공군 PX에 비해 15~25% 비싼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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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방부는 해군과 동일 조건으로 육공군 PX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예상되는 위탁수익료는 858억원인 반면 가격인상으로 장병에게 돌아갈 부담금은 1164~194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폐해 인정하면서도 민영화 강행, 왜?

 

폐해가 입증된 상태다. 게다가 국방부 스스로도 민영화가 장병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영화를 강행하겠단다.

 

민간에 위탁해서 좋을 일이 있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군 PX 민영화는 후자에 해당된다. PX 민영화를 통해 국방부는 대기업으로부터 위탁수익료를 챙길 수 있지만, 장병들은 인상된 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민영화에 참여하는 대기업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PX 이용자인 장병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장병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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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당위성 주장하는 국방부 / 자료출처: 국방부 대표 블로그 '동거동락'>

 

황당한 주장 펴는 국방부

 

여전히 국방부는 ‘민영화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국방부 대표 블로그 ‘동거동락’에는 GS 등 민영화에 참여하는 대기업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홍보성 기사가 올라와 있다. 국방부 블로그이니 여기에 등장하는 주장은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현재 군부대 매점 시설은 낙후돼 있다. 병사들의 먹거리에 대한 욕구와 요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시켜 주고 있지만, 생활용품 등 기타 물품에 대해서는 장병 개인의 취향에 맞는 물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지 않다.”

 

황당하다. 국방부가 진정 장병들을 위한다면 더욱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 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해야 마땅하다. 일부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장병들의 주된 먹거리의 가격 급등을 방조하겠다니 이건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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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자료 출처: 국방부 블로그 '동거동락'>

 

장병들의 국방부인가, 대기업의 국방부인가?

 

국방부 블로그에는 현실과 아예 떨어진 주장도 등장한다. 민영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물품가격이)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대형할인마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궤변이다. 군 PX에 ‘규모의 경제’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중소기업 물품이 아니라 대기업 물품이 납품되면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할 거라는 얘기인데 이는 해군 PX 경우에서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게 이미 입증된 상태 아닌가.

 

또 민영화를 하게 되면 PX 물품 가격이 “대형할인마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망발이다. 현재 육공군 PX의 물품가격은 대형마트의 90% 수준이다. 국방부의 장대로라면 현재 물품가격을 10% 정도 올리겠다는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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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를 항의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 / 자료출처: 김현미 의원 트위터>

 

'군 PX 민영화' 철회돼야 한다

 

국방부가 대기업 편에 선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공모해 장병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고 부모들의 월급까지 축내려는 건가.

 

민주당의 ‘공공부분 민영화 저지 특위’ 소속 의원들이 11일 국방부를 방문해 김관진 장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군 PX 민영화가 장병들의 복지 진작은커녕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항의하며 계획 자체를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민주당의 항의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군 PX에 대기업을 끌어들여 종잇장 보다 얇은 장병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발상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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