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찍어 내기, 누구의 작품일까?

가자서 작성일 13.09.14 18: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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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찍어 내기, 누구의 작품일까?   [오주르디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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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 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하며 한 말이다. 조선일보가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하며 채 총장을 흔든지 6일 만에, 황교한 법무부장관이 사상 유례 없는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편파 언론이 제기한 의혹만으로 감찰 지시

 

편파 언론이 제기한 검증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법무부장관의 의도가 뭔지 뻔하다. 망신을 줘서라도 검찰총장을 강제로 물러나게 하겠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로 해석 되지 않는다.

 

채 총장의 사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이석기 내란혐의 사건, 전두환 추징금 관련 수사, MB정부 관련 비리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이 걱정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물론 박근혜 선거캠프의 김무성, 권영세 뿐 아니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까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 수장을 강제 사퇴시킨다는 건 청와대가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 불법대선 혐의 속속 드러나자 ‘검찰총장 찍어 내기’

 

‘채동욱 찍어 내기’가 전격 감행된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귀국한지 하루 만에 청와대와 여당은 계속 반대해 왔던 여야 3자회담을 하자고 민주당에 통보했고, 민주당은 13일 아침 청와대와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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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해외 순방 귀국 다음 날 3자회담 제안, 제안 수용되자 마자 '채동욱 감찰' 지시>

 

황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 때는 야당이 ‘3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직후였다. 조용히 내부적으로 치러야할 감찰을 언론에 알려 공개했다는 것만으로도 황 장관의 태도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

 

채 총장은 감찰 지시가 있은 지 40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총장의 자존심에 똥물을 끼얹으며 공개적으로 물러나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자회담 타결 직후에 나온 ‘묘수’, 타이밍도 극적

 

왜 하필 박 대통령의 귀국과 여야 3자회담이 타결된 직후에 ‘감찰 지시’가 내려진 걸까.

 

간단히 추론해 볼 수 있다. 3자회담 제안을 귀국 다음날로 잡은 것은 일종의 ‘노림수’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면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야당의 공세가 심해질 것이 확실한 만큼 이를 차단하려는 포석일 것이다.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야당을 국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여야 영수회담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우선 야당을 국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3자회담을 제안한 뒤 야당이 이를 수용하면 다음 수순으로 ‘채동욱 찍어내기’를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3자회담이 수용되기 전에 검찰총장을 강제 사직시켰다면 어땠을까. 야당에게 장외투쟁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만 초래됐을 것이다. 촛불이 더 커지며 정권 퇴진 운동이 전개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니 ‘채동욱 찍어내기’ 작전의 실행 시점을 3자회담 성사 직후로 잡은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이라는 위험요인이 제거된 상태라면 3자회담은 건성건성 적당히 해도 된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판단 아닐까.

 

민주당이 또 뒤통수를 맞았다. 알맹이 없는 3자회담을 한 뒤 청와대와 여당은  요구한 것 다 줬으니 국회로 복귀하라며 언론플레이로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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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지시는 황교안 단독 결정? 그럴 리 없다

 

법무부는 ‘검찰총장 감찰 지시’가 외압에 의한 게 아니라 황 장관의 단독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과연 황 장관이 이런 결정을 할 만한 입지를 갖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 지형과 흐름을 살펴보면 황 장관의 입지는 초라해 보일 뿐이다. 그를 쥐고 흔들만한 ‘거물’들이 많다. 층층시하라는 얘기다.

 

‘채동욱 찍어 내기’는 대체 누구의 작품일까. 대통령과의 교감 아래 이뤄졌다고 봐야 하겠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을 지시한 누군가가 존재할 것이다. 그가 과연 누굴까.

 

‘유신의 남자’가 유력하다. 한때 박정희를 받들며 유신헌법을 만들었고, 초원복집 사건의 주동자로 불법선거를 주도한 바 있으며, 이제는 대를 이어 ‘유신의 딸’에게 충성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 정권 권력흐름도’의 제 2위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현재 박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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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작품’일까? ‘유신의 남자’에 시선이 꽂히는데

 

김기춘 실장의 파워는 대단하다. 박 대통령을 대신하는 제2인자로서 손색이 없다. 내각을 장악할 수 있는 힘도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는 검사 20년 선배로 검찰에서 서로 손발을 맞춘 적도 있다. 김 실장이 법무부연수원장으로 재직할 때 정 총리는 연수원 기획과장이었다.

 

사적 인연도 각별하다. 둘 다 경남 출생으로 경남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자 ‘박근혜 원로그룹 7인회’ 멤버이기도 한 김 실장이 정 총리를 후보로 천거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김 실장은 정 총리의 고향 선배이자, 학교 선배이고, 검찰 선배다. 국무총리가 비서실장을 높고 높은 상전으로 모셔야 할 판이다.

 

또 김 실장이라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공안통으로 죽이 잘 맞는다. 2005년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교수에 대해 검찰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 수사를 결정한다. 이때 수사검사가 황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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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강 교수 구속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자 황 검사가 반발했고, 여기에 공안검사 출신 김기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가세해 황 검사를 옹호했다. 항간에는 김 실장이 황 장관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 정권 권력지형’ 확고한 제2인자 김기춘

 

청와대와 사정기관을 잇는 연결고리가 민정수석이다. 김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오며 데리고 온 홍경식 수석 또한 공안통으로 김 실장의 새까만 후배다. 김 실장이 대구지검장 재직 당시 홍 수석은 김 실장의 지휘를 받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이었다.

황 장관은 이중으로 김 실장에게 에워싸여 있는 형국이다. 김 실장의 후배인 홍 민정수석은 황 장관의 검찰 선배다. 6살 많고 사법시험은 5기 위인데다 둘 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유대감이 깊다. 김 실장 뿐 아니라 민정수석의 말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사람이 바로 황 장관이다.

 

김 실장, 정 총리, 홍 수석, 황 장관, 그리고 그 아래 채동욱 총장이 있다. 채 총장은 황 장관보다도 나이가 적고 사법시험 기수가 아래다. 이들 라인 중 ‘막내’라는 얘기다. 게다가 ‘외톨이’다. 채 총장을 뺀 나머지 인물은 모두 ‘친박계’로 친분이 있지만, 채 총장만 ‘비박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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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비공안통 채동욱, 저들에겐 ‘눈엣가시’

 

박 정권에게 사정라인을 장악하는데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채 총장인 셈이다. 공안검사와 육사출신들이 박 정권의 양 날개를 형성했으니 공안통치가 가능한 구도가 됐지만 딱 한 곳 검찰총장이라는 중요 포스트가 걸림돌이었을 게다. 비박계에 비공안통인 채 총장이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채동욱 찍어 내기’가 김 실장의 ‘작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한 심증이 가는 건 사실이다. 김 실장의 ‘작품’이라면 ‘채동욱 찍어 내기’는 ‘공안통이 기획하고 실행한 사건’이 된다. 공안정치가 만개하려나 보다.

 

국정원 불법 선거 의혹이 속속 사실로 밝혀지자 초조해진 청와대와 여당이 채 총장의 ‘윗선’을 동원해 ‘눈엣가시’를 제거한 사건이 바로 ‘채동욱 찍어 내기’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야 할 게 있다. ‘채동욱 찍어 내기’를 모의하고 기획한 저들에게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분노한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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