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단어 "직접적 책임은 없다"

할미넴 작성일 14.05.11 17: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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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의 사과사례 글을 올리고 댓글놀이 하면서 몇 번 놀랬네요

 

"박근혜가 책임지는게 맞는데 배가 '침몰한 것 자체'에 대해선 박근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여기 터줏대감님들도 알게 모르게 지쳐서그런건지 동화되가는건지 대략 동의하는거 같아요

뭐 이렇게 반문하실거예요

"그렇다면 박그네가 세월호를 몰다가 침몰시킨거냐, 아님 침몰을 사주한거냐"

물론 아니죠. 그러기에 침몰한 것 자체에 무관하다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이 부분이 참 마법같은 힘을 지닌건데요

그런 논리라면 역대 대통령들의 사과사례에서 그 분들이 "사죄", "무한책임", "죄송" 할 필요가 없지요

천재지변인 허리케인의 피해에도 오바마는 "남 탓 할 이유가 없는것이 제가 바로 최고 책임자 이기 때문" 이라고 했을까요

 

저 마법의 단어가 힘을 받는 이유는 범주오류에서 오는 착각 같아요

가령, 배를 침몰시키고도 방치한것은 위법에 해당하고 거기에 선장을 포함한 승무원들이 해당되겠지요

다른 하나는 정치적 범주의 것인데,

전신인 한나라당의 MB정권에서 각종 규제를 풀거나 완화하고 노후된 배를 수명연장시키고...

이런일을 벌였다면 그 연장선에 있는 현 정권과 그 대표까지 지냈던 그네공주도 직접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고 봐요

단순한 흑백논리로 배를 침몰시킨 주체를 찾고 그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는 거지요

 

댓글놀이중 또 하나 놀란것은 "대통령이 정부위에 군림한다"는 말이 맞다고 믿는건데요

본인의 단어선택이 미흡해서 조금 삑사리가 났지만

대통령의 측근과 기관들이 나서서 공주님 옹호하며 이 난리속에서도 오직 지지율 수호에나 관심보이는 작태라든가

박사모를 비롯한 어용단체에서 "주군을 지키자"란 말까지 나오는거 보면

그분은 정부와는 열외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있는 분 맞는거 같아요

우리사회가 오래전부터 상하 종속관계에 익숙하다보니

군사 브리핑에 참모가 의전석 중앙에 앉고 오바마는 그냥 구석 소파에 찌그러져 듣고있는 수평적 관계가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는 모양일테죠

 

대통령은 분명 국가의 최고존엄이고 더 이상 없을 권력을 가진건 맞지만

그에 상응하는 무한의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것도 틀림없는 사실.

그 무한의 책임 속에는 침몰과 직접연관이 있고 없고를 떠나 다 포함된다는거

그렇지 않고 남탓만 할요량이면 대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자리엔 왜 앉아있는건가요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다 계란세례를 받았던 故노무현 당시 후보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좀 맞아 줘야 국민들 화가 좀 풀리지 않겠습니까" 라 했고

집권후에도 정권내내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며 국민의 화풀이 샌드백을 자처했지요

 

대통령 자리는 그런거라고 봐요

성난민심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고 들어주고 해소해주고...

하지만 JTBC 끝장토론서 표창원 교수가 한 돌직구가 현 정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있죠

"대통령이 원할땐 유가족을 찾아 사진도 찍더니 유가족이 대통령을 필요로 할때는 외면했다"

이런모습이 극우님들이 원하는 최고존엄이고 모든책임에서 자유로운 면책특권의 자리라면

민주주의 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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