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악플'(악성댓글)이라는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도 이 악성코드는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판사의 망치에 두드려 맞고 '위헌'을 선고 받은 '인터넷 실명제'까지 해결책으로 다시 거론된다. 하지만 '악플'로 멍든 한국사회를 치료할 '백신'으로 사용하기엔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머니위크>는 세월호 참사로 다시금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낸 악플의 영향력과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항할 '진짜 백신'을 여러 각도에서 모색했다.
'인터넷실명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온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 가운데 인터넷 공간에서 막말과 유언비어, 악성댓글이 생성되고 있는 게 그 배경이다. 악성댓글이 유포되는 현 상황은 인터넷실명제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는 것.
방문자 10만명 이상의 대형사이트의 경우 게시판 이용자들이 반드시 실명으로 글을 게시하도록 규정한 이 제도는 지난 2012년 위헌 판결로 폐지된 바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난 '인터넷실명제가 없어 악성댓글이 쏟아진다'는 명제를 '참'이 되게 할 수는 없는 일.
이에 전문가들은 '포털 역할론'을 재차 강조한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자정작용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건전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포털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실명제'가 답?…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인터넷실명제가 있어야 악성댓글이 감소한다." 세월호를 통해 다시 부각된 악성댓글의 폐해를 막을 수단으로 인터넷실명제를 거론하는 측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은 논리를 잃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음, 머니투데이,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 댓글을 수집·분석한 '2008년도 본인확인제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8월 전체 댓글 1만3472개 중 악성댓글이 13.9%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08년 8월에도 전체 댓글 8380개 중 13%가 악성댓글이었다. 이 1년 사이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됐지만 악성댓글 감소효과는 미미했던 것. 오히려 2008년에는 각 사이트에 악성댓글이 증가했다.
인터넷실명제 시행으로 위축된 것은 악플이 아닌 인터넷 게시판이었다. 2007년 8월 1만3472개에서 2008년 8월 8380개로 급감한 댓글 수가 이를 방증한다. 본인 확인절차를 거쳐야만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인터넷의 역기능인 악성댓글 차단용으로 도입한 해당 제도가 선(善)기능까지 침해한다는 게 분명해진 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이 때문에 헌재는 지난 2012년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법령의 목적이 정당함을 인정하면서도 '법익 균형성'과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하는데 제도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많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다시 인터넷실명제 필요성 논란이 불거지는 현 상황에 포털업체들은 우려를 표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에 대한 반응으로 악플이 이어지자 다시 인터넷실명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인터넷실명제가 실효성이 없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 증명됐음에도 대중에게는 그 사실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책당국의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해 악성댓글을 뿌리 뽑아야 된다는 명제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이 명제가 맞다 하더라도 이미 헌재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결 내린 상황인 만큼 악성댓글 개선책으로 실명제를 거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관계자 역시 "악성댓글, 유언비어 게재자는 IP추적을 통해서도 찾아낼 수 있는 사안인데 인터넷실명제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뉴스1◆답은 자정작용… 힘 받는 '포털 역할론'
인터넷실명제가 답이 될 수 없다면 과연 무엇으로 악플을 잠재울까. 전문가들은 포털사이트의 역할에서 그 답을 구한다.
특히 여론을 움직이는 소위 '제5의 권력'으로 커진 포털이 책임감을 갖고 악플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를 예방하는 장치를 정교화하는 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년전이나 지금이나 포털의 악플 대응전략은 크게 진보한 것이 없다"며 "바꿔 말하면 지금이 포털들이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내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댓글을 스크린하고 위원회를 구성해 모니터링하는 기존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네티즌과 시민 등 외부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감시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상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문제는 돈이다. 거액의 수익을 내는 포털이 이 부분에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포털도 악성댓글을 잠재울 해법으로 '자정작용'을 강조하며, 이것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정작용이 인터넷의 역기능을 줄일 수 있다"며 "이러한 자정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악성댓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사안이 심각할 경우 관련 댓글을 차단하는 방법도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8년 배우 고 최진실 사망사건 발생 당시 인터넷 공간에 온갖 추측성 글과 악플이 난무하자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은 해당 기사의 댓글을 한시적으로 전면 차단한 바 있다.
현재 이들 회사는 세월호 사건 관련 댓글 모니터링 인원을 집중 배치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 공지를 통해 악성댓글을 자제해달라는 협조도 요청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세월호와 관련해 국민 대부분이 슬픔을 나누는 댓글을 올리고 있지만 간혹 악성댓글도 눈에 띈다"며 "평소 음란물 게재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는 요원들까지 동원해 400여명을 세월호 관련 악성댓글 감시작업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역시 자정작용 차원에서 댓글·'신상털기'·욕설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다음은 집단지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곳이 곧 인터넷 공간인 만큼 '자정작용이 가능한 곳'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음 관계자는 "세월호와 관련해 어처구니 없는 댓글이 이어지다가도 '이런짓 그만하자'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와 흐름이 또 한번 바뀐다"며 "이게 바로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정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정작용으로 악플러들이 인터넷 상에서 여론을 크게 움직이지는 못한다는 게 다음 측의 주장이다.
다음은 모니터링 전문자회사인 다음서비스(600여명 규모)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악성댓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한다면 악플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달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댓글을 필터링없이 함부로 달지 않고 악플도 자제할 거라 생각함.
그리고 무엇보다 일베나 네이버,다음 댓글 등지에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 같고
점점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인터넷 문화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는데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이상태로 아무런 제재없이 진행된다면 일베같은 정화기능을 잃은 막장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정신적으로 상처받는 피해자들도 점차 많아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