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왜 무용지물인지 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지금부터 10여년전 아마 기억하실 분들이 계실겁니다.
차떼기 사건이 터졌죠.
전 당시 그 사건의 수사대상 회사에 이제 막 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구매팀으로 입사한 신입사원이였습니다.
한 참 일 배우는 재미에 있을 시점에 차떼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게 언론보도에 나온 날 바로 대강당에서 계열사 사장단 긴급회의가
있었구요. 끝나고 바로 사장들은 임원들과 팀장급들을 소집해서
또 회의를 하고 팀장들은 또 각자 팀원들을 불러서 회의를 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PC전부 교체될 것이다. 경영지원팀과 업무협조해라 등등.
그날 하루는 정말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몇일 후 검찰에서 몰려왔고 이것저것 각종 서류와 핵심 담당자들
PC까지 파란 박스에 이것저것 담아가고 임원들과 팀장들 소환되어서 조사받고
거의 사무실이 난장판이 되었죠.
그거 수습하고 비상대기한다고 한 3일정도 집에도 못들어가고 회사에서
먹고자고 했습니다.
뭐 신입사원인 탓도 있었고 뭔가 내가 회사를 잘못 선택했나라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심란하더군요. 솔직히 회사에서 밤에 자면서 혹시 끌려가면 어쩌나 무서워서
사표 쓸 생각도 했었죠.
그리고 어느 날 총무 쪽에 대관담당 부장님(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 점심시간 때
우리팀 식사자리에 동석하면서 조만간 특검이 추진될 것인데 빨리 통과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또 회의소집. 팀장님이 우리가 바라던(?) 특검이 조만간 실시될 것이다.
긴장 할 필요없고 그냥 버티면 된다.
그리고 그 양반들 와서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 윗 분하고 애기해라 그러고 버티랍니다.
특검 그거 밑에 잔챙이들이나 잡아내지 중요한 사람들은
수사도 못한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다른 차장님이 팀장님께 재차 질문하더군요.
“괜잖을까요??”
팀장님이 한마디 하더군요.
“우리 회사에 임기 두어달짜리 임시 사장님이 오신다면 우리가 그 양반 말 듣겠냐?”
처음에 언론에 터졌을 때 긴장하던 모습과는 전혀 대조적인 모습이였습니다.
조사는 한다고 하는데 그리고 정작 가장 중요한 SAP데이터는 건들지도 못했죠.
그쪽도 전문가가 없으니 그러겠죠.
뭐 결론은 윗 분 1명이 총대매고 집행유예로 사건 마무리.
비록 신입이였지만 전 그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 번 경험을 하게 되니까 그 뒤 삼성 특검이 터졌을 때도 제 눈에는
어느정도 삼성에서 버티기로 증거인멸하고 있구나라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결론은 제 경험상 특검은 그냥 허수아비다.
특검의 함정은 임기가 끝나면 모든 사건이 종결초리 되기 때문에
그 기간만 버티면 그냥 다 끝나고 묻혀버리는거죠.
그리고 앞으로도 시행될 특검도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나중에 대관담당 부장님이랑 업무협조하면서 친해지면서 술 한잔씩 마시면서
정치쪽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써보죠^^;;
정치쪽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라 우리가 모르는 사건들을 많이 아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