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 천안함 자료 공개 이끌어낸 안수명 박사 끝까지 진실 밝힐 것

dol2da 작성일 14.10.07 14: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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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근 미 해군은 2010년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여전히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정세에 그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 사건 직후 우리 정부가 북과의 교류협력을 사실상 전면 차단한 이른바 ‘5.24 조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의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미 해군의 자료를 전달받은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는 30여년 동안 잠수함과 어뢰 분야 기술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는 천안함 사건 당시부터 5년여 동안 진실을 추적해왔다. 왜 그는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갖고 진실 규명에 뛰어들게 됐을까? 민중의소리 김원식 뉴욕 특파원이 지난 9월 28일(현지시각)샌디에이고에서 안 박사를 인터뷰했다.


또, 전화가 걸려왔다. 안 박사였다. “미스터 김!” “네, 안 박사님” 인사도 채 끝나기 전에 안 박사는 흥분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늘 드디어 CD(미 해군 문서, 안 박사가 3년 넘게 법적 투쟁으로 얻으려고 한 정보)가 왔어. 근데 허참, 이 나쁜 놈들(미 해군)도 천안함 최종보고서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어!” 

평소에 차분하다가도 ‘천안함’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안수명(71) 박사. 최근 1년 사이 어떤 때는 하루 열 차례 이상 통화할 정도로 잘 아는 사이지만,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만나기 위해 직항로가 없는 뉴욕에서 10시간, 하루 반에 걸쳐 비행기를 갈아타며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볼보 승용차가 다가왔다. 안 박사는 운전석에서 내리자마자 자동차 키를 나에게 주면서 운전을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운전을 하고 가다가 “아니 박사님 악수는 하셔야죠” 하면서 서로 인사도 하지 않은 것을 깨달으며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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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명 박사가 27년째 몰고 다니는 볼보 승용차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 민중의소리


-박사님, 이거 얼마나 오래된 차입니까?
=27년 된 볼보지. 다 아날로그야. 그래도 아무 문제없어.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탈 거야. 

정말 그랬다. 생산된 지 27년이 넘은 볼보는 새 차 못지않게 에어컨도 작동되면서 잘 달렸다.

-그런데 박사님, 미국에 50년 가까이 사시는 동안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한 번 밖에 끊지 않았다면서요? 사실인가요?
=내가 1965년 미국에 와서 1968년에 박사학위 시험 보러 갈 때 딱 한 번 딱지를 끊었지. 그 후론 한 번도 법을 위반하거나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적은 없어. 그런 나를 천안함 문제 제기한다고 남한과 미국 정부가 회사도 경영하지 못 하게 압력을 넣고 조국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 있는 거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안 박사의 저택에 도착했다. 집에는 최신형 벤츠 승용차도 있었지만, 큰 저택에 어울리지 않는 이 볼보가 어쩌면 골동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박사님, 댁에 왠 수채화 그림이 이렇게 많지요? 
=아 그거, 집사람이 그린 거야. 작년에는 미국 수채화 국전과 국제전에 입선도 했어.


차분한 모습으로 차를 내오는 안 박사의 부인인 백애자(70) 여사. 이 분이 과거 백두진 총리의 딸이라는 사실도 그때까지는 전혀 몰랐다. 

“그냥 취미로 하는 거에요. 작년에 수채화전에 입선했지만, 주로 손자들을 그려주면 좋아해요” 두 사람은 1970년 처음 만나 결혼했으며, 1남 1녀를 낳아 이제는 다 출가시키고 손자 손녀를 둔 아주 평범한 은퇴 부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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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명 박사 부부, 사진 뒤편 거실 벽에 부인 백애자 씨가 직접 그린 수채화가 걸려 있다.ⓒ 민중의소리


그레그 전 대사의 기고를 보고 ‘천안함’에 뛰어들어

오래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그냥 단도직입으로 해버렸다.

-박사님, 사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으신데, 왜 그 힘든 천안함 사건에 나서게 되셨습니까?
=돈 그레그(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뉴욕타임스에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었지.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그 합조단 보고서를 봤는데, 완전 엉터리야. 엉터리도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어. 그래서 그걸 밝히려고 한 것이고.

-무엇이 가장 엉터리였다고 생각하셨는지요?
=아니 무슨 1번 어뢰라고 하는 것이 북한이 만들었다는데, 그것이 그 상황에서 천안함을 향해 발사되어 그 천안함 밑에서 정확하게 터졌다고? 누가 봐도 웃을 소리 아닌가! 북한이 그런 세계 초일류의 기술이 있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것인데, 그 허접한 무슨 연어급 잠수함이 와서 듣도 보도 못한 1번 어뢰 딱 한 발을 쏴서 천안함을 폭침시켰다고?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 말이지.

-그런데 박사님, 한국 국방부 합동조사단에서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발사된 그 어뢰가 움직이는 천안함을 탐지했고 그 움직이는 천안함 6미터 아래에서 터져 버블제트로 천안함을 두 동강 냈다고요?
=바로 그게 문제에요. 자 어뢰는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성공합니다. 즉 발사되어 ‘항해’를 해야 하고 천안함으로 적절하게 ‘유도’되어야 하고 다음 천안함을 ‘탐지’해 정확하게 폭발해야 해요. 
이 1번 고물 같은 어뢰가 프로펠러가 잘 작동해 항해가 가능했다고요? 내가 사람을 시켜 모형을 만들어 봤어요. 결국 불가능하다고 증명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랬다 치자고요. 그 다음 당시 파도가 3-4미터로 높고 천안함이 피항하고 있었다는데 그 천안함으로 잘 유도가 되었다고요? 그러니 북한이 세계 최고의 기술이죠. 한국은 최근 자체 개발한다는 청상어, 홍상어 어뢰도 다 유실되면서까지 실패한 사례가 많은데. 그것도 가능했다고 치자고요. 그래서 천안함에 적절하게 유도되어 천안함 바로 밑에 왔다는 것을 탐지하고 거기서 폭발했다? 참 불가사의한 인공지능 기술이죠.

-결국, 탐지를 못 한다는 말씀인가요?
=다들 탐지를 한다고는 하지요. 그 1번 어뢰도 합조단이 그 어뢰 앞에 탐지부가 있다는 설명만 하고 아무것도 안 밝히고 있죠. 30년을 넘게 이 분야에 종사한 제가 말하는 것은, 수중에서 음향을 잡아내 이를 처리하고 탐지하는 기술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류나 난류, 해저 메아리, 해상 메아리, 다른 뱃소리, 고래 등 물고기 소리, 하물며 어뢰 자신이 내는 프로펠러 소리를 다 처리해 가며 목표물에 도착해야 하지요. 그래서 모선에서 발사된 어뢰가 다시 모선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프로펠러가 내는 소리를 따라다니기도 하는 것이지요. 

-과거에 그렇게 탐지해 성공한 사례가 없었나요?
=어뢰의 탐지가 아니고 잠수함에서 잠망경을 올려 목표물을 확인하고 어뢰를 발사하는 것이고 또는 소나(음향탐지기) 등으로 경험 많은 고참이 방향을 파악하고 발사했지만, 나중에 보니 큰 고래가 터져 바다를 빨갛게 물들인 사례가 있지요. 그래서 제가 그 1번 어뢰가 천안함의 공격에 성공했을 확률은 0.0000001%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어뢰에 무슨 브레이크가 있나요? 가다가 움직이는 천안함 밑에서 정확하게 스톱할 수도 없는데, 군함이 혹 발사된 어뢰를 파악하면 회피 기동하는 이유도 어뢰를 피하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그 험한 상황에서 피항하는 천안함을 아주 잘 따라가서 바로 그 밑에서 정확하게 폭발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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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관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 안수명 박사ⓒ 민중의소리


“천안함 진실 규명으로 인한 피해, 후회는 없다”

-네. 경영하시는 회사인 안테크에서도 물러나고 한국 입국도 금지되는 등 많은 피해를 받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안함에 관해 주장하신 것에 대에 후회는 없으신지?
=없어요. 단지 같은 민족끼리 외세를 등에 업고 동족을 과학적 증거 없이 비양심적으로 살인자로 모는 것에 분노할 뿐이죠. 몇십 년을 1급 비밀 취급 허가증을 가지고 미 해군에 어뢰 등의 기술을 개발해줬는데, 천안함 문제를 제기하니 회사에서 물러나라고 해서 현재는 아들이 하고 있고 저는 완전히 손 뗐지요.

안 박사는 미 해군이 추가로 준 문서를 받고 나서는 더 과격해진 모습이다. 기자는 일부에서 과거 안테크가 어뢰나 잠수함과는 관계없는 회사라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여러 건의 안테크가 수행한 계약서와 프로젝트 수행서를 보여주며 “내가 1급 비밀을 수행한 것을 다 말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67년 대한민국 시민으로, 미국 비밀 취급 허가를 받았다. 1995년부터 10년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 하나만 해도 발주액 3천만 달러 정도의 ‘대잠수함전 프로그램 시스템 엔지리어링(Anti-Submarine Warfare Program System Engineering)’ 관련이었다. 그런 프로젝트가 이 외에도 많았다.

-박사님 아시다시피 최근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은데, 천안함 진실을 추적하시는 박사님께서는 어떤 소감이십니까?
=자식 잃은 엄마들의 통곡 소리가 지금도 내 귀에 들립니다. 언젠가는 진실이 나옵니다. 그러나 지금 진실을 규명해야 합니다. 혹여 천안함 사건처럼 왜곡되어서는 안 됩니다.

-천안함 진실 규명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해 이 사건의 진상을 꼭 밝힐 것입니다. 이번에 받은 문서도 계속 보고 있습니다. 나는 끝까지 천안함의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몇 년 전에 간단한 소책자로 천안함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 있지만, 그동안 있었던 여러 사항들을 종합해 내년에는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책을 출판할 예정이고요. 진실을 규명하고 서로의 앙금을 풀고 조국은 통일되어야 합니다. 내 나이 70에 조국통일에 조그마한 이바지를 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안 박사는 1946년 부모를 따라 남한에 왔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사업차 방문한 한국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분노가 식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시 27년 된 차를 몰고 공항으로 배웅해 주고 떠나는 안 박사를 보면서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에 한국에 있는 많은 학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리고 재미 학자나 전문가들이 나서서 싸우고 있는 현실이 떠올라 비행기로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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