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안해서 가난한가.

소크라데쓰 작성일 14.12.25 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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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득을 본다는 말은 누군가가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의미임. 내가 준만큼 받는 공정한 교환이 된다면 그 누구도 이익도 손해도 보지 않을 것임.

이를테면,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소비자는 이득을 보는거지만 그만큼 유통업자나 도축업자는 자기 노동에 대해 받을 수 있는 댓가를 덜 받고 일해주는 거임. 혹은 비싼값을 내고 고기를 먹는데 도축업자는 저임금을 받는다면, 유통업자가 양쪽이 손해보는만큼의 이익을 보고 있는 거임. 이런 경우에 만약 도축업자가 가난해진다면 그건 노력을 안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노동의 댓가를 누군가가 가로채기 때문임.

그러면 도축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버는 유통업자가 되지그러냐? 라는 말에 대해, 나는 조선시대 백정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음. 백정이 없으면 고기를 못먹음. 그런데 자기들에게 고기를 먹게 해주는 백정을 천대하고 무시함. 천대와 무시를 현대사회에서는 낮은 임금조건과 열악한 대우로 치환할 수 있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의 수는 어느정도 규모로 정해져 있음. 마찬가지로 저임금직종이라고 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님. 각분야에서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대략적인 규모는 정해져 있음. 누군가는 벼슬아치가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백정이 되어야 하는 것임. 노력을 안해서 가난하다는 사람은, 백정은 벼슬아치보다 노력을 덜 했기 때문에 백정으로서 받는 열악한 처우를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함. 멍청한 주장임. 백정이 0명인 사회는 존재할 수 없음. 사람들은 고기를 먹어야 하니까. 그말인즉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백정이 되어야 한다는 말임. 절대평가로 결정되는게 아니라 상대평가로 결정된다는 말이지.

아사다마오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세계 일인자의 자리는 김연아 차지임. 만약에 일등에게 금,은,동 메달을 모조리 주기로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 아사다 마오가 4년동안 아무리 피땀을 흘렸더라도 김연아가 금은동을 독차지하게 되겠지. 아사다마오는 노력을 안해서 동메달도 따지 못했다고 말할텐가? 사회적 구조에 의한 가난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가난의 원인이 일등에게 금은동을 다 몰아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거임. 애초에 금은동을 일등에게 몰아주는게 병맛같은 짓인거지, 2등 3등이 메달 못따는게 2등 3등이 노력을 덜한 탓임? 일등 빼고 나머지 이등 심등은 다 노력을 안해서 동메달 하나조차 못건진 건가?

애초에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다면, 일등에겐 금메달을 주고, 이등에겐 은메달을, 삼등에겐 동메달을 주자는 거임. 일등 혼자 다 차지하면서 "억울하면 너도 일등하던가"라는 식으로 말한다고 해서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는게 아니잖나. 누군가가 일등이 되면 누군가는 이등 삼등이 될 수 밖에 없는 거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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