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런 칼럼) - 남자와 여자, 서로의 혐오에 대해

NEOKIDS 작성일 15.01.03 23: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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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런 칼럼 : 남자와 여자, 서로의 혐오에 대해

 

 

- 내 후배는 번듯한 대기업의 직장에 차와 집을 살 저축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그저 결혼만 하면 된다. 소개팅은 주마다 한 번 꼴로 숱하게 했다. 그런데 서른 여섯을 맞은 지금까지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다. 상대도 두 번 정도 만나면 끝이다. 오로지 뭔가 마냥 즐기고 싶은 행동과 눈치만 보인다. 

물론 말은 맘에 드는 상대가 없다고 말한다. 아마도, 번듯한 직장이 있으면 인성이 모자라든가, 인성이 괜찮으면 번듯한 직장이 없든가, 이도저도 없이 결혼을 돌파구로 생각하는 여성들만 소개팅에 나오든가, 뭐 경우의 수는 가지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일단 결혼비용부터 시작해서 그 전체적인 부분에 들어갈 소모의 문제가, 그 결혼생활의 효용에 비해 너무 크다는 계산. 그런 것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 또 다른 후배는 이미 결혼을 했고, 집을 사놓았고, 이런저런 집값 떨어지는 걱정 와중에도 개인 병원까지 개업했다. 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고 있다. 나는 그 후배를 만날 때마다 왜 아이를 갖지 않는가를 물었지만, 어느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건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지금도 저지르는---'죄책감을 짐 지우는 방식'. 물론 그건 달리 보면 인지상정이요 앞으로 나가는 활동의 동인이 될 수도 있다고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문이 잠겨있는데 문열고 나가라고 독촉질만 해대면, 이건 둘 중 하나다. 문이 잠겨있다는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든가, 문이 잠겨있음을 알면서도 니 몸이 부서지라고 하면 문이 안열리겠냐 하는 무대뽀 식의 발언---안열려요가 정답인 상황임에도. 여기서 단골로 등장하는 레파토리는 '우리도 다 그렇게 없이 시작하고 없이 살았다.' 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들은 당장 신경증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다. 자기들도 생존을 위해 그렇게 노력한 끝에 노년이혼과 가족단절에 맛들리고 있는 마당에 무슨. 

 

-또 다른 후배는 공무원이다. 그는 최근까지 어떤 자격증을 따서 공무원 자리를 나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애가 딸린 상황임에도. 인맥이 있는 사람이 후임으로 들어와 네활개를 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상사가 은근히 퇴직의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철밥통이라고 해도 이런 부조리한 경우도 있구나 싶었다. 그의 문제는 해당 부서를 바꾸면서 해결되었지만, 언제 어느때 또 비슷한 일들이,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터질지는 모를 일이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는데, 사실 애딸린 상황에서 그러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안정적인 직장도, 안정적인 가족도,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개인적인 예시를 몇 개 든 것은 이 예들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제목 속에 나오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물론 그저 경험상의 예라고 말할 수도 있고, 일부 예에 집착한다고 말해도 할 말은 없는 수준이다. 그저, 어떠한 우화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남자가 여자들의 행태에 대해 까대는 것, 여자가 남자들의 행태에 대해 까대는 것. 인터넷에서는 요즘 그런 이야기들의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 반응은 가지가지다. 뭐 이런 얘기에 해당되지 않는 여자들이 더 많으니 안심하라는 말부터, 겁나서 결혼하겠냐는 말까지. 그 개개의 사안들만으로 놓고 보면 믿을 수 있나는 둘째치고 이게 가능한가, 하는 느낌까지 든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간증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가능하다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된 듯 하다. 

 

중요한 건, 

그 근저에 깔려있는 것은 언제나 항상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떻게 뭘 할 수가 없다는 좌절 아래. 

 

이건 서로가 모두 함께 몸을 담그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속성이라는 것. 그 속성상 비용이 효용을 능가하면 유인요인이 떨어진다는 게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살펴보면 남자에게 대뜸 차도 없냐고 쏘아붙이는 여자, 혼수비용 때문에 일어나는 분쟁들,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 등등이, 자본주의적인 극단을 달리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은 상품이 되고, 남자는 능력, 여자는 미모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악순환적으로, 스스로들이 그것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결국 누가 누굴 욕할 게재가 아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난하고 싶다면, 그 때의 무기는 도덕이 된다. 도덕은 잘만 사용하면 좋을 수도 있지만 잘못 휘두르면 광신도의 신앙과 같아지는 라이트 세이버이다. 그 광선검은 마치 다스베이더처럼 시대환경과 체제환경에 따라서 겨누는 곳이 조금 혹은 크게 바뀐다. 코미디언 루이 C.K는 그의 개그에서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이유가 법적으로 그것을 강제하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전부 다 서로를 죽이고 다닐 것이라고 개그를 친다. 그런데 이게 훨씬 이전에 토마스 홉스에게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말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면 위험하니까, 강력한 정부와 시스템이란 것이 있어야 된다고, 그게 아무리 잣같은 구조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주장을 했다. 

 

그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가 지금 총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경쟁이란 이름 아래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의 가속이고,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과 근거는 그게 아무리 분노와 증오를 불러 일으켜도 나날이 빛을 일어갈 뿐이다.  왜? 그 강제의 근거가 고산지 산소처럼 점점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감옥 들어가 처벌받은 사례도 없고, 그것을 어겨서 목숨을 잃은 사례도 없다. 대신, 도덕을 어김으로서 얻는 이익을 통해 생존을 보장받는 기회는 널려있다. 요는, 법망에만 저촉 안되면 되는 거다. 

 

법 외에는 내가 중요할 뿐. 사회 지도층들이 그랬고 재벌과 그 2세들이 그랬고 그 밑의 떨거지들이 그랬고 결국 세상 전체가 그렇게 흘러간다는 걸 알게된 어르신들은 도덕이란 건 남을 비방할 때나 쓰고 자기 자신들의 당면과제에서는 한편으로 치운다. 그것을 지금의 3040 세대가 배웠고, 이후의 1020 세대가 배워왔다. 

 

그렇다. 이건 자본주의가 불러온 지옥도이고, 그 해괴하다고 느껴지는 사고방식들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욕구가 좀 더 돌출된 것일 뿐, 사실은 이 땅에 발붙인 모두의 근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집값걱정을 하는 부모세대가 여당을 뽑아줄 수 있었던 것이고. 

 

조금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이런 혐이성의 감정을 가진 모두는 뒤집어보면, 자신의 세일즈 포인트가 없는 자들이다. 그러나 기업 등에서의 자본주의적 논리에는 두말없이 수긍하고 무릎 꿇는다. 욕을 쳐먹는 돌출행동의 사람들도 스킬이 점잖지 못할 뿐 자본주의적 활동이란 건 변함이 없다. 회사에서 기본이 안된 사람을 안뽑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결혼배우자를 뽑는데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상에 대한 인지상정적 욕은 하염없이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뭘하나. 그 뿌리가 이미 바뀌지 않고 썩어있는데. 그렇게 소모만 계속된다. 

 

자, 자본주의가 문제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패배주의와 사고의 정지가 오는 부분은 여기서부터이다. 너무 거대해보이고 너무 생에 밀착되어서 이젠 뭐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 결과가 연애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까지 이어지고 결국은 스스로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58년 개띠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은퇴의 길을 걷는다. 그러면서---뭐 이미 징후들은 다 나왔지만---가족은 해체되고 1인가구는 늘어가고 소비패턴도 변하고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미혼여자들까지 전부 경쟁에 뛰어드는데 자식낳은 사람들만 헬게이트 앞에서 다이빙 대기 중이다. 

 

안타깝게도 정부든 국개위원이든 이 부분에 대한 답이 없을 뿐더러 과거의 경제 부흥 패턴을 반복하려는 시대착오까지 보인다. 그러면서 나온게 정년 연장, 독신세 같은 땜빵처리 뿐이다. 이게 뭔지 아나? 일본과 고대로마라는 참고서를 뒤적거린 결과이다. 니체는 말했다. 시련이야말로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니체가 과연 현대 자본주의의 이런 면들까지 모두 예견하고서 그런 얘기를 한 걸까? 

 

답은, 결국, 우리들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욕보다는 그것을 생각하는 장들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는, 

아주 절박한 상황임을 스스로가 인식하지 않는 한, 답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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