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멜님의 게시물 4대비전을 보고 나니 드는 답답함이 창천이다. 또 지려고 벌이는 게임인가 싶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건, 문재인 밑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대선 때 만든 민주당의 노인층 비하 홍보물을 보며, 4대강 삽질보다 더 큰 삽질을 하는구나 하는 답답함이, 또 다시 몰려온다. 그 때의 리플렛 내용들은 모두가, 마치 이건 새누리당에서 망하라고 인물들 투입해서 협잡질 벌이는 음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략들이 어처구니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더 놀라운 건, 그 때 당시의 문재인 홈페이지에서는 이러한 부분의 어떠한 문제의식도 제대로 피력된 의견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주절주절 써놓은 것들을 일갈하자면, 그건 다 간판으로 걸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국민들이 알게끔 생색내건 모르게끔 뒤에서 처리하건, 항상 이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1식 4찬짜리 정식에 불과하다. 항상 먹고 있는 (또는 먹어야 할) 동네 정식을 들고 나와서 수라상인듯 생각하고 있으면, 또 진다. 백 퍼센트 진다. 나라가 제2차 IMF를 쳐맞는 상태가 온다 해도, 진다.
애매한 말 따위는 다 빼버리고 핵심을 찔러야 하는데 그게 보이질 않는다. 구구절절이 썰풀어봐야 읽어줄 사람들도 없다. 희망을 말하고자 하지만 수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은 갈수록 어둡고, 뒤에는 협잡꾼들만 남아서 사람들에게 조소를 보내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던 지난 대선의 프레임에서도, 도대체 사람이 먼저라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확 꽂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짓을 또 똑같이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바라고 사람들이 박근혜를 뽑아주었는가. 박근혜의 뒤에 있는 박정희의 향수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50대의 집값 걱정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박근혜를 뽑은 것일까. 동여매고 줄이면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앞에 버티고 선 불투명함. 그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은 두 글자로 압축된다.
안정.
그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부분은 사실 구구절절이 썰 풀것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디테일이고, 디테일은 전면에 나서야 되는 부분이 아니다. 관심이 있다면 누군가들은 그 디테일을 찾아보겠지만, 지치고 힘든 하루밥벌이의 사람들 대다수가 그 골치아픈 디테일을 그대로 읽고 있어 줄 리는 없다. 그 디테일은 실행함으로서 목표를 이루기만 하면 그뿐인 행동, 과정이다.
그 행동을 하겠다, 라고 먼저 외치고 실현될 것처럼 구는 것은 이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다. 그 행동을 함으로서, 오는 결과의 모양새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게 안정이다. 그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 해야 할 행동들은 이미 누구나가 알고 있다. 청산, 정리정돈, 효율과 절약, 분배와 정의 실현. 입 아프게 더 말해서 무엇하는가. 그 결과를 가져오게 할만한 힘을 제게 주세요, 하며 구걸하는 것도, 해내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의 문제도 아니다.
내가, 한다. 딱 부러지고 칼같은 이 프레임이면 끝이다.
이게 노무현의 핵심전략이었다.
상대가 이 핵심전략을 똑부러지게 말 못하고 엄청나게 머뭇거렸기 때문에 노무현이 승부처와 고비마다 힘을 발휘해 이긴거고, 그 다음 대선에서 그들이 한 건 그 핵심전략을 코스프레하면서 그걸로도 모자라 동시에 협잡과 불안을 부추기고 선동하여 이긴거다.
노무현 때에도 모든 것이 노무현을 도와주진 않았다. 노무현은 누가 보아도 열세였다면 열세였지 우세였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파이터였다. 그리고 자신이 그 포지션과 이미지를 이해했고, 십분 발휘했다. 포지션과 이미지만큼이나 뒷면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안철수는 상식이었다. 박근혜는 향수병이었다.
문재인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정신이 사나웠습니다. 화나고 우울한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차분히 돌아봅니다. 돌아보고 나니 현재 우리는 모두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 저는 그것을 하려 합니다."
이 정도도 말해줄 수가 없는가, 문재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