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런 칼럼) 빙다리핫바지

NEOKIDS 작성일 15.07.06 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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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디폴트로 사방이 난리다. 그리고 진영에 유리한 해석들이 난무한다. 뭐 여기까지는 항상 있었던 문제들이다. 각종 복지적 이슈를 둘러싸고 난리법석들이 펼쳐진 게 하루이틀이었던가. 

 

지금의 언론과 정부 여당측의 발언들은 확실히 그리스를 복지의 실패로 보고 있다. 그리고 사실, 얼핏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나쁜 것이다, 라는 비판은 사실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 의도성 자체를 잘 모르니까. 남의 의도성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위험하다. 그렇기에, 그런 비판보다도 그들에게 가해져야 할 적절한 비판이 있다. 

 

멍청한 소리 하고 있네. 

요거. 

 

자칭 보수라고 나대는 이들의 그 고질적인 분석 문제는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의도성이 어쨌든 간에 자꾸 상황을 1차적, 피상적으로 판단한다. 이런 판단은 비단 수치가 이러니까, 상황이 그러니까, 결국 A->B잖아? 라고 간단하게 생각해버린다. 

 

그런데 아뿔사, 변수라는 요소들이 있다. 그리고 자칭 보수라고 '나대는' 측들의 해석은 이 변수들을 고려해볼 생각을 않는다. 무조건 A->B고 그게 맞는 거고 그 이외엔 용납 못한다. (그 허술한 분석력이 의도적인 건지는 잘 몰라도 항상. 올웨이즈. 그냥 몇몇 사람들만 이런 줄 알았는데, 보수라는 걸 내세우며 서적까지 쓴 몇몇 인간들의 독해력과 해석력, 정보분석력을 보면 참 어이가 뺨을 회축차기할 지경인지라 개인적으론 그냥 올웨이즈로 굳어져 버렸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그리스의 복지는 그리스 자체가 가진 국가의 힘에 비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터무니없는 비율이다. 거기에 개혁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계속 그 비율이 유지가 되었다. 유로존 진입으로 GDP가 계속 마이너스 가도를 달리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1차적인 판단 상에서야 당연히 복지의 실패! 복지의 실패! 하고 신이 나서 입을 계속 놀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뒤로 들어가 보자. 

 

과연 이것을 '복지의 실패'라고 딱 못박을 수 있는 구조인지. 

 

첫번째로 말할 수 있는 건 갑자기 법인세를 비롯한 직간접세를 인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들어오는 돈이 많아야 복지든 뭐든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아는 것이다. 그런데 세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더 문제인건, 그것의 인하가 당시엔 국제적 트렌드이긴 했지만 누구도 그리스만큼의 낙폭으로 줄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수를 줄여도 엄청나게 줄인거다. 

 

복지와 행정의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걸 복지의 실패로 정의할 수가 없다. 유류세를 인상한다면서 미봉책으로 돈푼좀 집어주던 이명박 정권의 행정을 '복지'라고 부를 수가 없듯이. 이런 상황은 '정책의 실패'라는 말이 훨씬 더 적합한 것이다. 

 

정책의 실패라고 한들 거기에 어차피 복지라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게 좀 더 클 수도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 두번째, '정책의 실패'라고 부를 수 있는 지점이 또 나온다.

 

바로 복지정책의 구조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을 보자. 스웨덴의 경우 사실상 국가부채율이 그리스의 절반 가량인데 비해, 공무원 수는 훨씬 높으면서, 동시에 복지도 잘 되고 있다. 스웨덴은 어디서 뭐 금가루가 맨날 떨어져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가? 그렇지 않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비그포르스라는 인물부터 시작되었던 복지정책의 행정 역사 같은 걸 주목해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실질적으로 복지 정책의 구조 자체가 그리스와 아주 다르다. 

 

그리스의 경우는 복지정책 중에서도 연금의 비중이 큰 편이었다. 연금은 국가부채와 직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반면 스웨덴은 연금의 비중이 그리스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전체 복지 정책 중에서 8% 가량 밖에 지출이 나가지 않는다. 반면 사회적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역전된다. 스웨덴은 월등히 높은 비율의 지출을 사회서비스에 하고 있다. 또 이러한 지출을 감당하는 구조도 틀리다. 국민부담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이용할 사회서비스(의료, 교육, 주택 등등 공공부문)는 여러분에게서 세금 많이 걷어서 합니다. 물론 연금도 걷을 거지만 그렇게 많지 않아요. 뭐 어차피 병원이든 학교든 뭐든 비싸질 수 있는 건 다 서로서로 내서 만들고 쓰는 건데, 사는데 더 큰 돈 들어갈 데가 없지 않겠어요? 라는게 스웨덴의 복지구조인 것이다. 즉, 국가부채율이 높아질래야 질 수가 없다. 거기에 재벌 등등에게서 들어오는 세금까지 잘 운용하면 장땡. 

 

결과적으로 그리스의 디폴트는 '정책의 실패'다. 그리고 그 요소 중에는 복지정책의 실패도 물론 들어있다. 그런데 자꾸 그거 하나만 바라보며 지저귄다. 마치 그것이 모든 것의 원인인 것처럼. 아 이 사람들아. 세수를 줄인 것부터가 문제라니까! 복지는 부속품이고 가장 큰 문제는 정권이 빙다리 핫바지였던 거야!

 

왜 이런 바보짓을 했던 걸까? 그래서 그리스의 정권 흐름을 대강 살펴본다. 

 

보수정권인 그리스 신민주주의당이 처음 집권 때에 시작한 건 긴축재정과 민영화였다. (아, 한국의 몇년 전이 막 보이지 않는가?) 그래도 그 때 당시의 활황 등 붐을 타면서 연 4%대 경제성장도 이끌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보아야 한다. 거의 활황붐 덕분이다. 이 활황붐이 버블 부메랑이 되어 2004년부터 살짝 적자가 나기 시작하다가 거대하게 자기 마빡을 찍는 때가 2008년. 그렇다. 철천지 원쑤(???) 부시 정권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하여간 이 개객기는......왜 국가정상들이 악수도 안하려고 했는지 알만하다........) 그래도 2009년 전망까지는 적자폭이라도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전망했으나......  

 

2009년 시위자를 사망시키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10월 조기총선까지 가서는 결국 정권을 빼앗겨버렸다. 거기다가 재정적자를 은폐해오고 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 뒤의 사회주의당이라고 딱히 방법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다시 2012년 공산당과 연정하여 (!!!!!) 정권을 다시 찾아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또다시 긴축블루스. (그나마도 처음엔 경기부양을 위해 세수인하가 필요하다는 입발림도 했다!!!) 그러자 올해 초엔 급진좌파한테 정권을 뺏긴다. 

 

대강의 역사가 이러하다. 거의 멍청한 보수의 모든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말한 A->B만 굳세게 믿는 무능력함. 거기에 표를 얻으려고 세수 인하라는 초유의 포퓰리즘까지. 이러니 대강 그리스 국민들의 속내도 이해가 간다. 긴축하자고 그랬어. 뼈빠지게 일했어. 그런데 시벌 먼 적자? 그것도 숨기고 있었어? 그러면서 은행들이랑 꿍짝하면서 비리? 그런데 시위자까지 죽여? 이거 완전 개객기들이구만. 갈데까지 갔어. 그런데 또 긴축이라고? 잣까!!!!! 라는 심정. 그게 터진 게 이번 국민투표다. 

 

감정으로 풀 사안은 아니라도 감정의 실마리를 잡아 풀지 못하면 정권은 개박살나는 건 어떤 정치에서든 이뤄져 왔다. 그런 역사를 이 신민당은 끝없이 되풀이해온 것이다. 한마디로 빙다리 핫바지 짓들의 끝판왕급이다. 

 

이걸 보면서 복지는 안댐 어쩌고 하고 있는 한국 보수층들도 멍청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스 신민당의 빙다리 핫바지 짓을 지들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구조를 자세히 보면, 그게 남말할 이야기가 아니란 답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는 커녕 가계부채 1300조는 뭐 나랑 상관없는 시골동네 수퍼 이름으로 알고 있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만큼의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이 산적해 있는데, 되레 신민당 뒤를 따라 긴축노래만 외칠 바보들이 너무 많다. 

 

더더군다나 이들의 발언은 복지라는 것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욱 그 위험이 크다. 복지정책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국가재정에서 그냥 막 퍼다주기, 북한에게 퍼다줬던 햇볕정책(?!) 같은 거라고 무식하고도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발언 속에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사회를 북한으로 아는 건가. 

정책의 묘를 살려서 간다는 부분은 이미 이재명과 박원순이 충분히 보여줬음에도 배우기는 커녕 헐뜯는데만 고심한다. 한국이 그리스꼴이 날 때 이 빙다리핫바지 새끼들은 도대체 뭘 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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