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제안

JHS 작성일 15.08.26 19: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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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프라이머리, 소선거구제 개편, 국회선진화법의 포괄 논의를 제안합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제도의 역사입니다. 1987년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직선제 개헌으로 1987년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진전이었습니다. 직선제 개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한국 민주주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한 직선제가 민주주의 1.0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민주주의 2.0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직선제 개헌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회복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존의 선거제도로는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갖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과소대표, 과대대표 되어있는 국회의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민심과 유리된 정당이 상호 대립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정치,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 모두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무엇이 민생에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둘러싼 건전한 토론과 경쟁이 실종된 정치는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직선제 이후 지금 시대 민주주의의 과제를 민생중심 민주주의, 국민 중심 정치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을 앞둔 지금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이번 기회에 공천제도, 선거제도?, 국회운영제도를 함께 바꿔야 합니다.

 

첫째,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현 소선거구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바뀌더라도 국회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소선거구제를 대체할 제도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논의의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뿐만 아니라 한 선거구에서 3~5인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까지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야 합니다. 예전에 중선거구제가 일시적으로 시행된 적이 있었지만, 2인을 선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소선거구제와 차이가 없었고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정규모의 중선거구제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함께 이번 기회에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공천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합니다.

정당의 기반을 취약하게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진성당원이 기반인 유럽의 정당들과는 다릅니다. 선거 때마다 당원을 모으느라 출마자들은 혈안이 되어 있고, 당비대납으로 인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다면 당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게 흩어져있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조직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신인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신인 가점제를 통해서, 그리고 신인들이 상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야당은 역사적으로 국민참여경선을 선도해 왔습니다. 대선에서도 공약했습니다. 여당 대표도 정치생명을 걸고 관철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여야의 생각이 일치되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셋째, 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국회운영제도 중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교섭단체요건 완화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기반이 만들어진다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소선거구제 개편없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지금이 공천제도로서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제도로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변경, 국회운영제도로서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교섭단체요건 완화에 대한 포괄 논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중요한 것은 논의의 시작입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대북회담도 무박4일 동안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밤을 새워서라도 논의해서 결론을 내야만 합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시대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담대한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할 때입니다. 문재인 대표와 김무성 대표, 그리고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용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도 힘을 합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8월 26일

국회의원 안철수

 

http://ahncs.kr/?p=73855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개인적으로 안철수 의원이 학자와 정치인의 차이를 알았으면 좋겠네요. 안철수 의원이 학자나 비평가 혹은 단순 지식인이라면 선한 동기를 바탕으로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직업 정치인은 막스 베버가 얘기했듯이 "동기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그래서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위의 의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용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런 순진한(?) 제안 보다는(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논의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전략적 측면을 더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만약 현실적인 전략을 짜서 그걸 실행하고 이후에 실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두렵다면 일찌감치 정치 그만두고 학자로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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