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목사님이신데, 목회하시다가 간혹 쉬실때 티비를 보시는데
오랜만에 뵈었더니, TV조선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불안감 엄습.
아버지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신중함입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물어봐도 바로 툭툭 대답하시는 게 아니라, 깊게 생각하고 대답을 해주셨거든요.
일단, 대우조선에 4조를 지원한다는 뉴스를 보시곤, 저걸 그냥 빌려주는 거냐면서 혀를 차시긴 하시고...
다음에 청와대를 향한 김무성 대표의 태도 변화가 나오고 그걸 옹호하는 패널들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아버지께 여쭤봤습니다. 국정화교과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
-우리나라는 국정화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국정화 하는 나라가 거의 없지 않나요?
-우리랑 다른 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공산국가랑 대립 중이지 않나.
+설사 대립 중이라고 하더라도, 검인정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역사학자들도 전부 반대하는데.
-역사학자들도 좌편향 되어있다. 노무현, 김대중 정권 때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서 영향을 끼치는거다. 더군다나, 반대한 사람들 중에 단 한명도 집필경험이 없다고 하더라. 만들어달라고도 안 할 사람들이 반대하는거다.
+집필을 한 사람들이 만든 교과서가 지금 교과서 아닙니까. 이미 좌편향 되어있는데, 그 사람들이 만들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다 좌편향 되어있어서 그렇다. 그 교과서로 배우니까 다들 북침 북침 하는거 아니냐.
+그 북침이 우리가 북한을 치러 간거를 말한게 아니다.
-왜 아니냐.
+세상에 어느 누가 6.25때 우리가 공격했다고 생각합니까. 배울 때, 6.25때 모내기 때문에 군병력이 줄자 새벽에 공격해왔다고 그렇게 배우는데. 단지 용어를 줄여서 공부하다보니 헷갈려서 그럴 뿐이다.
-맨날 남침 남침 했는데 무슨 북침이라는 말이 나오냐
(본인께서 어릴때부터 남침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오셨다는 말 같습니다.)
+우리는 교과서 외에 그런 단어를 쓸 일이 없고, 줄임말로 배우다보니 그런 용어혼동은 간혹 한다. 어버이연합도 그랬다더라. 어쨌든, 용어는 실수할지언정 내용은 제대로 배우고 있다.
대충 이런 대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이 답답할정도로 어이없는 언론플레이를 할 때마다 '저게 먹히나' 생각했었는데
.............먹히네요;;;;;
먹히니까 하는거겠죠.
뭐, 중간에.... 유시민씨도 자기는 유신때 국정화교과서로 배웠지만 좌파가 됐다고도 말했더라. 사람이 그렇게 멍청하지만은 않다...고도 말씀은 드렸던 것 같네요.
뭐랄까.
그동안 국정화교과서가 너무 뻘소리라서, 너무 당연히 잘못된 소리라고 생각해서 깊게 알아보지 않았던 상태라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었는데....흠흠
그래서 제가 아버지와 나눈 대화도 제가 부족한 게 많이 보이죠.
뭐.............어찌해야 하나................
아버지가 예전 개신교 관련 무슨 선거가 있었는데, 그때 부정부패가 일어나서 그거 해결한다고 괜히 욕 먹고 찍혀가면서 활동하시기도 했었으니
'부정부패도 눈감아주고 나만 잘 되면 돼' 이런 분이 절대 아니라는 건 압니다만.
그럼에도 새누리당을 지지하시는 건, 역시나 6.25에 영향을 받으신 세대라... 좌파에 극심한 반감이 있고
우파도 제대로만 한다면 나라가 잘 되리라....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우조선에 4조 지원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보셨으니....
다만, 좌파....빨갱이.... 여기에서 벗어나시기 힘드실 것 같네요.
나이가 들수록 느낍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꼭 큰 나무의 나뭇가지들 같아서....각자 처한 환경, 접하는 정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타인을 설득하기도...아니 이해하기도 힘들어진다는 걸...
국정화교과서 지지율이 왜 높았는지, 대통령 지지율이 왜 높은지 감은 오더이다.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건, 투표라도 열심히 하는건데....
대선때는 '새누리당은 싫은데 찍을 사람이 읍다' 였지만 이젠 '새정연이라도 찍어주마'인데....
또 질것만 같네요-_-;.....
아....혹시나 내년 총선도 지고, 혹시나 대선도 지면-_-.......아........
이민 계획해야 하나.......
근데 진짜 질 것 같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