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외국인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강력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국수주의는 인종차별과 폭력을 촉발할 수 있다. 다문화 사회인 싱가포르에선 용납될 수 없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이 섞여 사는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돈벌이를 위해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증오를 유발할 수 있는 글을 올린 20대 웹사이트 운영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전날 웹사이트 '더 리얼 싱가포르' 운영자인 양카이헝(27)씨에 대해 '폭력 선동' 혐의를 적용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외국인 혐의 유발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양카이헝[AP=연합뉴스]
재판장인 차이위엔팟 판사는 "국수주의는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과 폭력으로 급속히 전환될 수 있다. 브렉시트는 이런 외국인 혐오가 얼마나 강력해지고 예측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는지를 보여준 증거"라고 판시했다.
양씨는 앞서 지난 3월 10개월형을 받은 호주 국적의 부인 다카기 야이(23)와 함께 이 웹사이트에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글을 최소 7차례 게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문제가 된 글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싱가포르 주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내용이 주류다.
또한, 중국 여성이 지하철에서 병을 이용해 손자에게 오줌을 누이게 한다거나, 필리핀인 가족이 힌두 페스티벌에서 싸움을 걸었다는 등 특정 국민을 겨냥한 내용도 있었다.
검찰은 이런 글의 내용이 외국인 혐오를 유발하기 위해 지어낸 것으로, 양씨 부부가 이런 글로 독자를 끌어들여 돈벌이에 이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계산적인 기회주의자'라고 몰아세웠다.
실제로 이들은 한 달 평균 페이지뷰가 1천300만에 육박하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5만 달러(약 4억 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양씨의 변호인은 그가 문제의 글을 쓰는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를 이 사이트의 아이디어 제공자로 보고 처벌했다.
이번에 양씨 부부에게 부과된 형량은 인종, 사회적 계급 등에 대한 증오 유발 행위를 엄격하게 금하는 싱가포르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다카기 야이씨가 징역형을 받았을 때도 처벌이 과하다는 논란이 일었으며, 호주 외무부도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