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남성 나름이 겪는 고통이 있고, 여성은 여성 나름이 겪는 고통이 있다, 그러니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서 함께 연대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 이런 말은 언제나 좋죠. 누가 나쁘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절대 사회적 구조와 차별을 지적하고 그 본질을 해석하는 역할은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되질 못하죠)
가부장 사회, 그러니까 이 게시판에서 몇몇 분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가부장이 깨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던 바로 그 가부장 사회 말이죠. 그 가부장 사회는 언제나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틀을 만들고 그것으로 개인의 인격과 가능성을 억압합니다.
사실 가부장 사회가 지닌 여성차별, 여성멸시 또한 상당수가 바로 이 역할론에서 기인합니다. 네, 맞아요. 남자와 여자는 할일이 따로 있다, 고로 지녀야하는 소양도 따로 있다, 여기에서부터 여성에 대한 멸시, 차별, 편견이 시작됩니다.
"아니 남성도 똑같이 역할론에 해당하는데 왜 여성차별만 문제냐?" 네 맞습니다. 남자도 남성성에 의해 억압당합니다.
가부장 사회가 말하는 남성성, 그러니까 강하고, 듬직하고, 자기 주장이 있고, 경쟁심과 야망이 있는 등의 무형적 기질부터 시작해서 강한 육체, 큰 키, 넓은 어깨, 경제력으로 대변되는 유형적 기질까지 말이죠. 이러한 남성성의 틀을 세워놓고, 여기에서 "강한 남성" 에 해당되지 않은 남성은 남성집단내에서 차별받고,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남성이 되지 못하며, 사회생활 하는데 있어서 여러 관건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쉬운 예가, 남자분들 학교 다닐때, 남성들은 무의식적으로 서열 비스무리한 걸 적용시킵니다. 가장 강하고 남성적 가치가 뛰어난 녀석이 리더가 되고, 그리고 그 소양의 격차에 따라서 서열이 정해지죠. 그리고 그 모든 요소에서 가장 별로인 녀석이 집단내 가장 하위 서열, 그리고 심하면 괴롭힘의 대상이 됩니다. 사회로 나오면 육체적 조건보다 경제적 조건이 가장 큰 기준으로 적용되어 서열이 정해지구요. 그리고 사회에 나와 정해지는 이 경제적 조건의 서열은 더 큰 사회적 괴롭힘의 형태로 전가되죠.
이러한 남성에게 매겨지는 가치를 따라가기 위해 분투하고 경쟁하고 혹은 체념하고 살아가는 거? 당연히 남성도 힘듭니다. 힘들죠. 그런데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걸 과연 남성이 성정체성에 의해 사회적 차별을 당하는 거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왜냐면 말입죠. 사회적 의미의 차별이란건 언제나 그 사회의 메이저가 마이너에게 가하는 것입니다. 기득권이 소수자, 약자에게 가하는 것이란 말이죠.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님들에게 남성적 가치를 잣대로 남성성을 강요하고 규정하는 이 모든 시스템과 시각은 애초에 누가 만든건가요? 강한 수컷에게 남성으로서 모든 가치를 배정시키고, 약한 수컷은 배제시키는 논리. 그렇습니다. 가부장 사회, 바로 남성권위와 남성중심적 사고가 만들어 냅니다. 애초에 여성을 경제적, 사회적 권력으로 배제시키고 남성들만을 그 권력을 위해 싸우는 경쟁적 존재로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서 강한 수컷과 약한 수컷을 규정합니다.
이건 강한 기득권 남성들이 약한 마이너 남성을 차별하는 것이지, 남성이 성정체성으로 차별당하는게 아닙니다. 애초에 여성들은 남성을 차별할 힘이나 권력이 없어요. 동성애자는 이성애자 차별 못합니다, 노동자는 기업가를 차별할 수 없어요. 흑인이 어떻게 백인을 사회적으로 차별하죠?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지닌 계층은 비장애자들이고, 이성애자들이고, 기업가들이고, 백인들인데 말이죠. 남성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성에게 차별당할수가 없어요.
남성의 고통을 여성들이 당하는 차별, 멸시, 편견과 등치시키는건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젠더문제를 왜곡시킵니다.
남성성에 의해 억압당하는 남성의 고통은 동종 남성들 사이의 규범이나 시각으로 이루어지지만, 여성성에 의해 억압당하는 여성의 고통은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여자는 조신해야함, 여자는 이뻐야지, 여자는 어릴수록 좋아, 여자는 애교가 많아야지, 여자들은 판단력이나 사고력이 남성보다 떨어져, 여자는 몸을 함부로 굴리면 안됨, 그래도 육아와 가사는 여자가 해야지, 여자 팔자는 남자한테 달렸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함, 어휴 운전 저렇게 하는거 저거 여자라서 저래, 여자가 검소하고 아낄 줄 알아야지, 눈물은 여자의 무기, 여자들은 질투심이 너무 강해!, 여자의 적은 여자!!, 모든 여성들은 아름답습니다 다만 노력하는 여성과 아닌 여성이 있을 뿐 (풋ㅋㅋ), 야 역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있어 등등
물론 남성들도 여자들 입으로 듣는 남성성 강요가 있죠. 남자는 키가 커야지, 어깨가 넓어야지, 남자는 경제력이지 등등, 그런데 중요한건 과연 그러한 각 성별이 규정하는 타성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나 편견이 실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압박으로 다가오는가? 이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여자들이 키큰 남자 따지고 경제력 좋은 남자 따진다고 남성들이 사회적, 경제적 권력에서 배제당하고 남성의 가능성과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일은 역사상 단 한번도 일어난 적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들은 남성에 의해 여성성을 강요당하면서 사회의 거의 대부분 권력에서 배제당하고 가능성이 제한되었죠. 여기까지 설명하는데도 "남자도 여자랑 같아!! 남자라서 힘들고 남자라서 차별당해!!!" 라고 말하신다면, 그냥 여기서 백스페이스 누르세요. 네 백인들도 사는거 힘든데, 그래서 그게 인종으로 차별당해서 그런건가요?. 기업가도 나름 힘들고 기업가라서 막 나쁜놈 취급당하는거 억울할 거에요? 그쵸?
여성성의 강요가 사회적 차별의 기제로 작용한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이런거에요. 지난 역사의 흐름동안 남성성의 가치는 끊임없이 여성성을 멸시하고 폄하함으로서 강화되어 왔습니다. 남자들이 남자들끼리 서로 모욕하기 위해 동원하는 단어들이 있죠? 그중에 하나 있잖아요. 그거 "야 이 기집애 같은 색히야" 그렇습니다.
남자한테 "기집애" 라고 말하면 모멸감의 표현이 됩니다. 그러니까 "여자" 라는거 자체가 욕설이 된다구요. 여자들끼리 싸울때 "야이 사내놈아" 이러면서 싸우나요? 아닙니다. 여자들끼리 싸울때도 기집애라고 하고 싸우죠 ㅋㅋㅋㅋㅋ
여성성은 남성성을 부정하거나 멸시하지 않습니다. 뭐 여자보고 남자같이 생겼다고 하면 모욕이 되기는 하지만, 그걸 같은 예시로 퉁치는건 비약이죠. 남자답다, 상남자다 이런 말들은 그 반대의 가치에게 "기집애 같은 놈" "넌 뭐 하는게 그렇게 기집애 같냐?" 라면서 여성성을 배제하고 멸시하면서 남성의 가치를 강화시킵니다. 이런 상황 자체를 여성차별이라고 하는거죠.
똑같이 남성성과 여성성이 각 성별에게 강요되지만, 그 맥락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입니다.
남성성에게 강요되는 남성성은 권력지향적입니다. 남성은 자기 하고싶은 말, 욕망을 드러내고 휘두르는 것 자체를 "상남자" 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찬양의 가치로 만듭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가능성을 실현시키는게 남자답다라고 표현되는거죠. 왜냐면 가부장 사회는 남자가 사회에서 성공하고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적 위치를 차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남성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꿈에 대한 기회에서 "남성이라서" 차별당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 요리나 헤어, 패션 같이 여성스럽다고 평가절하 당하던 분야에까지 남성전문가들이 즐비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확실히 남성이라서 차별당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반면에 여성성의 강요는, 끊임없이 여성이 가진 재능과 가능성을 제한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천상여자", 여러분 이 단어 들으면 어떤 여성이 떠오르시나요? 확실한건 이 단어를 듣고 자기 재능과 꿈을 펼치며 독립적이고 자주적이고 자기 의지와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을 떠올릴 일은 절대 없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여성성이란 소극적이고 얌전하며 다소곳하고 섬세한 (으하하) 이해심을 지녔으며 가사, 육아와 같은 가정내 일에 있어 능력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이러한 여성성에 대한 규정은 그녀들이 입닥치고 가정에서 남자 뒷바라지나 할때에는 아무 충돌이 없지만, 그녀들이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사회로 나아가려 했을때 비로소 충돌로 발생합니다.
여성성 강요의 또 다른 이면, 즉 여성이 가정내 역할을 담당할때 강요되던 여러 요소들은, 그녀들이 사회로 나아가려 했을때 악의적 편견으로 적용됩니다. 여자는 독립성이 없고 의존적이며 판단력이나 이성이 떨어지고 남자보다 능력이 없다, 여자들은 남자를 서포트해야만 하지 중심에서 힘을 쥐면 안된다, 여자들은 질투가 심해서 조직생활에 맞지가 않다, 여자들은 속이 좁고 이해심이 없으며 소인배다. 등등....... 여기에 여성의 성적 욕망도 이야기 해 볼까요? 남성의 성적욕망은 온갖 논리로 정당화되고 심지어는 "남성의 본능이다" 라는 말로까지 정당화 되지만, 여성의 성적 욕망은 저어어어얼대 남성과 같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성매매 합법화를 부르짖으며 남성의 성적 매커니즘에 대해 설파하는 남성분 대부분도 자기 아내나 여친도 자유롭게 성매매 업소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혐이라고 혀를 내둘러요. 성노동자 여성들에 대한 뿌리깊은 멸시와 차별은 더 말할것도 없구요. (남자들에겐 성매매가 필요해!! 이건 본능이야!! 근데 창녀들은 극혐. 걸레뇬들. 감히 어디 창녀들이 ㅉㅉ)
남자도 힘들죠, 남자도 남자라서 힘들어요. 근데 그게 "남자라서" 차별당하고 멸시당하는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남자는 이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펼치는데 플러스가 될 지언정 마이너스 작용은 안합니다. 여러분이 남자라서 힘들다라고 생각하는 그 부분은 여러분의 경제적 계급, 직업적 계급 때문에 당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지 젠더 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여성들이 여성인권 신장을 부르짖으며 지적하는 포인트는 여성이 여성이라서 당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인간에게 기본권으로서 인권을 보장하고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합니다. 거기에는 어떤 정체성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은 그걸 보장 받는게 너무나 힘들어요. 이건 특혜나 특권을 달라는게 아닙니다. 그냥 기본권 지켜달라구요. 기본권 지켜달라는데 "여자들은 군대도 안갔다오고!! 책임이나 의무를 안지면서 혜택만 보려고 그러잖아!!" 요런 개소리만 하고 있는게 지금 우리사회 다수 남성들의 사고방식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의무의 댓가 따위가 아닙니다.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참정권 같은게 의무를 지킨게 장해서 국가가 내려주는 상인거 같아요? 아니에요. 그냥 국민으로 태어난 거 하나만으로 당연히 국가가 지켜주고 보장해줘야 하는겁니다. 만일 제가 군대 면제받고 평생 백수로 세금 한푼 안내고 살아도, 제가 범죄 당하면 경찰 출동하구요, 선거날 투표하라고 해줍니다. 직장에서 여성이라고 차별받고, 경력단절 당하고, 비정규직에 내몰리는건 군대를 가든 안가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구요. 인간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엄성과 권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합니다. 이건 기본적인 헌법정신이에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인권 신장은 그동안 법과 제도가 하드캐리 해온거지 그 사회의 의식과 사고는 전혀 그걸 못따라가고 있어요. (그러니 김치녀, 김여사 같은 여성비하 단어들이 판을 치죠) 우스갯소리로 만일 해방후 우리 정치시스템을 미국이 관여하지 않고 그냥 냅뒀다면 아마 언제쯤 여성참정권이 보장되었을까? 이런 말도 나오죠. 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우리나라 꼬라지 보면 아마 지금까지도 여성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사실상 남성이 당하는 젠더차별은 없습니다. 여성들이 남성을 차별하는건 없다구요. (애초에 여성계층은 남성을 차별할 권력이 없음) 오히려 기득권 남성들이 서민 남성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일은 많이 있지만요. 그리고 그건 젠더차별이 아니라 계급차별에 가깝습니다. 군대도 마찬가지 문제에요. (저는 징병제 자체가 국가가 휘두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의 고통을 여성들이 당하는 젠더차별과 등치시키면서 문제를 희석시키고 본질을 왜곡하는건 아예 이 문제를 전혀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고 있는거고, 여성들이 당하는 고통의 맥락을 바로 짚고 있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을 바로 읽고 계시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는데까지 미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성 강요로서 생겨나는 약한 남성 (사실은 약한게 아니라 다른 성질일 뿐이죠) 에 대한 압박과 차별은 진정으로 남성성 여성성 강요 따위가 없어지는 사회가 와야 해결될 수 있는거구나..... 라는거 말이죠. 그리고 그 남성성 여성성 따위를 따지는거 자체를 허물어 버리는 세상을 만드는 사상이 페미니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