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글에 썻듯이 일베가 보수라고 하면 다들 비웃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일베라는 말은 들으면
보수집단이 아니라 그냥 부정적인 이미지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베가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제가 일베 초창기 멤버로서 일베는 처음에는
단순히 유모사이트에 가까웠습니다.
수위가 조금 있기는 했으나 위험한 선을 넘지
않는 선에 센스있고 합리적인 글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일베는 보수를 대표하는 사이트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주변 친구들에게
새로 생긴 사이트라며 추천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당시 온라인에서 진보에 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는 보수들에게 일베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전부터 일베가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초기 멤버들도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에 당황도
했으며 뭔가 잘못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정하자는 목소리를 내면 바로 홍어다 종북이다라는
욕이 돌아옵니다.
저처럼 일베 초기 유저들 상당수는 회의감을 느끼고
일베를 떠나게 되고 분탕종자들이 더 유입이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일베는 그냥 쓰레기 집단이 되어 버립니다.
예전의 저같은 보수주의자들은 당당하게 보수를 지향한다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젊은 인간이 보수를 지향하냐고 비판도 듣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과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했으며
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의 생각은 존중하는 선에
마무리가 되고는 했죠.
지금은 나는 보수다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일베하냐는 소리입니다.
일단 보수다라고 하면 상대방은 일베충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됩니다.
합리적인 토론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진짜 보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공간은 더욱더
줄어드는 결과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와중에도 일베들은 스스로를 애국보수라고 칭하며
자신들이 보수의 대표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이제 사람들은 보수=일베충이라는 공식으로 점점
두뇌에 각인되게 됩니다.
다시 메갈로 돌아가보죠.
예전에는 보수라고 말하면 비판과 공감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이제는 보수라고 말하면 비판을 더 받게 됩니다.
보수=일베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덕분이죠.
페미니즘도 지금까지는 역시 비판과 공감을 동시에 얻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짐을 추구하는 많은 여성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을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인권을 위해
싸웠습니다.
메갈은 일베를 미러링한다고 할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죠?
일베때문에 결국 진정한 보수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듯이
메갈때문에 진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이제는 비판과 공감이 아니라 비판만 받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제 여성인권 이야기하면 너 메갈충이냐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가능성이 크겠죠.
결국 진짜 보수들이 일베에서 등돌렸듯이
진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여성들도 메갈에게 등을 돌리겠죠.
그럼 이땅의 페미니즘의 설 자리는 더욱더 좁아질겁니다.
이래서 뭐든지 극단주의가 무서운겁니다.
극단주의는 우리진영이 아니라 멀리보면
우리의 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