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추측을 하다가, 그럴듯한 원리가 옛날 읽은 책에 있는 것 같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긁어왔습니다.
작은 개입이 우리의 자의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문전 걸치기 기법'의 전문가들에게는 굉장한 희소식이었다. 일단 그들이 우리의 자기 이미지를 그들이 원하는 형태로 바꿔 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새롭게 형성된 우리의 이미지에 충실하기 위하여 그들의 이런 저런 요청에 자발적으로 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부자촌의 주민들이 '의식있는 시민'으로, 잠재고객이 '고객'으로, 전쟁 포로가 '협력자'로 변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가 어떤 일에 개입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언제나 우리의 자기 이미지가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개입이 우리의 자기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들이 무엇인지는 다시 한번 한국전쟁 중, 중공군의 포로 수용소에 수용되었던 미군 병사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먼저, 우리는 전쟁 포로를 다루는 중공군의 주된 목적이 단순히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려는 데 있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중공군의 목적은 미군의 세뇌(brainwashing)에 있었다. 그들은 미군 병사들의 자신에 대한 태도, 그들의 정치 제도, 미군의 한국전쟁에서의 역할, 그리고 공산주의에 대한 생각까지 모든 것을 송두리채 바꿔 놓으려고 시도하였다. 이 세뇌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송환된 전쟁 포로들의 정신상태를 분석했던 세갈(Segal)박사는 전쟁 포로들의 전쟁에 관련된 태도가 엄청나게 변해 있음을 발견하였다. 전쟁 포로들의 상당수가 중공군이 주장했던 대로 미국이 세균전을 감행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미국이 먼저 침략을 하여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세뇌당한 증거는 그들의 정치적인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반감을 표출함과 동시에, 그렇지만 그들이 '중국을 위해서는 열심히 싸웠다'고 칭찬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산주의가 미국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아시아에서는 좋은 정치적 제도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Segal, 1954, p.360).
중공군들은 그들이 수용하고 있던 포로들의 행동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세뇌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세뇌 프로그램의 효과를 미군 병사들의 변화된 태도, 낮아진 국가 충성도 및 사기, 전쟁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의심 등의 지표를 사용하여 분석한다면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세갈은 결론짓고 있다.
중공군들이 사용했던 개입 기법이 어떻게 하여 그토록 효과적으로 미군 병사들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어 놓았는가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그들이 사용했던 기법을 자세하게 해부해 보도록 하자.
자발적 개입을 증명할 기록을 남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말보다는 그의 행동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의 속마음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공군이 알아차린 것은 이와 똑같은 원리가 우리 스스로를 평가할 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어떤 사람임을 알게 한다. 겉으로 나타난 행동은 내부의 신념, 가치관, 그리고 태도를 알게 하는 최상의 정보인 것이다(Bem, 1972 : Vallacher & Wegner, 1985).
자신의 현재의 행동이 그와 관련된 자의식의 형성 및 미래의 행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살은 적극적인 개입과 소극적인 개입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 발견되고 있다(Allison & Messick, 1988; Fazio, Sheman, & Herr, 1982). 그 예를 들어보자.
어느 지역의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에이즈 예방교육 사업 돕기에 자원했다. 연구원들은 자원한 학생의 반에게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게 했다.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그들의 의사를 문서화하지는 않았다. 3~4일이 지난 후 자원활동이 시작되었을 때 실제로 참여한 사람의 다수(74%)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자원봉사 참여에 대한 결정을 개인적인 가치관과 선호도, 그리고 자신의 성격과 관련시켜 설명하는 경향을 보였다(Cioffi & Garner, 1996). 다시 말해, 적극적인 약속들이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이미지는 미래의 행동을 결정한 것이다. 이 행동이 또 다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self-perception)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있던 중공군은 전쟁 포로들의 행동을 교묘하게 조종하여 그들이 어떤 일에 자발적으로 개입하게 만들고는 그 결과 그들이 그들의 생각을 행동에 맞춰 변화시키도록 유도하였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그들은 작문을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해냈던 것이다. 중공군들은 그들이 교육하는 것을 미군 병사들이 잠자코 듣고만 있거나, 구두로 동의하는 것에 절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군 병사로 하여금 항상 그들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게 하였다. 슈인(1956)은 전형적인 중공군의 세뇌 프로그램 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포로에게 어떤 질문을 만들게 하고 그 질문의 답이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내용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만일 포로가 이 요청을 거절하면, 그는 그 대신,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필사할 것을 지시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포로는 교과서의 내용을 필사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양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대수롭지 않은 양보일까? 우리는 이미 작은 사소한 개입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더군다나 중공군은 미군 포로의 개입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작문이라는 도구가 얼마나 유용한가를 잘 알고 있었다.
첫째로, 작문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포로의 개입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된다. 일단 포로가 중공군이 원하는 내용의 작문을 하게 되면 이제 그는 그 사실을 잊어 버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 포로의 생각과 자기 이미지는 자신에 의해 '손수 만들어진 작문'이라는 증거에 일치되는 방향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문의 두번째 유용성은 그것이 다른 포로들에게도 보여질 수 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글이 사람들의 진정한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그 글을 쓴 사람이 자의에 의하여 그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리학자인 존스(Jones)와 해리스(Harris, 1967)의 실험 결과를 살펴 보도록 하자. 그들은 카스트로(Castro)에 우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어떤 작문을 사람들에게 읽게 한 뒤에, 그 글을 쓴 사람의 진의를 평가하게 하였다.
피실험자의 절반에게는 그 글을 쓴 사람이 자의로 작문을 하였다고 믿게 하였고 나머지 반의 피실험자들에게는 그 글이 타의에 의해 쓰여졌다고 믿게 하였다. 그러나 놀라운 발견은 작문을 한 사람이 타의에 의해 카스트로에 우호적인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실험자들은 그 글의 작가가 카스트로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렇지 않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이는, 미군 포로의 반미국적인 작문은 다른 포로의 눈에는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인정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Allison, Mackie, Muller, & Worth, 1993).
공산주의를 찬양하거나 미국을 비난하는 글이 포로들의 자기 이미지에 미치는 이중 효과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그 글은 자신의 행동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로 하여금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 설득 심리학의 세번째 법칙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코네티컷 주의 주부를 대상으로 행해진 한 연구 결과는 일주일 전에 그들이 매우 자비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칭찬받은 주부들은 그렇지 않은 주부들에 비해 비영리 단체의 후원금 지원 요청에 훨씬 많은 기부금을 희사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자비심 많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 주부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에 일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정치인들도 오래 전부터 이러한 전략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해왔다. 그 중 한 명이 전 이집트의 대통령이었던 사다트였다. 국제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사다트는 거래 상대국들에게 그들의 협동심과 공평성을 잘 알고 있노라고 확신시켰다. 이러한 칭찬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시켰을 뿐 아니라 상대국의 성격을 자기 목적에 맞는 행동의 과정으로 결부시켰다. 협상의 대가인 헨리 키신저(Kissinger, 1982)에 따르면, 사다트가 성공한 이유는 상대방에게 유지해야 할 체면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을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작문이라는 형식으로 적극적인 약속을 하게 되면, 그의 자기 이미지는 일관성 법칙에 의하여 양쪽에서 압력을 받게 된다. 한쪽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자기 글의 내용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바꾸게 된다.
중공군은 미군 포로들에게 직접적인 강압을 가하지 않고서도 그들이 원하는 내용의 글을 쓰도록 만드는 교묘한 기법들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중공군은 많은 미군 병사들이 그들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을 편지를 통하여 그들의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안달이라는 사살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미군 병사들은 그들의 편지가 중공군에 의해 검열되며, 오직 검열을 통과한 편지만이 미국으로 발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미군 병사들은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서 편지에다가 의도적으로 평화에 대한 기원이나, 중공군이 잘 대우해 주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공산주의에 우호적인 내용들을 다소간 첨가하였다. 미군 병사들은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그들의 생존 소식을 고향에 알리고 싶어했다. 물론, 중공군들은 이러한 미군 병사들의 아첨에 매우 기쁘게 협조하였다. 왜냐하면 그런 종류의 편지는 여러 모로 매우 유용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의 미군 병사들의 편지는 공산주의를 전세계에 홍보하는 매우 귀중한 선전물의 역할을 담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군 포로들을 설득하는 세뇌 작업을 위한 교육 자료로도 매우 유익하게 사용되었다.
그들의 포로 수용소에서 자주 사용하였던 또 하나의 기법은 일종의 정치 백일장이었다. 중공군이 백일장에 내걸었던 상품은 기껏해야 담배 몇 가치같은 매우 사소한 것이었지만, 그나마도 수용소에서는 매우 귀중한 물건이었기에 많은 미군 포로들이 이 백일장에 참여하였다. 일반적으로 공산주의를 적극적으로 찬양하는 글이 백일장에서 대상을 차지하였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만일 백일장에서 상을 타려면 반드시 공산주의를 찬양해야 한다고 미군 포로들이 믿는다면, 오히려 백일장에 참여하는 미군 포로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중공군이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간혹, 전체적으로는 미국을 지지하면서도, 한 두군데 중공군에 우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 상을 타기도 하였다.
이러한 전략의 사용은 정확히 중공군이 원하고 있었던 결과를 낳았다. 미군 포로들은 그들의 글이 절대적으로 미국에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그렇지만 백일장에서 입상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중공군에 우호적인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계속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백일장에서 입상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글의 내용은 점점 위험 수위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때를 놓칠세라 중공군은 자발적으로 중공군에 우호적인 내용의 작문을 한 미군 포로들에게 심리적인 일관성의 압력을 가하여 그들이 나중에 더욱 커다란 협조를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문의 위력은 암웨이(Amway) 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구체적인 영업 목표를 문서로 정확히 기록할 것을 요청 받고 있다.
이제 당신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마지막 한 가지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종이에 적어 두는 것입니다. 당신의 목표가 무엇이든 그것을 명확히 설정하시고 그것을 종이에 정확히 적어 두십시오. 글로 남긴다는 것은 엄청난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또 다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다시 적어 두십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앞길은 활짝 열릴 것입니다.
글로 남기는 행동의 엄청난 마력을 이해한 것은 암웨이 사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몇몇 방문판매 회사들은 최근 많은 주에서 통과된 '유예기간(the cooling-off)'에 관련된 법안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글로 남기는 행동의 엄청난 마력을 사용하고 있다.
유예기간에 관련된 법안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한 후 며칠 동안 유예기간을 두어, 만일 소비자의 마음이 변하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 법안의 통과를 두고 방문판매 회사들과 많은 마찰이 있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방문 판매업자에 의해 속임수를 당했거나 심리적으로 위협을 당해 물건을 구입한 많은 소비자들이 나중에 마음을 바꾸어 물건의 환불을 요구할 것을 회사측에서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방문 판매업자들은 그러한 종류의 주문 취소 사태를 효과적을 극복하는 기법을 연구해 내었다. 그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한 백과사전 세일즈맨 교육에서는 '계약서를 소비자가 직접 작성하게 만들면, 비록 그것이 아주 작은 행동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나중에 계약을 파기하지 않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암웨이 사처럼, 이 회사도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을 글로 적을 때 엄청난 마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즉, 자신이 쓴 대로 행하려는 일관성의 압력을 말이다.
우리 주위에서 자주 목격되는 다양한 판매촉진 기법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작문의 위력을 증명해주는 또 하나의 예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P&G 같은 커다란 회사들이 왜 '증언경연대회(testimonial contests)' 같은 판촉 행위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더군다나, 경연의 대상이 케이크 믹스라면 '내가 이 케이크 믹스를 좋아하는 이유는…'으로 시작하여 25자, 50자, 혹은 100자 내외의 거의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러한 증언경연대회의 입상자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상품을 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소비자들은 경연에 참여하기 위하여 그 제품을 구입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이 판촉 행사에 기꺼이 막대한 경비를 부담하는 대형 회사들의 의도를 나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수수께끼를 알고 있다. 증언경연대회 뒤에 숨겨진 의도는 바로 중공군의 정치 백일장과 동일한 것이었다. 그 목적은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좋아한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한국전쟁에서의 제품은 중국 공산당이었으며 미국에서의 제품은 케이크 믹스였다는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원리가 사용된 것이다. 작문이 상을 탈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상을 타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칭찬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발적으로' 주어진 제품의 장점을 연구하였으며 그 결과를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였다.
각자 주어진 제품의 칭찬에 참여했던 수백 명의 전쟁 포로들은, 혹은 수만 명의 미국 소비자들은, 그 결과 글의 내용에 따라 자신의 생각이 변하게 되는 일관성 법칙의 마력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공식적인 약속은 생명력이 길다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글로 인하여 글쓴이의 생각이 공식화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개입은 매우 생명력이 길다는 사실을 중공군들은 너무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중공군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군 포로들의 친 공산주의적 작문을 다른 포로들에게 보여주었다. 중공군들에 의해 선정된 미군 포로들의 글은 여러 장 복사되어 포로 수용소의 곳곳에 게재되었으며 그 글을 쓴 포로는 자기 글을 포로들간의 토의 시간에 대표로 읽거나, 혹은 라디오 방송에서 그 글을 읽도록 요청 받았다. 중공군들의 입장에서는 포로의 글이 공식화될수록 유리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이 알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입장에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Tedeschk, Schlenker, & Bonoma, 1971 ; Schlenker et al., 1994). 앞서 우리는 이미 일관성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바람직한 개인의 성품으로 인정받고 있는가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일관성이 있는 사람은 이성적이며 확실하고 믿을 수 있으며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반면에, 일관성이 없는 사람은 변덕스러우며 분명하지 않으며 안정성이 없고 정신이 산만하여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 이미지가 공식화되면 될수록 그 이미지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도이취(Deutsch)와 제라드(Gerard, 1995)의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대학생들에게 어떤 직선을 보여주고 그 직선의 길이를 속으로 가늠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런 다음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을 3개의 소집단으로 나눈 후, 그 첫번째 집단의 대학생들에게는 그들이 가늠한 직선의 길이를 종이에 적은 다음 자신의 이름을 서명한 후 제출하라고 요청하였다. 다시 말해서 직선의 길이에 대한 그들의 예측은 이제 공식화된 것이다. 한편, 두번째 집단의 대학생들도 그들이 예상치를 공식화하도록 요청 받았지만, 그들은 단지 매직 패드(Magic Pad)라고 불리우는 쉽게 지울 수 있는 칠판에 적은 후 남이 보기 전에 지워버리라는 요청을 받았다. 즉, 그들의 예측은 비록 자기 자신에게는 공식화되었지만, 남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 집단의 대학생들은 아무런 공식화의 요청을 받지 않은 채 그저 직선의 길이를 개인적으로 예측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런 실험적 조작(experimental manipulation)을 통하여 실험자들은 앞서의 세 집단 중 어떤 집단의 대학생들이 그들의 첫번째 예상치가 잘못되었다는 정보를 받고 난 후에도 첫번째 답을 가장 완고하게 고수하는가를 알아보려 하였다.
실험의 결과는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다. 자기의 첫번째 예상치를 전혀 공식화하지 않았던 대학생들은 자신의 답이 옳지 않았다는 새로운 정보 앞에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생각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매직 패드에 적음으로써 비록 남에게는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공식화한 집단의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첫번째 예상치가 잘못되었다는 새로운 정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답을 수정하는데 거세게 저항하였다. 물론, 원래의 답을 가장 완고하게 고수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치를 완전히 공식화한 집단의 대학생들이었다.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 그 입장을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완고함은 정확성이 일관성보다 더 중요한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어느 연구조사에서, 6~12명의 배심원들이 어려운 사건을 결정해야 할 때, 무기명 투표보다 손을 드는 형식으로 의견을 표시해야 할 경우에 불일치 배심(배심원의 판결은 만장일치가 되어야 한다)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배심원들은 일단 자신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면, 그 후에 다시 그 결정을 번복하기 힘들어한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배심장이 되었다면 공식적인 투표보다는 은밀한 쪽을 선택함으로써 불일치 배심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Kerr & MacCoun, 1985).
만일 우리가 우리의 내부 결정을 공식화한다면, 그 결정을 매우 충실하게 고수한다는 도이취와 제라드의 실험 결과는 매우 유용하게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비만치료센터 같이 사람들이 자기의 나쁜 버릇을 버리도록 돕고 있는 기관들을 생각해 보자. 비록 그들의 고객들이 자신의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결심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은 너무도 쉽게 초콜릿이나 과자같은 간식의 유혹에 넘어간다는 것을 치료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고객으로 하여금 공식화의 도움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객들은 자신이 얼마만큼 몸무게를 줄일 것인가 정확히 목표를 설정한 후 그것을 주위의 친구, 가족, 이웃 등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을 요청 받는다. 비록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이 방법은 다른 어떤 종류의 기법보다 가장 효과적이라고 많은 치료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개입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굳이 치료 기관에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그 예로,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 여성이 금연을 위해 자신이 사용했던 공식화 방법을 나에게 적어 보냈다.
흡연이 암을 유발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들은 후였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성공하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죠. 난 자존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죠. 난 자존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요.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습관을 없애는 데 그 자존심을 사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일단 내가 존중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그 다음 하얀 카드를 사다가 그 뒷면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당신과 약속합니다."
일주일 이내에 그 모든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냈습니다. 아버지, 남동생, 사장님 제일 친한 친구, 전 남편, 하지만 딱 한 사람에게는 보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였죠. 난 그 남자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를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봐주길 바랐습니다. 난 그에게 카드를 보낼까 말까 무척이나 고민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난 무작정 그 사람한테 가서 카드를 건내고 아무 말없이 돌아왔습니다.
단번에 담배를 딱 끊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워야만 살 것 같았던 순간이 천 번도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카드를 받은 사람들이 날 얼마나 경멸할 것인지를 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