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방송 정상화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0년 만에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된 2008년 당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은 공영방송 사장 퇴진을 압박하며 방송 장악을 노골화한 바 있다. 그랬던 한국당이 9년 만에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정권이 바뀌자 태도가 돌변했다. 법원이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김장겸 MBC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언론 파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일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정기국회 보이콧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방송파괴 음모를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1%의 소수정권이 혁명군인 양 계엄 하 군사정권도 하지 못한 방송파괴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 정권의 KBS·MBC 방송파괴 음모가 80년 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의 방송 통폐합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기국회 보이콧 등 대정권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보수정권이 권력의 힘으로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냈던 폭거에 대해 반성은커녕 합법적인
법 집행마저 문제삼는 몰염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2008년 당시 검찰의 KBS 정연주 사장과 MBC ‘PD수첩’수사를 적극 독려해 언론시민단체로부터 ‘언론장악 5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이튿날인 3월27일 김금수 KBS 이사장을 비공개로 만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 “최 위원장이 KBS 정연주 사장의 조기사퇴를 위해 KBS 이사회가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두 사람은 부인했다.
감사원이 그해 5월 KBS에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이 제기한 KBS 특별감사 청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감사원은 특감청구 대상인 KBS의 방만 경영, 인사 특채, 편파 방송 여부 등에 대해 6월부터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심지어 이명박정권 청와대는 2008년 8월 KBS 관련 대책모임까지 가졌다. 당시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이 김은구 전 KBS 이사 등 KBS 전·현직 임원들과 만나 KBS 새 사장 인선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KBS 새 사장 인선과정에 청와대와 정부가 부적절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더욱 확산됐다.
이 전 대통령은 정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임면권’이라고 주장하며 정 사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감사원이 감찰에 고발한 배임혐의에 대해 1 · 2심 모두 승소했고, 2012년 1월 12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해임 무효소송도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