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대표하는 부처를 딱 하나 고르라면 중소벤처기업부일 것이다. 대기업 중심에서 ‘사람 중심 경제’로 가는 디딤돌이 중소벤처기업이다. 중소벤처기업을 보듬고 북돋워 키워야 ‘사람 먼저’가 가능해진다. 그런 염원과 의지를 담아 지난 7월 정부 조직 개편 때 사실상 유일하게 신설된 장관급 부처가 중기부다. 그런 핵심 부처에 아무나 앉힐 수는 없다. 그러니 고르고 또 고를 수밖에 없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청와대가 그만큼 심모원려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의 절묘한 절세 수법과 ‘내로남불’을 듣다 보면 “어쩌다 저런 사람을 골랐을까” 혀를 차게 되지만 따지고 보면 홍 후보자만 한 적임자가 없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소기업의 고질적 민원을 해소해줄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가장 큰 애로점 하나를 꼽으라면 가업상속을 꼽는다. 몇 년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중소업체의 56%가 ‘상속세 부담으로 사업을 축소 또는 매각했다’고 답했다. “증여세·상속세 법대로 다 내고 나면 기업을 팔아야 한다. 돈 빼돌리지 않고 정직하게 회사를 키운 기업가일수록 더 그렇다”는 게 업계 얘기다. 성공의 결과물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고 편법을 썼다간 당장 국민정서법에 걸린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처럼 감방 가기 십상이다. 홍종학이 장관이 되면 그런 애로 사항을 단칼에 해결해주지 않겠나. 수십억의 재산도 모녀간에 계약서를 쓰는 식으로 알뜰하게 절세한 솜씨다. 수조원짜리라면 이재용보다 더 근사한 방법으로 ‘뒤탈 없는’ 절세 신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에 물었더니 73.2%(366명)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겠다”고 답했다. 이들의 걱정은 상속·증여세다. 홍 후보자야말로 이들의 걱정과 염원을 풀어줄 적임자인 셈이다.
둘째, 협치에도 도움이 된다. 홍 후보자는 “삼수·사수하더라도 서울대를 가라” “명문대 안 나오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누가 봐도 수월성 교육 찬성자다. 학벌주의 타파와 평등 교육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교육 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되레 경쟁과 선택, 수월성·다양성을 강조하고 국가 개입 최소화를 내세웠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교육 철학과 비슷하다. 그러니 이 정부의 정책처럼 외고·자사고 같은 특목고를 없애라고 할 리 없다. 하기야 딸도 국제중학교를 보냈다지 않나. 그뿐인가. 웬만한 직장인 평생 벌이를 물려받고도 “부의 대물림은 안 된다”는 ‘말 따로 행동 따로’는 그야말로 자유한국당 이미지와 판박이다. 청와대가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 보내는 ‘협치의 간절한 메시지’가 아니라면 이런 홍종학을 고를 이유가 없다.
셋째, 국민정서법도 무력화할 수 있다. 국민정서법은 한 번 발동하면 거칠 게 없다. 적법·탈법·편법·불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정부의 안대희는 전관예우로 ‘5개월에 16억원’을 벌어들인 게 문제가 돼 사퇴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11억원을 헌납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 돌아선 민심은 용납하지 않았다. 홍종학은 지금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적법한 절세”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여론과 국민 정서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청와대의 결기가 느껴진다.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니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 충고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쓸데없는 짓 말라. 섣부른 홍종학 흠집 내기로 청와대의 노심초사, 심모원려를 깨뜨리지 말라. 홍종학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와 자유한국당을 한 몸으로 잇는 디딤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