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페이' 연내 도입 목표
김경수도 '경남페이' 추진[ 정지은 기자 ]
‘자영업자(개인사업자) 결제 수수료 제로’를 공약으로 내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나란히 당선되면서 카드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의 핵심 기반인 결제사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결제 수수료 제로는 박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주요 공약이다. 신용카드 결제망을 거치지 않아 가맹점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서울페이’를 연내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박 시장은 지난 13일 당선 직후에도 “서울페이는 올 하반기에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도입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4일 ‘1차 서울페이 자문위원회’를 열고 관련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페이의 원리는 QR코드를 활용하는 중국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롤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구매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이체되도록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결제망을 쓰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김 지사도 서울페이를 본뜬 ‘경남페이’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시와 경상남도는 ‘상생혁신 정책 협약’을 맺고 서울페이와 경남페이를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공약이 나온 것은 기존 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보통 카드 결제 시엔 카드사뿐 아니라 단말기를 통해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 카드 조회 및 승인이 이뤄지게 하는 밴(VAN)사와 지급결제 의무를 대행하는 PG사 등 3곳이 수수료를 나눠 갖는다. 수수료는 연매출 규모에 따라 3억원 이하(영세가맹점)는 연 0.8%, 3억~5억원(중소가맹점)은 연 1.3%, 5억원을 넘는 가맹점엔 최대 연 2.5%가 부과된다.
카드사들은 업계 차원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의 영역을 공공부문이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카드사들이 기존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 결제망을 깔아놓은 만큼 부당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보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페이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많다. B카드사 관계자는 “알리페이가 활성화된 중국과 국내 결제 환경은 다르다”며 “중국은 전체 결제 수단에서 카드 사용이 10% 안팎이지만 국내에선 카드 사용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는 서울페이 등이 강행된다면 줄어드는 매출과 이익만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혜택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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