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문제에 대한 소고

갑과을 작성일 18.06.25 23: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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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짱공에 난민이라는 단어가 꽤나 핫한 이슈가 되었더라구요. 이전에는 이명박그네같은 퇴치해야 할 거악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기가 쉬웠다면 이번 문제는 가치와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는 양상이기 때문에, 생각하기가 어렵고, 그에따라 다양한 갑론을박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의 생각이 있지만, 무작정 제 생각을 꺼내면 정련되지 않은 투박한 언어와 논리로 인해 더 큰 논란이 일어날 것 같아 차분하게 짱공의 인식을 살펴보는 쪽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가 됐다고 판단이 되, 이렇게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나도작가 게시판에 글 올릴 때도 됬는데, 그건 안올리고 여기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인권이라는 가치와, 생존에 대한 욕구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규정을 짓고 싶습니다. 오해를 막기위해 미리 말씀 드리자면, “생존에 대한 욕구”는 이름만 들어보면 저급해 보인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후에 이어지는 욕구(사회적 인정, 자아 실현 등) 들이 발현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결코 저급하다고 여길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욕구라고 하는게 정확하겠죠.


인권의 가치 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눈치 채셨겠지만 난민 옹호하는 분들의 입장입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면, 난민들은 결국 전쟁과 같은 재난을 피해 온 사람들입니다. 아마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난민 입국을 거부당하고, 송환이 된다면 아마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겁니다. 비오는 날 멋모르고 밖으로 나온 지렁이도 볕이 뜨면 자기가 나온 구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필사적인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오죽하겠습니까.

아마 출도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건 이유도, 여기에서 벗어나 마음껏 범죄를 저질러야지~??라는 동기가 아니라, 그저 살고 싶어서, 이곳에 미적미적 뭉개다가 송환 당할 거 같은 불안감에 그런 방법을 택한게 아닐까......라고 추측을 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추측”을 한다는 것이지 “이해 하고 옹호한다.”라는 것과는 명백히 다름을 밝힙니다.


이제 반대로 생존에 대한 욕구를 이야기 해봐야겠군요. 앞서서 난민을 옹호하는 측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 부분은 난민을 부정하는 측의 이야기라고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들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3개월 전만 해도 헬조선이었습니다. 현 정부의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앞서의 두 대통령이 108개월간 싸놓은 똥들이 있는데 고작 13개월 동안 그 모든걸 다 치울수는 없지요.

즉 대다수의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각자도생하기에도 팍팍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에서 온 무기력감과 분노는 각종 사회적 문제라는 부작용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식구를 받는다...... 솔직히 난감한 문제죠. 서유럽 같이 그나마 좀 산다고 하는 애들도 힘에 겨운데, 우리나라는 오죽하겠습니까.

거기에 군식구가 얌전하다고 하면 별 말이 없겠는데, 각종 외신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른바 “문제아”같은 사람들입니다. “우린 아냐.” “걔들은 일부야.”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외국나가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나라의, 그 문화권의 대표가 되는 겁니다. 악은 선보다 달리기가 빠르다고, 이미 잘못된 행위는 저질렀고, 그것들이 난민들이 만들었을지도 모를 미담들 보다. 발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럼 생각해 봅시다. 소문을 듣고 세모눈을 뜬 사람이 잘못된 걸까요, 소문이 퍼지게 만든 사람이 잘못일까요.


여기까지 긴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양쪽의 의견 다 그럴법 하다, 그러니 머리가 매우 아프다 하신다면 제가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릴 한건 아니었구나 하고 보람을 느끼긴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보고자 합니다. 다행이 우리나라에는 난민과 관련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제주도에 왔다는 난민들은 절차와 제도에 적합하게 심사를 하여, 그 모든걸 만족하는 난민들은 일단 받는게 맞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나라이니( 요즘 들어 그리 됐지만 ) 제도와 시스템을 믿어야죠.

다만, 이후의 난민 문제는 절차와 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는 난민을 받을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되어야겠죠.

또 한가지 다행인 점은 지금의 정부가 탈원전 정책, 개헌 논의 때 국민들이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탈원전 정책에서는 논의 주체인 국민들의 대표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고, 개헌 정국때는 국민들께 개헌되는 부분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었죠. 네이버에 “내가 만드는 대한민국”이라는. 코너 한번씩은 가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난민 문제도 이번 정권이라면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펙트체크 혹은 대국민 홍보를 하리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촛불이라는 민심을 정통성으로 삼고 있음을 인식하고, 지선에서도 민심의 재신임을 받았으니,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정통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란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짱공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게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댓글들을 봐도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으니까요. 물론 저도 안좋기로 소문난 이들이 우리의 삶의 터전에 더불어 사는것이 두려운게 사실입니다. 당장 난민들이 저를 둘러싸고 린치를 가한다면? 정말 두려울 것 같긴 해요.

다만, 그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우리 짱공인이 증오심이라는 감정에 무작정 몸을 던지지 아니하고,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날개로 날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보자, 그러려면 일단 달아오른 심장과 머리를 식히고

이 충돌하는 두가지 포기하기 어려운 가치들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보자는 의미였습니다.

굿밤 되시고요. 저도 이 소고를 장고로, 그리고 제가 아직은 유예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사유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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