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트럼프 행정부나 북한에서도 아무도 이러한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합의문이 불발이 되었습니다.
이번 합의가 불발이 된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견들이 많은데 정리해보고자 하는
기분으로 써보고자 합니다.
1. 회담 전 / 북한의 입장
= 선 핵포기 불가
북한의 입장에서 경제 제재를 조속하게 풀어내는 것이 가장 원하던 일일 것입니다.
특히 미중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대북경제지원도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되면서
경제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부터 한결 같이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은
'선 핵포기 만큼은 안된다' 이거 하나 뿐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일련의 회담과정 자체가 카드의 패를 다 보여주고 하는
일방적인 경기일 뿐입니다. 단계별로 제한을 풀던, 단계별로 핵포기 절차를 거치던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선 핵포기 거부' 의사를 한결같이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회담 전 / 트럼프의 입장
=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회담성사를 확신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프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은 '어떻게든 서명' 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이 제시한 패 중에 새로운 것도 없거니와 이미 지난 2018년 북미회담 당시에 보여준
모습 하나 뿐이라서 북한이 요구한 조건에만 맞으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회담 전까지 북한에 대한 덕담을 아끼지 않고 늘어놓았죠.
다만, 회담기간 중 정확하게는 2월 26일부터 28일 사이에 갑작스러운 정세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이 때문에 입장을 번복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3. 회담 결렬 / 트럼프의 기자회견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몇 가지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1). 기자회견 서두에서 : 인도-파키스탄에서 발생한 급격한 정세변화를 이야기하다.
(2). 회담이 결렬 되었지만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장 분위기는 여전히 우호적이었다.
(3). 코언의 폭로에 대하여 국익을 위협한다고 강하게 불만을 말하다.
(4). 숨겨진 핵시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을 때, 북측 협상대표들이 당혹감을 표시하였다.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이 내용중에 국내 미디어에서는 (4)번을 주로 주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사실 회담장 내에서의 (4)번 발언은 회담을 파토낼 목적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는 발언입니다.
그런데 애써 어렵게 회담을 성립시키고, 당장 다음 선거를 위해 실적을 만들어서 돌아갸아 하는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고 (4)번의 내용으로 파토를 낼 리가 없습니다.
(1)번의 내용은 정확히 말해 인도-파키스탄 분쟁과 남미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대한 걱정을 말했습니다.
드라이하게 보면 자신은 "북핵문제 외에도 다른 세계정세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둘의 문제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마사지하지 않은 일들이고 노력을 기울인 중요도
면에서도 북핵문제보다는 우선순위가 떨어집니다.
개인적으로 (1)의 발언은 우회적인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트럼프가 제 입으로 코언-미국 민주당-CNN
놈들때문에 신경쓰여 죽겠다는 표현을 그대로 못하니 '공사가다망하다' 식으로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3)번의 변수가 트럼프의 이번 회담 결렬에 큰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보입니다.
4. 실질적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 필요한 절차들
트럼프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자신의 여러 문제나 의혹들을 풀어줄
북핵문제 풀이라는 검을 하나 들고 하노이에 왔습니다.
다만 검을 급히 다듬어서 손잡이 부분에도 또다른 검날이 달려있는게 문제 였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미의회 동의나 UN에서의 동의 절차 등의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아쉬운 쪽에서 한발 양보를 해야 하는데
결국 트럼프의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트럼프가 2월 28일 기준으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힘들 만큼 몰아세워졌다는 것이
가장 큰 사건입니다.
즉, 지지기반이 여전히 강력하고 자신이 조금 양보하더라도 '더욱 많은 것을 얻기 위한 합의'라고
말했을 때, 먹힐 수 있을 만한 상황일때 가능한 일이지, 지금처럼 미국에 합의문 들고가도
오히려 '북한한테 퍼준다'로 정치적 위기를 자초할 일이라면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5. 합의는 결렬되었으나 화기애애한 북미분위기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결렬되었지만 해외 외신에서도 지적한대로 조금은 이상한 모습으로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즉,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북한은 북핵문제 해법에 태도 변화가 없었다.
- 외교적으로 모든 패를 보여주고 회담을 하였다.
(2) 트럼프 행정부는 수동적인 북한을 잘 구슬려 합의문을 쓸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 단, 얼마만큼 양보를 하려고 했는지 미지수이다.
(3) 트럼프가 미국을 떠난 26일부터, 미국 민주당에서 정치적인 총공세를 시도하였다.
- 트럼프가 지적한대로 민주당의 행위는 '국익에 위협을 가할만큼 악질적인' 태도다.
(4) 28일의 북미합의 결렬은 불과 2일 사이에 급격하게 변화한 트럼프의 정치적인 입지상실을 보여주며
기존 '미국의 양보'를 골자로한 합의 진행을 더이상 하지 못할 정도로 코너로 몰렸다.
따라서 '합의 없음' 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김정은에 대해서 호의적인
평가를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 IF ) 만약 트럼프가 북미합의를 강행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겠지만
백악관 들어가자마자 북한에게 퍼주기 외교를 했다며 비난받고 그대로 탄핵수순으로 빠르게
넘어가지 않을까요?
**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 )
(1) 북핵문제 해법 키 맨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운 상태가 지속된다면 '미국이 양보하는 조건' 으로의
합의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2) 북한은 '선핵무기포기'가 가능한가?
이것 또한 불가능해 보입니다. 사실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를 하려면 미국에 대한 신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죠. 북한을 침공할 수 있는 나라에는 중국도 있으니까요.
(3) 가장 빠른 해법은 역시 트럼프가 정치적 위기를 해결한 다음일 것인데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