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 조국 사퇴 전문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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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국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2주간의 인턴십만으로 SCIE 급 논문의 제1저자가 되었다는 점, 해당 논문의 연구 기간이 끝난 이후에 조국 후보자의 딸이 박사 연구원으로 등재되었다는 점, 해당 논문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 해당 논문이 대학 입시에 부정하게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 진학한 대학과 대학원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점 등에 대해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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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석학들인 서울대생이라해도 대학생 수준에서는
논문의 종류와 작성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는것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때문에 분노할수도 있다봅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이던데 어떻게 이런 논리로 주장을 할수 있는지...
조국교수에 관련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해도 어쩌고.. 이런 논리 전개부분은 차치하고
제가 아는부분에 대한것들만 최대한 알기 쉽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SCIE 등재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일것입니다.
SCI는 매우 가치있는 논문들을 모아놓은 논문집(전문기업이 세계 각국의 논문을 읽어보고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림)입니다.
SCIE는 확장판이라는 뜻인데, SCI급은 아니지만 가치있는 논문, 그리고 리뷰논문중에 읽어볼만한것들이 등재됩니다.
쉬운예로 미슐랭 잡지와 연계해서 생각해보시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미쉐린, 불어로는 미슐랭.
타이어 회사지요. 그 회사에서 발행하는 잡지(우리 타이어를 장착하고 이런곳을 여행해봐라라는 간접홍보에서 시작된것입니다.)에 맛집을 소개하던것이 발전하여 미슐랭 3스타 2스타 1스타 등등의 맛집 선정의 표준이 된것이죠.
SCI가 미슐랭이라고 한다면, SCIE는 기타 가볼만한곳 정도라고 비교하는게 적당할듯합니다.
제가 조국 딸 논문을 읽어본 결과.
논문 질에 대한 평가는 하지않겠습니다. 설명드리기도 어렵구요.
4장 분량의 영어와 데이터가 가득한 논문이지만, 이 논문은 리뷰 논문이었습니다.
리뷰 논문이란, 실제 저자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일반적 논문이 아니고,
여러 논문들을 인용하고 그 안에서 창의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문을 뜻합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연구자는 "GPS 위성의 시간 오차를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치죠.
B라는 연구자는 "공간과 시간의 뒤틀림 증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가정해보겠습니다.
물론 B는 아인슈타인이고 상대성이론입니다.
C라는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논문을 씁니다.
"GPS 위성의 시간오차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C라는 연구자의 이러한 논문에서 A와B를 참고문헌에 언급을 하면 리뷰논문.
(물론 상대성이론 같은 일반화된 이론은 굳이 참고문헌에 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치 자기가 다 한것처럼 쓰면 논문표절이 됩니다.
아이구 스샷이 생각보다 초점이 안맞네요. 포털사이트에서 "조국 딸 논문 원본" 이라고 치시면 pdf파일로 보실수 있습니다.
위 스샷은 논란중인 논문의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4페이지짜리 논문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참고문헌이 미주되어있죠.
그리고 본문을 찾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결론의 몇개 문단을 제외하곤 모두 미주가 달려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실험한 데이터가 아니라는것이지요.
저는 SCIE를 폄하할 생각이 전혀없습니다. 다만 SCIE는 논문의 질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등재한다는것.
그리고 이런 형태의 리뷰 논문은 제1저자로 교수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것이 오히려 낯뜨겁다는것입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병리학전문가인데 고등학생이 SCIE 등재라니, 자괴감이 든다.
의학실험을 미성년이 했다 불법이다.
나도 논문 써봤는데 몇일만에 논문을 쓰는게 말이 안된다.
음...개인적 감정의 소회에 그쳤다면 존중할수 있는 멘트들이긴하지만...좀 그렇네요.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 조국교수가 했던 언행과 너무 다르잖아!"
이미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은 조국교수를 미워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계셨던것은 아닐까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