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검진을 빡세게 해서 확진자를 늘리냐고!!

낙동강대구 작성일 20.02.29 22: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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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항우연 강왕구 박사 "왜 이리 검진을 빡세게 해서 확진자를 늘리냐고?"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미친듯이 유증상자를 검사해 확진자 수를 늘릴까요? 독감수준의 전염병이랍니다. 80%의 감염자는 경증으로 지나가고, 20%만 중증으로 발전하고, 전체 감염자의 0.5%내외가 사망한다니 그냥 독감수준으로 대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뭐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마 감염자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나면 중증환자 치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수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사투를 벌리고 계신 의료진, 관련 공무원분들, 경찰이나 방역 관계자분들이 너무 지치지 않는 선에서는요. 제가 방역이나 의료에는 지식이 전무해, 뭐 이러쿵 저러쿵 할 처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역당국이 현재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대처할 수 있는 세계 몇 안되는 국가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번 사태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방역능력과 행정능력, 그리고 정치분야에서 민주적 역량 등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능력들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갖춘 국가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ㅡ 가장 먼저  이 사태를 맞은 중국은 방역능력과 행정능력(무려 천만에 육박하는 도시를 봉쇄할 수 있을 정도의)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보의 투명성 등에서 민주적 역량은 실종되었지요.

 

ㅡ 태국이나 베트남등은 초기에 확진자들의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다, 갑자기 그 수가 정체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아마 두가지 이유중에 하나일 듯 합니다. 코로나19가 더위에 매우 취약하거나, 아니면 이 두 국가가 방역을 포기했거나. 뭐 저는 후자가 좀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ㅡ 미국은 좀 독특한 듯 합니다. 국가적인 기술력이나 행정력이 없지 않고, 민주적 투명성도 확보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의료 민영화가 대응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ㅡ 일본의 경우는 그냥 현재 집권세력의 문제로 보이구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에서 미친듯이 확진자를 찾아내는 정부는 세계에서 두곳이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롬바르디아 주정부.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는 사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중에 하나입니다. 방역, 행정, 민주적 역량 모두 갖춘 곳이지요. 이탈리아 정부는 열심히 확진자를 찾아내는 롬바르디아 주정부에 불쾌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답니다. 그래도 롬바르디아와 대한민국은 현 상황을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능력도 충분히 있어 보이구요.

 

저는 코로나19에 당당하게 맞서려는 우리의 노력은 언젠가는 큰 보답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이번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우리 대한민국에게는 뭔가 전환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장 성공적인 "Fast Follower(추격자)"였습니다. 제삼세계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몇 안되는 사례지요.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위치에 대해 기존 선진국의 시각이 꼭 호의적인 것 많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들은 우리를 Copy Cat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민주주의적으로 대응하는 최초의 국가입니다. 대규모 감염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처럼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체계적이고 방대한 데이터는 최초로 기록되지 않나 합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대응은 우리에게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과학적인 대응방법과 그 수단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의료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지요. 아마 세계의 많은 의료-제약-바이오 등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한민국의 대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듯 합니다. 선진국은 좋은 데이터 소스로서, 개발도상국들은 향후 닥칠지 모르는 대유행에 대응하는 표준 모델로서.

 

저는 이번 사태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침착하게 대응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할 수단을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아마 세계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은 BTS, 기생충에 이어 한단계 더 도약할 것입니다. 우리 의료산업에도 큰 기회를 열어 줄 것이구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 오늘 질병관리본부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용역공고가 떴습니다. 좋은 시도입니다. 그런데 예산이 고작 10억이더군요. 안됩니다. 저는 최소한 수십배의 예산이 책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0억이면 두세군데 연구집단에 예산이 가겠지요?

 

지금은 아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치료제 한곳, 백신 한곳, 진단기 한곳 뭐 이런식이어서는 정말 곤란합니다. 바이러스 샘플을 국내 역량이 되는 모든 대학, 연구소, 연구기업에 배포하고 연구비를 지원합시다. 예산이 없으면 추경에 천억 이상으로 긴급편성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방역당국과 현장에서 사투하는 의료진에게만 맡겨서는 곤란합니다. 후방에서 연구자들도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도와야 합니다. 10억이 아니라, 몇천억을 투입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예산을 한푼도 더 써서는 안된다는 분들은 이번에 좀 거르시길 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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