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는 개인의 소유나 권리가 아님.
명예는 그 사람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평가임.
사회구성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언행을 하면 평판이 상승하고, 사회구성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언행을 하면 평판이 하락하는 것이 명예의 작동방식임.
사회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그 구성원들로 하여금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도록 장려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자제하도록 만듦.
따라서 만약 어떤 사람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서 명예가 올바로 부여되고 회수되도록 할 수 있어야 함. 이는 사회질서의 올바른 작동을 위한 일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이러한 명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입법이라고 생각함.
사실을 적시하는 것으로 명예의 회수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도 아님. 적시된 사실을 알게된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게되고,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도, 혹은 그러한 사실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음. 평가는 개개인의 몫이고 이러한 평가들이 모여서 개인에게 명예가 부여되거나 부여된 명예가 회수되는 것인데, 단지 사실의 적시만으로 명예가 ‘훼손’되었다 하여 사회질서의 올바른 작동을 위하여 사실을 적시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임. 이는 명예의 회수로 직결되지도 않는 사실의 적시를 처벌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임.
명예는 ‘회수’되는 것이지 ‘훼손’되는 것이 아님. 사회가 개인에게 명예를 부여하거나 회수하는 것이고 개인은 스스로에게 임의로 명예를 부여하거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부여된 명예를 소멸시킬 수 없음. 마찬가지로 사회가 부여되었던 명예를 다시 회수해 가는 것도 막을 수 없음. 그러므로 명예는 개인의 소유나 권리가 아님.
부여된 명예의 회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명예가 회수될 만한 일을 한 사실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막는 것 뿐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이러한 은폐를 법이 도움으로써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악법임.
회수되는 명예를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의 시작임.
따라서 ’명예훼손’이란 죄, 특히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사라져야 하고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정당하게 부여된 명예를 허위사실유포로 다시 회수되도록 만든 죄, 즉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내리는 것을 방해한 죄로 해석해야함. 명예의 회수 자체는 개개인의 평가에 의한 것이므로 처벌 대상이 되어선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