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불타는크리넥스 작성일 22.06.22 10:44:37 수정일 22.06.22 10: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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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청년을 위한 정치라는 건 애초에 없었다.

만약 그런 게 정말 있다고 기대했다면 그건 환상이지.

청년들의 구직난과 주거난의 원인이 뭔가.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 과밀화되어 있는 질 좋은 일자리와 주거공간이다.

대부분의 질 좋은 일자리는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

그러니 원래 집이 지방이든 서울이든 모두 대학 졸업한 뒤에도 경쟁적으로 서울에 터를 잡고 싶어한다.

지금 서울에 올라와 공부하는 대학생들 중에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 취직하겠다는 학생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나.

국가공무원으로 지방 갈 거 아니면 대부분 서울 수도권이다.

 

 

그러니 서울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 중심 지향성은 일종의 이념화된 지 오래다. 자기 이후에도 ‘신분’의 대물림을 위해

다들 서울 중심부에 살고 싶어한다.

백날 부동산 개혁을 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봐라, 서울 인구가 줄기 전에는 집값이 잡힐 리가 없다.

 

 

수도 이전을 기획했던 노무현을 제외하고 역대 어느 정권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개혁의 부진은 5년 단임제의 한계이기도 하다.

민주당이든 국민의 힘이든 서울에서 고가아파트를 틀어쥐고 있는 다수 유권자의 눈치를 본다.

4~50대, 6~70대 모두 그들의 지지기반이다. 민주당도, 국민의 힘도 ‘우리 청년들을 위해’라고 부르짖었지만

결국 그들의 근간은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할 수가 없는 구조다.

 

 

문제는 지금 20대 청년들과 중장노년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다.

어느 세대든 서울지향성을 가진 상태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청년층들은

부모의 ‘은덕’을 입지 않은 한 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있다.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 댄 것처럼 정말 시험이나 취직의 ‘공정’이 문제였나?

총 5명을 뽑는 일자리에 100명이 몰리면 아무리 전원이 날고 기어도 95명은

무조건 떨어지게 돼 있다. 설령 ‘아빠찬스’ 쓰는 놈이 그 한 자리를 반칙으로 차지했다고 한들

그놈 하나 줘 팬다고 95명한테 기회가 열기고 청년들에게 행복한 세상이 도래하나.

 

결국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불만이란 치열한 경쟁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같은 거시적인 대안이 아니다.

그저 내가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5%, 10%안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요상한’ 새끼들 땜 피해 안 보게 해달라는 넋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청년들이 그렇게 거시적으로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역량이 됐다면 장기적으로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고

유럽처럼 자기들 정당을 만들었겠지.

불행히도 한국 청년들 다수는 아직 그런 역량이 안 된다.

 

다만 치열한 수도과밀화로 인한 구직난과 주거난으로 인해 ‘서울지향’이라는

자기 욕망을 실현할 가능성이 좁아지자, 이에 대해 기성세대를 상대로

자기들 불만과 신세한탄을 여기저기 터트리는 정도에 그치는 게 지금의 솔직한 수준이다.

 

 

여하간 그들이 가진 불만이 터져나오자, 기성정당들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긴 커녕 그들을 말 그대로 선동해 신나게 이용해먹었다.

언론들까지 합세해 20대 남녀 갈라치기에 소위 ‘아빠찬스’ 논란을 통해

그들을 분개시켜 분열시켰고, 거기에 ‘새정치’ 결국 0.7%짜리 대선의 승부가 갈려버렸다.

 

 

요새 신나게 20대 남성들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솔직히 민주당 진 것 때문에 화풀이 하는 거지, 민주당이 청년들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한 게 뭐가 있냐.

개혁을 하긴 쥐뿔. 주요 산업시설과 정부 부처의 지방 이전이라도 추진했어야 했다.

뭐 하나도 제대로 실현한 게 없다.

 

 

다만 불쌍하게 이용만 당한 20대 청년들에게 내가 한마디 하자면 이렇다.

‘아빠’, ‘엄마’가 해주는 정치는 없다. 그렇게 마음씨 좋은 어른들이 진정으로

청년들의 처지를 동정해서 그들을 위한 구조적인 개혁을 해줄 리도 없다.

‘어른’들한테 백날 볼멘소리하고 기대봐라 평생 뭐가 바뀌나.

정치는 ‘인정’이나 ‘의리’가 아니다.

 

 

상황을 타개하고 싶으면 기성 정당에 의존하지 말고 20대 스스로가

정당을 만들어야 된다. 솔직히 지금 20대들이 기성정당에 큰 매력을

느끼는 것도 아니지 않나. 국민의 힘도, 민주당도, 심지어 정의당도

이들에겐 그저 옛날 이미지의 낡은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정당을 만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 기성정당이

감히 언급하지 못하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 즉 주요 대기업과

생산 공정을 수도권 내로 들이는 정책에 과감히 반대하는 정책을 내놔라.

수도 이전을 통해 과감하게 주요 정부 부처와 경제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 내지는 신설하는 방향을 제시해라.

2~30대 육아를 담당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과 시설을 대폭 늘려나가고

수도권에 임대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과감해서 펼쳐서

고가아파트 세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 국민의 힘이랑 당당하게 표로 맞서라.

그렇게 하면 30대 이상의 비주류 계층도 청년당에 크게 공감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지. 정책은 아주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이랑 같이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책 자문을 받아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조금씩 윗세대로 지지기반을 넓혀나가는 거다.

 

 

그런데, 우리 20대 청년들이 과연 그런 엄두나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 열심히 노력해서 시험치고 출세하는 데 방해하지마」 정도의

근시안적 수준으로 ‘어른’들의 정치에 이리저리 이용이나 당하는 꼴이라면

아예 참여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물론 나는 지금 정부가 진정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민주당보다 훨씬 나은 정치를 펴서 모든 세대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다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전혀 그런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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