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에만 병원을 두번을 갔었습니다.
신생아 부모질은 처음 하는 짓이라, 많이 당황한 탓도 있고...어째 먹는 것도 잘 먹지 못하고 대변도 전혀 보지 못하더군요.
먹지를 못하는게 변이 막혀서인가, 열심히 배변 유도를 해보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아기는 죽어라 울며 보채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지, 무엇이 문제인지 말도 통하지 않고 경험으로 알아먹을 수도 없으니 공황상태에 빠졌지요.
젖을 먹이는 목소리와 손인데도, 소화 마사지와 배변 마사지를 해준다든가 몸을 뎁혀주려고 할 때 몸도 잘 가누지 못하면서 자꾸 울며 어디론가 빠져나갑니다. 제대로 품어주지도 않았던 어미 고양이를 본능으로 찾고 있는 거겠지요
배변도 안되고, 뭐가 불만인지 알아채지 못해 아기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해주지 못한채 그저 미안하다고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두번째 찾은 병원에서는,
야간 근무 중인 의사선생님을 뵙고 꽤나 오랜 시간 직접적인 케어를 받았습니다.
배변이 영 되질 않아 결국 면봉으로 관장을 했는데, 역시 아니나 다를까...보살핌을 못 받은지 오래된 것이 맞았던거죠.
고양이란 생물에 한해서는 이미 제 자신이 착각이나 오판으로 어미 고양이와 아기를 강제로 떼어놓는 실수를 저지를 레벨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 죄책감은 좀 덜 수가 있었습니다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먹은 것이 없었던지, 면봉으로 싹싹 긁어냈는데도 색깔도 묽고 먼지만한 크기의 조그만 두덩이가 전부였습니다.
먹은 것이 없어서 쌀 것도 없었던 거였죠.
아무리 사람 손으로 잘 돌본다고 해도, 역시 친부모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비교할 수 없겠죠. 시판되는 초유에도 모유의 면역 성분이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어미 고양이가 직접 주는 것만큼 적합하고 강력하진 않을 겁니다. 계속 핥아주어 소독도 해주고, 배변유도도 해주는 것 역시 사람의 손으로는 해줄 수가 없는 것이고요.
심봉사마냥 아기에게 젖동냥해줄 수 있는 산모고양이를 찾아보았지만, 역시 쉽게 찾아지지는 않습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또 한 여름인데다 방음이 대단히 좋지는 않은 편이라, 폰을 무음 진동으로 해놓고 손에 꼭 쥐고 자야했습니다) 비척비척 일어나서 물을 데우고, 데운 물로 젖병을 중탕하고...잠들 수는 없고, 완전히 깨자니 젖 먹이고 배변유도 해주고 잠자리 온도 케어해주고 다시 곧바로 잠들어야 하니 최대한 멍한 상태로 젖이 데워지길 기다렸다가 아기를 깨워서 젖을 먹이는데...입이 너무도 짧아서, 한두방울 마시고는 고개를 돌려버리기가 일쑤입니다. 그대로 배변유도를 해주면, 생식기와 항문이 괴로운지, 배변활동 자체의 고통인지 또 괴로워하며 빽빽 울지요.
온도 관리를 해줄 패트병에 새로 뜨거운 물을 넣어놓고, 전기장판을 켜야할지 꺼야할지 확인도 해봅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잠들게 되었을 때는, 온몸에 땀과 열이 그득한데다 다시 잠들기에는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잠깐 들면, 또 알람이 울려서 같은 일 반복...
겨우 사흘째인데, 많이 피곤합니다.
육아휴직, 산모와 남편 모두에게 충분히 주어져야 합니다. 더 많은 혜택이 필요할 겁니다. 미혼모,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힘들지만, 아쉬운 소리 할 수는 없지요.
어미 고양이가 돌봐주어도 살아서 성장하기가 어렵지만, 이미 처음 구조할 때부터 어미로부터 보살핌을 오랫동안 받지 못했고, 서툰 아빠의 손이다보니 좋은 환경이라 보기는 어렵겠지요. 이러다 혹시나 어느 순간 잘못 되어버리지 않을까, 크게 겁이 납니다. 이런저런 앞날의 걱정들이 몰아칩니다.
오로지 아기가 오늘 하루, 또 내일 하루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자며, 또 용기와 확신이 돌아오도록 어떻게든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그러다 오늘은 또, 소변을 누이게 하던 중 오줌은 나오지 않고 정작 생식기에서 고름이 조금 나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샘플은 떠두었지만, 다른게 묻은게 아닐까 하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2번의 횟수를 거친 6시간 뒤에는, 소변을 잘 눈 뒤에 또 고름이 조그맣게 두덩이가 맺힙니다.
병원을 다녀온 뒤 아직껏 대변을 보지 못했고, 또 먹는 것도 시원찮습니다. 고름까지 나왔으니, 또 병원에 갈 수밖에요.
의사선생님께서 저녁식사 휴식도 미루고 또 아기를 돌봐주십니다.
아직 미발달한 생식기는 고추라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고추에서 고름이 또 나오는데, 이번에는 양이 참 대단합니다.
고름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검사해보시더니, 감염이 맞답니다. 방광 내부의 감염인 것 같지는 않고, 표피...포경하는 그 부분의 감염이 아닐까 싶지만 양이 많은 것이 또 의아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먹는 것이 시원찮았기 때문에 장내 대변은 잘 만져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체온계를 항문으로 들이밀자 의외로 많은 양이 묻어져나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대변 상태가 아주 정상적이라고 하시는 말에, 크게 시름을 덜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생식기 고름은, 별 수 없이 희석한 항생제 처방과 소독을 거쳤습니다. 면역력과 장내 세균이 걱정이지만, 별 수 없는 조치겠지요.
이제 먹는 것만 잘 먹으면 되는데, 진료 과정 중에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었던지 젖을 찾아 피부를 쪽쪽 빱니다.
한시간에 가까운 진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젖을 먹이려고 보니...급하게 병원 가는 길에 깜빡하고 젖병을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았더군요.
지치지만, 다시 젖병을 깨끗하게 씻고 끓인 물을 약간 식혀 소독합니다. 그후에야 새로 젖을 타서 먹입니다.
병원 치료가 고되서 그랬는지, 여태껏 전혀 보지 못한 기세로 젖병을 쪽쪽 빨며 많이도 먹습니다.
피곤하고 힘든 상태가 보상이 되는 기분입니다.
살짝이지만 눈도 조금씩 뜨기 시작합니다. 하루하루를 더 보낼 수록, 아기의 생존 가능성과 체력은 점점 더 높아지겠지요.
아기 돌보는 데에 정신 쓰느라 배 고픈 것도 모르고 사흘을 보냈는데, 식빵 쪼가리나 몇개 씹고 떼우다가 아기가 잘 먹고 잘 자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갑자기 엄청난 허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밥과 반찬을 만들 기력이 없군요, 사먹습니다.
11시 케어 타임을 앞두고, 졸리고 피곤한 상태로 잠시 또 기록을 남깁니다.
앞으로 또 어떤 나쁜 일이 생길지, 있어서는 안될 일이 닥쳐올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은 이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밖에는 그 어떤 소망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