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아기는 무척 좋아졌습니다.
갓난아기한테 항생제를 맞히는 것은 모험이었지만, 그 덕분인지 항생제를 맞고 난 뒤 새벽에 한번 고름이 조금 나온 것을 마지막으로 멎었습니다.
생식기 감염이 완전히 치유된 것이겠지요
감염 때문에 몸이 아파서 그랬던 건지, 이제는 젖도 정말 잘 먹습니다.
새벽에 알람 맞춰두고 잠 깨서 젖 데워 먹이면 10초 안에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 식사를 끝내버리던 녀석이,
이제는 몇분 동안에 걸쳐 꿀꺽꿀꺽 잘도 먹습니다.
일부러 구멍도 충분히 크게 뚫어놓았는데, 그것도 부족한지 허공에다 꾹꾹이를 하느라 양팔을 팔랑팔랑 거리면서 젖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랄 정도네요.
한번 먹고 난 뒤, 안아주고 등과 배를 쓸어줘서 소화를 도와주면 또 먹습니다. 그래서 또 소화 마사지를 해주면, 또 한번 더 먹습니다.
아기가 잘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기쁘고 행복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너무 급하게 먹다가 사람이 사레 들리는 것처럼 폐로 젖이 들어갔는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 같아 한참 동안이나 마사지를 시키고 입으로 빨아내야 하나, 큰일이다 싶었는데
귀에 가져다대고 자세히 들어보니, 이 녀석이 벌써 골골대는 소리를 내는 거더군요. 아직 한참 아기라서 생각도 못했었던 까닭에, 놀라버리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분이 좋아 그릉그릉거리니 참 웃기고도 기특합니다.
애 키우는 재미가 이런거겠지요. 고양이라 할지라도 육아의 피로나, 아기 키우는 재미와 보람 모두 사람 아기에 못지 않게 충실하네요.
많이 먹는 만큼, 덩치도 좀 컸고, 눈도 양쪽 모두 땡그랗게 다 떴습니다.
막은 덜 풀어져서 푸른 빛을 띠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보이기는 하는지, 낑낑 보채면서 아빠 손에 매달리고 부비적거리기도 합니다.
한쪽 눈만 살짝 떴을 때부터,
혼자 있는게 정서적으로 불안했는지 울면서 자꾸 탈출을 감행합니다.
신발상자는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는 뚜껑 덕분에 아기가 미는 힘으로도 튼튼했는데, 체온 문제로 전기장판을 써야해서 좀 커다란 골판지 박스에다 새로운 방을 꾸며주었더니 박스 위쪽으로도, 또 위쪽 옆구리에 달린 조그만 구멍으로도 등반해서 탈출해버리더군요.
탈출한 다음에야 결국엔 바닥으로 툭 떨어져서 아플 일 밖에 없는데...그것도 그나마 제가 보고 있을 때라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제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거나 자고 있을 때 탈출해버린 다음 어디선가 체온 저하가 되어버리거나 밟혀버리거나 하면 큰일이겠죠
그래서 결국 새로 집을 만들어줬습니다. 7천원짜리 플라스틱 수납함을 송곳과 테이프 공작으로 마감한 뉴 하우스. WD-40을 쓸 데가 전혀 없었던 까닭에 조금 아쉽군요.
플라스틱 뚜껑을 살짝 때려부숴 구멍과 균열을 통해 전기장판 조작부를 밖으로 꺼내고, 바닥과 천장은 신문지를 붙여 깨진 부분에 아기가 다치지 않도록 하면서 암실을 만들어줍니다. 전기장판은 수건을 여러겹으로 감싸서 아기가 따뜻하고 포근하게 잘 수 있게 하고요. 뚜껑의 접합부마다 볼펜을 한개씩 올려붙여 뚜껑이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통풍과 공기구멍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이 상태로 확실히 무거운 것을 얹어두는 쪽이 아기가 괜히 뚜껑을 밀다가 손이나 팔이 끼여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겠죠.
마지막으로는 제가 자는 침대에 붙여두고, 밤에는 같은 모기장 안에서 잡니다. 모기가 물어서 괜히 병균을 실어나르는 것도 걱정이고, 감히 모기 따위가 우리 아기 피를 뺏어가지 않았으면 싶네요.
이제 매일마다 대변만 좀 시원하게 잘 보면 좋겠는데...이거만큼은 아직 좀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고비를 넘겼고, 이제는 나쁜 일만 새로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아기가 무탈하게 잘 클거 같아 조금 안심이 됩니다.
치즈태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절 쳐다보는 모습이 조금 사자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연달아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차 하부에 혼자 갇혀있다 구조된 녀석이기도 하고 해서, 아명을 태양이로 지어주었습니다. 사자와 태양처럼 강하고, 뜨겁게 잘 버텨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