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잘 있습니다.
저는 갈수록 피폐해져가고 있지만...애만 탈 없이 잘 크면 되는거지요.
다만...안 그래도 대변 문제가 처음부터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만성적인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변을 잘 보지 못해서, 매 3시간마다 전쟁을 치릅니다.
소변은 오줌싸개처럼 자면서도 잠자리에 잔뜩 봐놓고,
또 깨워서 먹고 싸는 자리로 이동하는 동안 질질 싸고...
질질 싸다가도 아예 시원하게 다 보라고 또 소변유도를 해주면 왕창 싸고,
분유 먹이려고 자리 잡으면 또 싸고...
안고서 트림 마사지도 해주고 아기 기분 좋아지게 쓰다듬는 동안 또 아빠 가슴팍에 싸고...
근데 대변만큼은 안되네요.
분유 먹인 후 소화 잘되라고 가슴 마사지해주고, 대변유도를 해주다가 안되서 또 아랫배를 슬슬 쓰다듬어주고
자기도 변을 제대로 못 보니까 고통스러운지
누가 들으면 껍데기 벗겨서 보양탕 끌이는 것마냥 죽어라 울어재낍니다.
오른손으로 마사지하는 동안 붙들고 있는 왼손과 손목, 팔뚝을 마구 할퀴고 이도 안 난 입으로 물기도 하고요.
매 3시간마다 거의 한시간씩 이러는데도, 전혀 싸질 못합니다.
분유를 먹이고 있으니 하루에 한번은 대변을 봐주어야 하는데, 이 고생을 하고서 거의 36시간에 한번쯤이나 일을 보면 그나마 다행인 수준...
낮부터 밤까지만 봐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니까 새벽 시간에도 고생합니다.
애도 고생하고, 저도 죽을 지경...요 며칠간은 특히 잠을 더 못자서 회복도 안되고 이어지는 흐린 날로 요통까지 심각하네요.
오늘도 결국 일을 보지 못해, 마침 젖병이랑 대소변 시트도 새로 살겸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억울한건...
간호사 선생님이 5분 가량 잠깐 만져주면 또 일을 바로 본다는 거.
한참동안이나 애를 써도 안 열리는 병, 남한테 잠깐 건내주었더니 바로 열리는 그 기분 아시겠지요?
어쩌면, 남자보다는 여자의 품이 그리웠는지도 모릅니다.
딱딱하고 거친 남자 손보다 보드라운 여자 손길이 포근하고 편안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미혼부의 심정이 이런 것인가...합니다.
그리고 대변의 내용물을 확인한 뒤...아기는 변비라는 진단명을 선고 받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고생하게 되겠지요...
오늘도 병원에서는 이모가 열심히 핥아주어 소독도 해주고 뽀송뽀송하게 해줍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왔다가면, 우울함이 찾아와 축 쳐진다고 하던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아기도 조금 성장하면서 많이 예뻐져, 간호사 선생님들과 손님들의 애정을 듬뿍 받습니다.
마트 안에 있는 병원이라, 아기를 병원에 맡기고 10분 정도 장을 보러 나가는 길에 잠깐 자리를 비우셨던 간호사 선생님이 헐레벌떡 돌아오시면서 아기 아직 안에 있나요? 하고 물어보십니다.
피곤하고 지쳐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ㄴ...ㅔ...하는 동안 벌써 간호사 선생님은 아기 보러 병원으로 향하시더군요.
우리 아기라서 그런게 아니라, 확실히 이쁘긴 이쁜거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남자애가 확실한 것 같은데, 남자애면서 미모가 있네요.
자라면서 역변만 하지 않는다면, 연예계에서 오래오래 해먹을 수 있는 그런 마스크 같습니다.
웃긴 건, 이 녀석이 요즘 분유 먹을 때 꼭 한손으로 젖병을 붙잡고 먹는다는거...
사진 찍는 타이밍이 좋지 않아 겨우 이 장면만 찍혔지만,
보통은 저 흰 부분을 터프하게 착 쥐고 젖꼭지를 쪽쪽 빨아댑니다.